수술이 어려운 뇌 하부에 뇌종양이 생겼을 때 높은 에너지로 암을 없애는 감마나이프 수술을 해도 장기 치료 효과가 좋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하부 뇌종양 감마나이프 수술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마련됐다.
서울아산병원은 김영훈 신경외과 교수팀이 하부 뇌 신경초종으로 감마나이프 수술을 받은 환자 60명을 53개월 간 추적 관찰한 결과 92%(55명)에게서 종양 억제 효과를 확인했다고 4일 발표했다.
감마나이프 수술은 뇌종양·뇌혈관 기형 등 뇌질환자의 두개골을 가르지 않고 높은 에너지의 감마선을 병변에 집중적으로 조사해 치료하는 방법이다. 무혈 수술법으로도 불리는 이 수술은 수술이 어려운 환자들에게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뇌 아랫쪽에 생기는 뇌종양인 '하부 뇌 신경초종'은 두개골 아랫쪽에서 삼킴 발음 등의 기능을 담당하는 뇌신경에 생기는 양성종양이다. 환자는 중증 삼킴 곤란, 언어 장애, 운동 능력 실조 등의 증상을 호소한다.
하부 뇌 신경초종 치료에도 감마나이프 수술이 폭넓게 시행된다. 하지만 국내 뇌종양 환자 중 하부 뇌 신경초종 환자는 1%에 불과할 정도로 적어 장기 치료 효과를 분석한 연구 결과는 많지 않았다.
1990년 아시아 처음 국내에 감마나이프 수술을 도입한 서울아산병원은 국내에서 가장 많은 1만 6000건의 수술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김 교수팀은 1994년 2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하부 뇌 신경초종으로 서울아산병원에서 감마나이프 수술을 받은 환자 60명을 평균 52.8개월 추적관찰한 결과를 분석했다.
전체 환자 60명 중 55명(약 91.6%)은 종양 성장이 억제돼 치료 효과가 나타났다. 하부 뇌 신경초종 환자 60명 중 경정맥공 신경초종 환자는 47명, 설하신경 신경초종 환자는 13명이었다. 세부 질환별로 보면 종양 억제 효과가 나타난 비율은 각각 91.5%(47명 중 43명), 92.3%(13명 중 12명)였다.
전체 환자 60명의 감마나이프 수술 후 무질병 1년, 2년, 3년 생존율은 각각 96.5%, 91.5%, 89.0%였다. 중증 삼킴곤란, 운동능력 실조, 청각장애, 안면 마비 등 수술 탓에 신경학적 증상이 악화된 환자는 3명이었다.
김 교수는 "하부 뇌 신경초종 치료에서도 수술이 어려운 환자는 감마나이프 수술을 시행했지만 연구 결과로 장기 치료 효과를 입증했다는 데에 큰 의미가 있다"며 "감마나이프 수술은 의료진의 경험이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신경외과 분야 국제학술지 '저널 오브 뉴로서저리' 최신호에 실렸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