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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을] 중국 茶 즐기며 생긴 적자를 아편 수출로 해결한 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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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귀비의 즙액을 말리면 아편으로 불리는 마약이 된다. 어떤 나라는 아편으로 막대한 부를 일궜지만, 반대로 착취와 중독에 시달린 나라도 있다. 이 작은 식물은 어떻게 세계사에 재앙을 불러일으켰을까.

<연기와 재>는 메디치상을 받고 맨부커상 최종 후보 등에 오른 인도 출신 세계적 소설가 아미타브 고시가 아편전쟁에 관한 고문서를 연구해서 쓴 역사 에세이다. 고시가 <양귀비의 바다> <연기의 강> <쇄도하는 불> 등 아편전쟁 직전을 다룬 역사 소설 3부작을 쓰면서 조사한 자료가 이 책을 쓰는 데 바탕이 됐다.

아편이 세계사에 처음 등장한 것은 차(茶) 때문이다. 영국 국왕 찰스 2세의 부인 캐서린이 영국에 들여 온 중국 차는 상류층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18~19세기 차에 부과한 세금이 영국 세수의 10%에 달할 만큼 영국 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영국 상선은 대부분 중국에서 영국, 영국에서 여러 식민지로 차를 실어 나르는 데 관여했다.

영국이 불만을 가지게 된 건 중국 차의 수입이 늘어나는 반면 자국은 그 대가로 중국에 수출할 만한 품목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당시 중국인은 대부분 서양 제품에 관심이 없었을뿐더러 필요성도 거의 느끼지 않았다.

이 같은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영국이 찾아낸 게 바로 아편이다. 그들은 식민지 인도에서 대량으로 재배한 양귀비를 아편으로 가공해 중국 밀수업자에게 판매하기 시작했다. 당시 인도 수입의 5분의 1이 아편에서 나올 정도로 영국은 막대한 이익을 취했다. 늘어나는 아편 중독자로 골머리를 앓던 중국이 아편을 불태우고 영국인을 내쫓으면서 발발한 게 아편전쟁이다.

영국은 아편전쟁으로 홍콩섬을 얻었고, 주룽반도를 확보했다. 아편 무역으로 이득을 본 나라는 영국뿐이 아니다. 미국도 아편으로 막대한 이익을 얻었다. 미국의 저명한 가문과 기관 등은 아편으로 초기 부를 축적했다. 그중 많은 부분이 아이비리그 대학으로 흘러 들어갔다.

책은 피지배자의 시선에서 역사를 재구성했다. 아편이란 식물을 통해 식민지 지배자인 서구 열강의 탐욕을 파고들었다. 더불어 제국주의에 맞서 아편산업을 축소하는 데 공을 세운 식민지 피지배 국가의 존재감과 주체성을 전면에 내세운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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