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관절염 주사’로 알려진 무릎관절강 주사(PN) 투여를 평생 한 주기로만 제한하는 고시를 내자 의료현장과 바이오업계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표제품에는 ‘콘쥬란’ 등이 있다. 전국 400만명에 달하는 골관절염 환자들의 치료 선택권을 빼앗았다는 건데, 보건복지부는 재투여 효능과 관련된 임상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5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복지부는 슬관절강내 주입용 폴리뉴클레오티드나트륨(이하 PN 주사) 투여를 한 주기(1주에 1회씩 최대 5회)로 제한하는 고시를 내년 7월 1일부터 시행한다. 한 주기 투여가 끝나면 환자 본인이 비용을 부담한다고 해도 더 이상 주사를 맞을 수 없다.
해당 고시(2024-184호)에 따르면 “재투여의 유효성과 관련한 근거자료가 부족하기 때문에 PN 주사 급여는 1주기(6개월 내 최대 5회 투여)만 인정한다”고 명시돼 있다. 1주기 투여가 끝나면 비급여로도 재투여가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관절염 주사로 많이 쓰이는 의약품에는 히알루론산 주사(소위 연골주사), PN 주사, 스테로이드 주사 등이 있다. 콘쥬란으로 대표되는 PN 주사는 선별급여 본인부담률 80%로 2020년 처음 급여가 적용됐다. 1회 투여 비용은 6만원 남짓이다.
PN 주사가 쓰이기 전에는 히알루론산 주사가 대부분 처방됐다. 히알루론산 주사가 관절염 예방 차원에서 ‘기름칠’을 해주는 정도였다면, PN 주사는 통증 자체를 줄여준다는 차이점이 있다. 비수술적 골관절염 치료에 대한 2019년도 미국류마티스학회 가이드라인에서 따르면 히알루론산 주사에 대한 처방 의견은 매우 추천-조건부 추천-조건부 비추천-매우 비추천 중 ‘조건부 비추천’으로 명시하고 있다.
또 PN 주사는 스테로이드 주사보다 부작용이 적고, 수술보다도 비용 부담 등이 적어 국가대표 선수들도 자주 사용한 주사제다. 스테로이드 주사는 특히 내분비계 부작용이 커 의료현장에서도 환자들에게 자주 권하는 품목은 아니다. PN 주사 투여 제한이 환자들의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조치라는 의료계 반발이 쏟아져 나오는 이유다.
국가대표 선수단 주치의로도 활동한 경험이 있는 한 재활의학과 전문의는 “(선수들이) 콘쥬란을 맞으면 ‘선생님, 저 맞아본 것 중에 이게 제일 좋아요’라고 직접 말했을 정도로 효능은 현장에서 가장 잘 알고 있다”며 “(재투여 제한은) 스테로이드나 수술이 불가한 선수들 입장에서도 정말 말도 안되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배하석 이대목동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미국류마티스학회의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히알루론산 주사는 효능이 있다고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완호 정형외과의사회 회장은 “골관절염은 한번 발병하면 이전으로 되돌릴 수 없기 때문에 꾸준한 관리가 필수”라며 “특히 중기 이후 관절염 환자들의 경우 PN 관절강 주사를 제한하면 남는 선택지는 수술이나 스테로이드 정도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복지부는 PN 주사 재투여가 효능이 있다는 근거자료가 부족하기 때문에 한 주기만 급여를 인정할 수 있고, 한 주기 투여가 끝나면 비급여로도 주사를 맞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2020년 급여가 적용된 후 재평가 기간이 돌아와 지난해 5월 적합성평가위원회, 9월 치료재료전문평가위원회를 거친 결과 재투여와 관련된 임상 근거가 부족했다는 것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PN 주사) 재투여 유효성과 관련된 자료가 충분히 제출되지 않았다”며 “임상근거가 축적되지 않은 상황에서 환자들에게 무제한적으로 투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콘쥬란 재투여와 관련된 논문이 지난해 말에도 하나 나왔지만 복지부는 다시금 관련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복지부는 해당 고시 외에도 PN 주사 본인부담률을 기존 80%에서 90%로 올리는 고시도 발령한 상태다. 고령화의 영향으로 골관절염 치료에 대한 사회적 요구도는 높지만, 치료 효과성이 확인되지 않아 사회적 편익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PN 주사의 원조 ‘콘쥬란’ 개발사인 파마리서치는 지난달 말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