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 한인 경제인과 유럽 바이어 3000여 명이 참가한 제28차 세계한인경제인대회가 1일 닷새간의 일정을 끝내고 폐막했다. 대회 기간 2500억원 규모의 K중소기업 제품이 유럽 등 해외 현지 바이어들의 선택을 받는 등 재외동포 행사의 새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음 대회는 내년 4월 경북 안동에서 열릴 예정이다.
○유럽 판로 뚫은 K중기
재외동포 최대 경제단체 세계한인무역협회(월드옥타)와 한국경제신문사가 오스트리아 빈 오스트리아센터에서 공동 주최한 이번 행사는 한국 중소기업과 전 세계 바이어를 연결해주는 한국상품 박람회를 통해 한인 경제인 대회의 새 지평을 열었다. 기존 한인 경제인 대회가 회원 간 네트워크 구축에만 주력했다면 이번에는 K중소기업과 월드옥타 소속 바이어, 유럽 바이어 간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한국상품박람회는 시작부터 ‘대박’을 예고했다. 박종범 월드옥타 회장을 중심으로 1년 전부터 홍보에 나서 한인이 1500명에 불과한 빈에서 전시 부스 377개를 마련했다. 한국에선 16개 지방자치단체와 관계 기관이 참가했다. 유럽에서 한국 기업 100곳 이상이 모여 기업 박람회를 연 것 자체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달 29일과 30일 이틀 동안 열린 한국상품박람회에는 매일 유럽 바이어와 관람객 등 5000여 명이 방문했다. 한국 중소기업은 이들을 대상으로 4807건, 4억70만달러(5526억원) 규모의 수출 상담을 했다. 실제 체결된 납품 계약 금액은 2470억원이다. 유럽 전역에서 온 현지인 바이어와 관람객이 몰려 준비한 샘플이 하루 만에 동난 부스가 적지 않았다. 박 회장은 폐회식에서 “월드옥타 역사상 최대 규모의 성과를 이뤄냈다”며 “한국 기업들이 유럽 시장에 한 발 더 다가갈 소중한 기회를 마련해 기쁘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 음식과 뷰티 등을 현지에 접목하려는 바이어가 줄을 이었다. 편의점 등에서 즉석으로 라면을 끓이는 기계를 생산하는 범일산업과 크리쉐프는 이번 박람회에서 약 250억원의 수출 대박을 터뜨렸다. 신영석 범일산업 대표는 “K푸드 인기 덕분에 폐막 이후에도 추가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며 “불가능할 줄 알았던 유럽 진출이 단 며칠 만에 성사됐다”고 했다.
○“한국 제품 한 번에 봐서 좋아”
바이어들도 호평 일색이었다. 독일 유명 소매점 DM, 오스트리아 대형 유통 채널 메트로오스트리아, 독일 식품 제조 기업 잇해피그룹 등의 간부급 임원이 대거 행사장을 찾았다. 유럽 현지 바이어만 500여 명으로 대회 역사상 가장 많았다. 스위스에 거점을 둔 유로얼라이언스의 조민석 아시아 총괄대표는 “한국 중소기업 제품 수백 개를 한 번에 볼 수 있어서 좋았다”며 “이런 박람회가 유럽에서 자주 열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흥국에프앤비 자회사 테일러팜에 푸룬주스 500만달러어치를 주문하는 등 굵직한 계약을 여러 건 맺었다.문화와 예술의 도시 빈에서 열린 행사답게 다양한 문화 행사도 이어졌다. 젊은 한국 화가들의 작품 전시전인 ‘한국 청년 아트페어’에선 작품 132점이 ‘완판’됐다. 내년 월드옥타의 세계대표자대회는 안동에서 열린다. 29차 세계한인경제인대회는 내년 10월 인천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빈=김우섭/박재원/최형창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