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한남5구역과 서초구 신동아아파트 등 재개발·재건축 조합 10곳이 전자투표를 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자투표는 집이 낡아 주인이 다른 곳에서 주로 사는 재개발 구역과 공사가 시작돼 집주인 주소 파악이 어려운 재건축 단지에서 유용하게 쓰인다. 서울시는 전자투표 시범사업을 내년 20곳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가 지난 8월 모집한 ‘정비사업 전자투표 활성화 시범사업’에 한남5구역과 서초 신동아, 강남구 대치쌍용1차, 은평구 수색6·9구역, 동작구 흑석11구역, 성북구 장위15구역, 관악구 신림건영1차 등이 참여하고 있다.
신림건영1차는 지난 26일 총회에서 시범사업으로 도입한 전자투표시스템을 처음 활용했다. 조합원이 526명으로 많은 데다 상당수가 세를 내준 소유자여서 총회를 열 때마다 소집에 어려움을 겪은 곳이다. 신림건영1차는 전자투표 덕분에 3주가량 걸리던 사전투표 기간을 10일로 대폭 단축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체 조합원의 80%가 전자투표에 참여할 정도로 편의성이 높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비사업 조합 총회에서 안건을 의결하려면 조합원 과반수(사전투표 포함)가 참석해야 하고, 참석한 조합원 과반수의 동의도 필요하다. 총회 당일 조합원 10% 이상은 직접 현장에 와야 한다. 총회에 앞서 사전투표 때도 길게는 한 달 이상 조합원에게 서면으로 등기우편을 보내고 투표 결과를 받아야 한다. 조합원이 바뀌거나 이사했을 때 신규 주소 파악이 쉽지 않다. 간단한 안건 의결에도 적지 않은 비용과 시간이 투입된다.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조합원 4042명) 등 대단지에서는 대면 총회 개최에 1년 넘게 걸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전자투표시스템에선 조합원이 바뀔 때마다 주소지가 업데이트된다. 새 조합원은 조합 가입 때 주소지를 기재하기 때문이다. 등기우편을 보내야 하는 사전투표에 전자투표를 도입하면 시간이 대폭 단축된다. 조합원은 총회 안건에 대한 정보도 본인의 휴대폰으로 확인할 수 있다.
서울시는 시범사업에서 전자투표 시행 비용의 절반을 지원하고 있다. 내년 전자투표 활성화 사업 대상지를 20곳 이상으로 늘리고, 관련 비용도 예산에 반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자 동의서 징구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불법이었다. 그러다 8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도시정비 전용 토지 등 소유자 본인 전자서명을 통한 동의서 징구’를 규제 샌드박스 사업으로 지정하면서 길이 열렸다. 특례기업으로 레디포스트와 이제이엠컴퍼니가 지정돼 사업을 펼치고 있다. 전자투표 상용화 등을 담은 도시정비법 개정안이 지난 1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해 도입을 앞두고 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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