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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닉스, 구형 D램 생산 비중 20%까지 축소…'AI 반도체'로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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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공급사들이 범용 시장 진출을 가속해 수급에 부정적 영향이 커졌다.”(10월 24일 SK하이닉스 실적설명회)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인공지능(AI) 메모리 시장에서의 성과에 가려졌지만 한국 반도체산업은 ‘거대한 위험’에 직면해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레드 테크’로 불리는 중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의 공세 때문이다. 창신메모리(CXMT) 등 중국 기업은 진입이 쉬운 DDR4(더블데이터레이트4) 등 범용 제품 시장에서 저가·물량 공세를 벌이고 있다.


시장을 ‘레드오션’으로 만들어 경쟁자를 지치게 하고, 그사이에 첨단 제품에서도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전형적인 중국식 전법이다. 한때 ‘돈줄’ 역할을 한 범용 제품 시장에서 중국에 밀리며 중장기적으론 AI 메모리 패권에도 경고등이 켜질 것이란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국내 낸드 가동률 70%로
SK하이닉스의 범용 반도체 감산 전략은 DDR4뿐만이 아니다. 중국 우시에 있는 D램 공장에선 2019년 개발된 10나노 3세대(1z) D램 대신 신형 제품으로 분류되는 10나노 4세대(1a) D램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범용 낸드플래시와 관련해선 70~80% 수준으로 떨어진 국내 공장 가동률을 상당 기간 올리지 않고 공급량 조절을 이어가기로 했다. 수요가 확인되는 시점까지 낸드플래시 공급량을 조절하기 위해서다. 삼성전자 역시 출구 전략에 적극적이다. 최근 실적설명회에서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구(舊) 공정 기반의 DDR4, 저전력(LP)DDR4 비중을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메모리 기업이 범용 제품 시장에서 발을 빼는 건 1차적으로 수요 둔화 영향이 크다. 스마트폰과 PC 시장이 침체하면서 범용 메모리 주문이 줄고 재고가 쌓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CXMT, 양쯔메모리(YMTC) 등 중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의 저가 물량 공세가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2016년 출범한 D램 업체인 CXMT는 미국의 중국 제재가 시작된 2020년 이후 내수를 기반으로 생산 능력을 확장하고 있다. 2020년 월 4만 장(웨이퍼 기준) 수준이던 D램 생산 능력은 지난 9월 기준 월 16만 장(글로벌 점유율 10%)으로 늘어 세계 4위가 됐다.

중국 기업의 시장 지배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샤오미, 트랜션 등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CXMT의 12Gb(기가비트) 저전력 모바일 D램인 LPDDR5를 장착하기 시작했다. YMTC는 최신 제품인 232단 낸드플래시를 양산해 데이터 저장장치인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를 개발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최근 내년 4분기 중국 기업의 글로벌 메모리 시장 점유율이 16.1%로 올 4분기(11.8%) 대비 4.3%포인트 올라갈 것이란 보고서를 냈다.
○HBM4, eSSD 승부수
한국 기업들은 레드오션이 된 범용 D램·낸드플래시의 생산 비중을 낮추는 동시에 생산 시설을 최신형 AI 메모리로 전환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이 접근하지 못하는 최신 시장을 선점하고, 격차를 벌려야 생존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HBM 시장 세계 1위(52.5%)인 SK하이닉스는 내년 공급량을 올해의 두 배 수준으로 늘리기로 했다. 내년 글로벌 HBM 시장이 400억달러(약 55조원) 규모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돼서다. 내년 시장이 열리는 6세대 HBM(HBM4)에선 입출력단자(I/O)를 두 배로 늘려 데이터 처리 속도를 높인 일반형 HBM4에 주력하기로 했다. AI 서버의 필수품으로 꼽히는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와 관련해선 생산 기지인 중국 다롄 낸드플래시 공장의 가동률을 100%로 유지한다.

삼성전자도 HBM과 eSSD, LPDDR5 등 고부가가치 제품 투자를 늘리는 방향으로 전략을 바꿨다. HBM4와 관련해 설계와 생산의 강점을 살려 고객사 맞춤형 제품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내년 반도체 투자액(약 48조원)의 대부분도 AI 메모리 시설 투자와 연구개발에 투입할 계획이다.

황정수/박의명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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