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집권플랜본부'를 띄우고 차기 대선 준비에 나선 가운데, "겸손하라"는 내부 자성의 목소리가 나와 주목된다.
31일 페이스북 '여의도 옆 대나무숲'에는 민주당 관계자로 추정되는 A씨가 집권플랜본부가 공식 출범한 지난 23일 작성한 글이 올라왔다. 그는 "집권플랜본부? 단단히 미쳤네. 어려운 민생 살릴 생각은 안 하고 '금투세 시행 안 한다', '부의 축적을 악마화하지 않겠다' 이런 소리나 하고 앉아있다"고 했다.
A씨는 "우리가 총선 이긴 이유는 간단하다. 배 나온 오빠가 싫어서지, 이재명이 좋아서 찍은 게 아니다. 제발 착각 그만하라"며 "오빠의 지지율이 그렇게 떨어져도 무당층의 지지율이 안 오르는 이유가 뭐겠나"라고 했다. A씨가 언급한 '오빠'는 윤석열 대통령으로 해석된다.
A씨는 "제발 당의 정체성부터 다시 생각하고 겸손하게 좀 지낼 수 없나. 벌써부터 집권 어쩌고 떠들기 전에 국정감사나 잘하고, 오빠가 깎은 내년 예산 어떻게 복구할지, 세수 펑크 어떻게 할지 이런 거나 고민 좀 하라. 그러라고 국민이 표 준 거 아니냐"고 했다.
이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국회 직원 인증을 마쳐야 글을 올릴 수 있는 점, 민주당을 '우리'로 언급한 점, 윤 대통령을 비하하는 표현을 쓴 점 등을 미뤄봤을 때 A씨는 민주당 의원실 보좌진 등 관계자로 추정된다.
앞서 민주당 내 차기 대선을 준비하기 위한 조직인 집권플랜본부는 지난 23일 공식 출범했다. 민주당이 목표로 하는 정권교체를 위해 정책·조직·전략을 미리 마련해 두자는 취지에서 만든 기구다. 조직에는 친명(친이재명)계가 대거 참여하면서 사실상 '이재명 정부'를 미리 준비하는 모임이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