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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칼럼] 현 정국의 게임이론적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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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국이 무척 복잡하고 불안하다. 돌아보면 그런 상황은 한동훈 여당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맞서 자신의 영역을 확장하기 시작한 뒤 두드러졌다. 윤 대통령과 이재명 제1야당 대표의 2인 경기(two-person game)이던 정치가 한 대표의 등장으로 3인 경기(three-person game)로 바뀐 것이다.

갈등을 분석하는 학문인 게임이론(game theory)은 2인 경기와 3인 경기가 본질적으로 다름을 강조한다. 먼저 관계가 하나에서 셋으로 늘어난다. 2인 경기에선 경기자들이 자신의 이익에 관해 잘 알고 타협을 통한 공존을 선호한다. 그래서 상황도 대체로 안정적이다. 3인 경기에선 유리한 연합(coalition)이 근본적 과제가 된다. 자연히 경기자들 사이에 협상이, 특히 비밀 거래가 끊임없이 나온다. 어쩔 수 없이 상황은 복잡하고 불안하다.

윤 대통령이 강자이므로, 차기 권력 획득을 노리는 이 대표와 한 대표의 연합은 자연스럽다. 실제로 한 대표는 윤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여당 의원들을 통제하지 못할 상황’을 언급하기도 했다. 상황에 따라 두 사람이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에 협력할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이-한 연합’은 한 대표에게 세 가지 난제를 내놓는다. 먼저 윤 대통령에게 맞서야 자신의 세력을 늘릴 수 있는데 역풍이 크다. 다음엔 이 대표와의 연합에서 얻을 이익(payoff)의 모습이 명확지 않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에서 결정적 역할을 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행로는 이 문제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한 대표는 윤 대통령이 탄핵소추당했을 때 자신이 얻을 이익을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이 대표로부터 약속을 받아내야 한다.

셋째 난제는 그 이익을 실제로 얻어내는 일이다. 우파와 좌파가 연합하면 으레 좌파가 이익을 독점한다. 1948년 남북협상에서 김구는 김일성의 요구대로 남한에서 치러질 국제연합 주재의 선거를 격렬하게 비난했다. 그러나 감옥에 갇힌 조만식과 함께 돌아가게 해달라는 그의 요청을 김일성은 거절했다. 그것으로 김구의 정치 생명은 끝났다.

이런 경향은 좌파들의 연합에서도 나오니, 온건파가 으레 당한다. 박헌영을 받아들인 여운형은 건준(建準)을 빼앗기고 자신은 박헌영의 꼭두각시가 됐다. 박헌영과 남로당은 김일성에 의해 끔찍한 최후를 맞았다. 한 대표가 기대하는 이익이 무엇이든 그것을 이 대표로부터 실제로 얻어내기는 힘들 것이다.

한 대표가 안은 또 하나의 위험은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암묵적 연합(tacit coalition)이다. 집권자가 반대당 대표와 연합해서 자신의 후계자를 견제하는 사례는 생각보다 흔하다. 컴퓨터 모의실험에서도 강한 경기자 둘이 연합하는 경우가 다른 경우보다 많았다. 특히 전두환 대통령의 비극적 운명은 뼈저린 교훈을 남겼다. ‘자신의 후계자가 배신하면 자신을 지켜줄 세력이 사라진다.’ 그 교훈을 새긴 김영삼 대통령은 이회창 후보가 자신을 핍박하자 김대중 후보와 암묵적으로 연합했고, 이 후보는 낙선했다.

이처럼 한 대표는 전략적으로 막다른 골목에 섰다. 그런 처지에서 빠져나오는 길은 윤 대통령과의 연합이다. 이-한 연합이 자리 잡은 터라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런 구도에서 기득권을 얻은 추종자들을 설득하는 일은 어려울 것이다. 결별을 각오했을 윤 대통령의 마음을 돌리는 일은 더 어려울 것이다. 그래도 게임이론적 분석은 그의 활로가 그 길임을 가리킨다.

다행히 이런 어려움들을 풀 길이 있다. 한 대표는 김건희 여사에 대한 야당의 비판적 공세를 줄곧 지지해 왔다. 반면 문재인 전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와 이 대표 부인 김혜경 여사의 중대하고 명백한 허물들은 끝내 외면했다. 김민전 의원의 제안대로 ‘3김 여사 특검’으로 판을 키우면 일이 풀릴 수 있다.

먼저 이미 거둬들이기 어려울 만큼 중요해진 자신의 ‘김건희 여사 특검’ 주장을 철회하지 않아도 된다. 아울러 자신의 편향이 자연스럽게 바로잡히고, 윤 대통령과의 관계가 부드러워지며, 무엇보다도 등을 돌린 자유주의자들의 호의를 되찾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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