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투자 속도 조절을 공식화했다. 대형 고객사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올 3분기에도 1조원 넘는 영업적자를 기록한 탓이다. 당분간 시설 투자 확대보다 2나노미터(㎚·1㎚=10억분의 1m) 등 최첨단 공정에 대한 연구개발(R&D)을 강화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31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3분기 파운드리사업부와 시스템LSI사업부는 1조원대 중후반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시장에선 파운드리사업부의 영업적자 규모가 약 1조5000억원, 시스템LSI사업부가 3000억원 안팎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파운드리사업부가 대규모 적자를 낸 건 ‘손님’을 많이 확보하지 못해서다. 2022년 3㎚ 공정을 가장 먼저 시작하는 등 최첨단 파운드리 경쟁력 확보에 힘을 쏟았지만, 여전히 경쟁사인 대만 TSMC보다 수율(전체 생산품 대비 양품 비율)이 낮은 탓이다. 세계적으로 모바일 기기와 PC 소비가 줄면서 관련 반도체 수탁생산 물량이 감소한 것도 영업 적자의 원인으로 꼽힌다.
올 4분기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업황 전망도 긍정적이지 않다. 모바일·PC용 반도체 시장의 수요 회복이 기대에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설비 투자 축소를 통해 사업 효율성을 제고하는 동시에 R&D를 강화해 경쟁력을 높일 계획이다. 송태중 파운드리사업부 상무는 이날 실적 콘퍼런스콜(실적설명회)에서 “시황과 투자 효율성을 고려해 라인 전환에 우선순위를 둘 계획”이라며 “올해 시설투자 규모는 감소할 전망이며, 수익성을 고려해 신중하고 효율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반도체업계에선 삼성전자가 2~3년간 이어온 ‘선(先)투자, 후(後)고객 확보’ 전략을 중단하고 내실 다지기로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내년 승부처로 꼽히는 2㎚ 공정부터는 TSMC와의 격차를 좁히는 데 주력하기로 했다. 송 상무는 “2나노 게이트올어라운드 공정을 모바일과 고성능컴퓨팅 응용에 최적화된 플랫폼 기술로 개발 중”이라고 설명했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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