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자신의 성별을 법원 허가 없이 스스로 바꿔 등록할 수 있는 '성별자기결정법'이 발효됐다.
2일 슈피겔 등 현지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독일 시민은 전날 시행된 성별자기결정법에 따라 관할 등기소에 간단한 신청서를 제출해 법적 성별을 변경할 수 있게 됐다.
남성과 여성 외에도 다양, 무기재 가운데 한 가지를 성별로 신고할 수 있다. 새 법에 따라 성별 변경 과정에서 따로 사유서나 의학적 진단서를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미성년자의 경우엔 부모 동의가 있어야 변경 신청서를 제출할 수 있다.
미성년자가 14세 미만이면 부모가 대신해 신청서를 제출할 수 있으며 심리학자나 청소년 복지기관에 자문했다는 신고서를 내야 한다.
성별 전환을 신청하면 이를 적용하기까지는 약 3개월이 걸린다.
한 번 변경하면 1년 동안 성별을 변경할 수 없다. 해당 법률에는 타인의 성전환 사실을 무단으로 알린 사람을 처벌하는 내용도 포함했다.
현지 외신들은 “법률 시행 전부터 시민 1만5000여명이 성별 변경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또 최근 관련 여론조사에서 약 47%의 응답자가 성별자기결정법에 대해 '지지'했으며 '반대' 응답자는 37%를 기록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성 인권 단체를 중심으로 일부 남성이 새로운 법률을 악용해 여성 공간에 접근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자 새 법률은 사우나나 수영장 등 시설에 자체적으로 입장 기준을 결정할 권리를 부여했다.
한편 독일은 성별 결정을 자기 판단에 맡기게 된 17번째 나라가 됐다. 유럽 국가 가운데 벨기에·스페인·아일랜드·룩셈부르크·덴마크 등은 이미 이와 유사한 법률적 성별 변경 완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