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힐’로 잘 알려진 글로벌 담배 회사 브리티시아메리칸토바코(BAT)가 이달 한국에서 합성 니코틴을 원료로 한 액상형 전자담배를 출시하려던 계획이 틀어졌다. 주요 유통 채널인 편의점업계와 대형 전자담배 총판 회사들이 합성 니코틴 담배의 법적 근거 미비 등을 이유로 판매를 거부하고 있어서다. 합성 니코틴 전자담배를 선보여 전자담배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리려고 했던 BAT의 전략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3일 담배업계에 따르면 BAT 한국 지사 BAT로스만스는 최근 편의점업계와 주요 전자담배 총판 회사들에 합성 니코틴 액상형 전자담배 ‘노마드’ 입점을 제안했지만, 납품 계약이 이뤄진 곳은 아직까지 없다. 한 편의점 업체 관계자는 “합성 니코틴의 법적 근거가 마련돼 있지 않은 데다 유해성도 검증되지 않아 판매가 어렵다는 의견을 BAT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BAT가 합성 니코틴 전자담배를 출시하기로 한 것은 이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고 있어서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들어 9월까지 합성 니코틴 수입량은 316t이다. 이미 지난해 연간 수입량(216t)을 넘어섰다. 대부분 중국산 제품이다. KT&G, 필립모리스인터내셔널 등 주요 담배 제조사는 관련 제품을 내놓고 있지 않다.
합성 니코틴은 연초 잎에서 추출한 천연 니코틴이 아니라 니코틴산 에스테르 같은 화학물질을 섞어 만든 것이다. 담배사업법상 담배는 ‘연초 잎을 원료로 제조한 것’으로 정의되기 때문에 합성 니코틴 담배는 담배로 분류되지 않고 담배와 관련한 규제도 받지 않는다. 담뱃세가 부과되지 않고 유해 문구 표기 관리 대상도 아니다. 인터넷이나 시내 곳곳 무인 판매점에서도 손쉽게 구할 수 있어 청소년 흡연 문제의 주범으로 지목된다. 현재 국회엔 합성 니코틴 담배의 무분별한 확산을 막기 위해 합성 니코틴을 사용했을 때도 담배로 간주하는 내용의 담배사업법 개정안이 제출돼 있다. 편의점과 주요 전자 담배 총판 회사가 판매를 거부함에 따라 BAT 노마드 출시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BAT의 전자담배 시장점유율 반등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글로’ ‘뷰즈고’ 등 전자담배를 판매하는 BAT는 유독 한국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올해 1~10월 BAT의 편의점을 포함한 소매시장 점유율은 11.03%로, 작년 한 해 점유율(11.46%)보다 낮아졌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