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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우파' 노제, 댄스 대박에도 수입 '0원'…푸대접 받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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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1년 댄서 서바이벌 프로그램 ‘스트릿 우먼 파이터’에서 안무가 노제가 음악 ‘헤이마마’에 맞춰 만든 댄스는 큰 인기를 끌었다. 당시 유튜브와 틱톡에서 해당 안무를 따라 한 영상이 쏟아졌다. 하지만 노제의 관련 수입은 0원. 대신 ‘헤이마마’의 음원 저작권자가 수억원을 챙겼다. 안무저작권은 인정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바타가 출 댄스 판매
4일 업계에 따르면 제값을 받지 못했던 안무가 저작권을 인정받아 댄스 산업이 본격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 국내 메타버스 서비스에서 댄스 IP(지식재산권)의 수익 모델이 처음 나오면서다. 엔터테인먼트업계도 안무 저작권 시스템의 구축에 협조하겠다고 최근 밝혀 관련 시장은 커질 전망이다.

댄스 IP 인프라 스타트업 무븐트는 최근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를 운영하는 네이버제트와 댄스 IP 상품 개발 및 판매 관련 계약을 체결했다. 무븐트는 네이버제트와 제페토에서 ‘댄스 월드’(가칭)를 만들어 이용자의 아바타가 춤출 율동 등을 판매할 계획이다. 제페토는 국내 대표적인 메타버스 서비스다. 글로벌 이용자 수가 2000만 명이 넘는다. 네이버제트는 네이버의 손자회사다.

무븐트는 현대무용 전공자인 정의준 대표와 BTS와 세븐틴 등의 안무를 짠 스타 안무가 최영준 총괄 프로듀서가 공동 창업한 기업이다. 댄스 IP 유통과 안무가의 인격권, 성명표시권,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의 보호 등을 목표로 창업했다.

무븐트는 자체 개발한 3D(입체영상) 모션 캡처와 관련 딥러닝 기술로 댄스의 저작권을 확보한다. 댄서의 안무를 고품질의 애니메이션 콘텐츠로 제작도 한다. 정 대표는 “첨단 정보기술(IT) 활용과 업계의 공감대 형성으로 그동안 인정받지 못한 댄서의 권리를 인정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푸대접받은 K팝 안무
화려한 안무는 K팝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 수 있었던 핵심 요인 중 하나였다. 싸이 ‘강남 스타일’의 말춤이 대표적이다. 최근 엔터테인먼트업계에선 안무 활용 수준이 높아지기도 했다. 유튜브, 틱톡의 숏폼(짧은 영상) 콘텐츠로 음악을 알리는 방식이 퍼지면서 ‘포인트 안무’가 더 중요해졌다.

하지만 영상이 재생될 때마다 작곡가, 작사가 등만 수익을 챙기고 있다. 안무는 저작권을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안무가는 처음 안무를 만들어 업체에 제공하고 관련 용역비를 받는 것이 대부분이다.

해외에선 관련 법적 분쟁도 벌어졌다. 미국의 유명 안무가 카일 히가나미는 게임사 에픽게임즈가 자신의 안무를 2초가량 베껴 게임 캐릭터 감정 표현에 사용했다며 소송을 걸었다. 1심 재판부는 2초 정도의 동작은 저작권법으로 보호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항소심에선 결정이 뒤집혔다. 2초짜리 안무도 유사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봤다. 짧은 안무 저작권까지 보호된다면 안무가는 숏폼 영상을 활용한 라이선싱 사업으로 추가 수익을 내는 게 가능해진다. 현재 에픽게임즈는 게임 ‘포트나이트’를 통해 1000여 종의 댄스 아이템 판매하고 있다.
제도적 기반도 마련
국내에선 최근 안무가들이 안무 저작권 확보에 직접 나서기도 했다. K팝 안무가와 산업계, 법조계 인사들이 뭉쳐 한국안무저작권협회를 지난 4월 설립했다. 스타 댄서인 리아킴 원밀리언 공동대표를 초대 협회장을 맡았다. 유명 안무가인 허니제이, 배윤정, 백구영, 아이키 등도 뜻을 모았다.

지난 8월엔 국내 안무가 92명을 대상으로 ‘안무저작권 보호 실태 및 안무저작권 인식현황’에 관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응답자 10명 중 4명은 안무 창작 시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안무저작권을 등록해 본 적이 없다’의 응답률은 97.8%에 달했다.

안무 IP 산업의 제도적 기반도 마련될 전망이다. 지난달 국회 국정감사에서 국내 대형 엔터테인먼트 기업인 SM·YG·JYP엔터테인먼트의 대표들은 안무 저작권 관련 제도가 마련되면 이에 따르겠다고 밝혔다. 장철혁 SM엔테테인먼트 대표는 “안무가 K팝 콘텐츠를 구성하는 중요 요소라는 취지에 공감한다”며 “문화체육관광부의 제도적 개선 등이 이뤄진다면 따르겠다”고 말했다. 주무 부처인 문체부는 안무저작권 등록을 시스템화하고 수익 배분 기준도 내놓을 계획이다.

김주완/고은이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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