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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52시간이 허무는 반도체 '축적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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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이 산업계의 숙원인 ‘화이트칼라 이그젬션’(고연봉 관리·전문직 근로시간 규제 적용 제외) 조항을 뺀 채 당론으로 반도체특별법을 이번주 발의한다. 반도체 등 산업계는 고액 연봉자에 한해 주 52시간 근무제를 예외 적용해달라고 읍소해 왔다. 첨단산업 경쟁을 위해서는 연구개발(R&D) 인력만이라도 노동 유연성이 절실하다는 이유에서다.

3일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 등에 따르면 당은 이번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인 이철규 의원 명의로 반도체특별법을 발의하기로 확정했다. 여당 고위 관계자는 “반도체업계에 대한 직접 보조금 지급의 준거 조항 수위를 놓고 기획재정부와 막판 조율 중”이라고 말했다. 이번 특별법은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 취임 이후 기재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 관계 부처와 장시간 논의한 사안이다.

반도체 지원법이 첫발을 떼긴 했지만 산업계에서는 정작 중요한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이 빠지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보조금 지급 규정 근거를 마련하는 것은 단기적인 지원책”이라며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첨단산업에서 경쟁국과 싸우려면 R&D 인력에 채워져 있는 시간의 족쇄부터 풀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R&D에 각각 28조3527억원, 4조1884억원을 투입했다. 하지만 이 재원을 활용할 인력 수급과 운용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기업 대만 TSMC의 R&D센터는 하루 24시간, 주 7일간 가동된다. AI용 반도체를 장악한 미국 엔비디아도 새벽 근무와 주 7일 출근에 제한이 없다. 여당은 내분에 휩싸이고 관료사회는 복지부동에 빠지면서 자칫 하다가는 한국 반도체산업이 쌓아 온 ‘축적의 시간’이 뿌리째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소람/박의명 기자 r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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