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과대학 정원 증원 결정이 있고 나서 의대 학생들의 휴학 승인 요청이 끊이질 않았다. 늦은 감이 없진 않으나 이제라도 대학이 휴학 여부를 판단해 승인할 수 있도록 한 교육부의 방침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역사의 어느 시기를 막론하고, 우리는 갈등이라고 부르는 ‘필연적 조정의 과정’을 피해 나갈 수 없다. 멀리 보면 그것은 발전의 숙명적 동인이었음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정부와 의료계의 입장 모두 이해가 되나 교육부의 말대로 휴학은 개인의 권리가 아니며 동맹휴학은 승인할 수 없다. 따라서 동맹휴학이 아님을 입증해야 휴학 승인이 가능하다는 논리는 과장도 비약도 아니다. 그러나 문제는 그게 핵심이 아니라는 것이다. 주장이 사실이냐, 논리가 맞냐 틀리냐에 천착하느라 지난 8개월이 넘는 기간 소중한 청춘을 허비했다는 상황이 그야말로 너무나도 안타깝다.
이미 의대 교육을 마친 전공의나 의사면허가 있는 의사들과 달리, 학생들은 현재의 정치·사회적 대척에서 가장 큰 손해를 입을 집단이다. 학교로 돌아가라고 다독여야 할 의료계 선배들은 침묵하고 있고, 정부는 철저하게 논리로만 대응하고 있다.
2025학년도 정원은 관련 법령과 지침에 따라 올해 5월 31일 모집 요강 발표를 끝으로 이미 완료됐다. ‘원서접수와 전형은 시작했지만, 아직 학생을 선발하지 않았다’고 해서 정원을 줄일 수 있는 근거가 되지 않는다. 법규와 원칙을 무시하면서 공무를 수행할 수 없는 정부에 이를 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지금은 2026학년도 정원 조정을 하기에도 시간이 많지 않다. 정부가 2026학년도 정원에 대해서는 열어놓고 대화하겠다고 한 만큼, 실익이 없는 2025학년도 정원 조정을 주장하기보다 2026학년도 정원 조정을 위한 논의에 착수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정부와 의료계 모두 대결이 아닌 이해가 필요하다. 어떤 상황에서도 학생들의 희생이 바탕이 돼서는 안 된다. 하루빨리 의료 개혁을 둘러싼 갈등을 해결해야 한다. 지금껏 인류의 존속을 아슬아슬하고 절묘하리만치 가능케 한 “우리가 인간이고자 했던 바로 그 노력”을 작게나마 이어 나가는 것일 뿐이다.
대학은 투쟁과 쟁취의 장이 될 수 없다. 대학은 공존의 장이다. 때로는 좌절과 환희가, 이상과 현실이, 그리고 많은 순간 갈등과 사랑이 겹쳐서 나타날 수 있는 공간이다. 국가와 사회 공동체가 얼마든지 그래보라고 인정해 준 공존의 장이 아닌가. 그곳에서 지금 우리의 청춘들이 먼 훗날 역사가 어떻게 판단할지 모르는 어른들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강요받고 있다. 기억하자. 우리의 삶을 형성하는 데 신념이 한 역할은, 어떻게든 상대를 무력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삶을 더 나은 세상으로 이끄는 안내자라는 사실을 말이다. 중요한 것은 꺾이지 말아야 할 청춘뿐이다.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