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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는 대선 불확실, 韓은 주도주 실종…큰손들, 주식 1조 팔아치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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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 투자자금이 갈 곳을 잃고 방황하고 있다. 주식 투자로 30억원 이상을 굴리는 ‘큰손’은 국내외 증시에서 서둘러 돈을 빼고 있다. 미국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국내 증시는 좀처럼 반등할 기미를 보이지 않는 데다 미국 증시마저 고점 아니냐는 관측이 힘을 받으면서다.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을 둘러싼 불확실성, 연말 대주주 지정을 피하기 위한 매도 움직임도 부동자금을 늘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부동자금의 향방이 결정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큰손도 일제히 ‘투자 대기 모드’
3일 한국경제신문이 국내 3개 대형 증권사 고액 자산가(계좌잔액 30억원 이상) 투자자의 최근 3개월 국내·해외 주식 매수 추이를 분석한 결과 이들은 최근 3개월간 국내 주식을 2039억원어치, 해외 주식을 7054억원어치 팔아치웠다. 국내 주식 대비 해외 주식을 세 배 더 많이 매각했다.

미국 대선을 앞두고 미 증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국장 대신 미장’이라는 투자 불문율이 깨졌다. 미국 채권 금리가 급등하며 증시에 부담을 주는 점도 투자자들이 자금을 거두는 요인으로 꼽힌다. 큰손뿐 아니라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서학개미도 9~10월 순매도로 돌아섰다. 지난 두 달간 12억4000만달러어치를 팔아치웠다.
삼성전자에 10조원 이상 묶여
올 들어 글로벌 꼴찌 수준의 수익률을 내고 있는 국내 증시 이탈 현상도 심각하다. 올 1~10월 코스닥지수는 미국 일본 중국 홍콩 대만 프랑스 등 주요국 14개 증시 가운데 수익률 꼴찌(-14.25%)를 기록했다. 코스피지수(-3.73%)는 꼴찌에서 두 번째였다.

지난달 유가증권시장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9조7068억원으로 1월(8조8748억원) 후 가장 적었다. 코스닥시장의 지난달 하루 평균 거래대금(6조798억원)도 2022년 11월(5조5924억원) 후 약 2년 만에 가장 적었다. 주식 거래의 손바뀜 정도를 보여주는 회전율도 바닥을 치고 있다. 9월 국내 증시 회전율은 19.63%로 2018년 9월(18.55%) 후 약 6년 만에 가장 낮았다.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가 약세를 이어가면서 국내 증시에선 주도주가 사라졌다. 하지만 개인 자금은 대부분 삼성전자에 묶여 있다. 9~10월 사이 삼성전자를 12조3549억원어치 순매수했다. 개인의 유가증권시장 전체 순매수 규모(11조1150억원)보다 많은 금액이다. 개인의 최근 3개월간 삼성전자 평균 매수가는 6만5850원이다. 지난 1일 종가와 비교한 손실률은 11.47%에 달한다. 강남지역 한 프라이빗뱅커(PB)는 “금투세 도입에 대한 결론이 미뤄지면서 큰손의 불안감이 여전하다”고 했다.
대표 안전자산 채권까지 외면
최근엔 채권 매수세까지 급감했다. 10월 개인 장외채권 순매수 규모는 2조8516억원을 기록했다. 월별 기준으로 올해 들어 처음으로 3조원을 밑돌았다. 미국 대선을 앞두고 미국 국채 금리가 급등하고 국내 채권 금리까지 덩달아 오르자 매수 규모를 줄인 것이다.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지난달 2일 연 2.93%에서 31일 연 3.1%로 올랐다.

방황하는 시중 자금은 은행 예금을 비롯한 안전자산으로 몰렸다. 국내 5대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의 정기예금 잔액은 6월 891조1524억원에서 지난달 942조133억원으로 5.7% 증가했다. 머니마켓펀드(MMF) 잔액(193조6805억원)도 한 달 새 약 20조원어치 불어났다. 같은 기간 상장지수펀드(ETF) 자금 순유입액 1위는 금리형 ETF인 ‘TIGER CD금리투자KIS(합성)’(4069억원)가 차지했다. 금융업계는 미국 대선이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결과에 따라 부동자금의 향방이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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