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 물가 상승으로 인해 김장을 포기하고 포장김치를 사 먹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한 식품업체가 포장김치를 저렴하게 판매하겠다고 소비자들을 현혹한 뒤, 돈만 받고 잠적했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지난 29일 JTBC '사건반장'은 국내 한 식품업체에서 김치를 주문한 소비자들이 구매한 김치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배추 수급이 어려워 배송이 지연된다"는 안내를 끝으로 연락이 두절됐다는 것.
방송에 따르면 해당 업체는 국내산 포기김치 10㎏를 '2만29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다고 소비자들을 끌어모았다. 한 대형 포장김치 업체에서 판매하는 가격의 약 3분의 1 수준인 파격가였다.
피해자들은 다른 상품은 카드 결제가 가능했지만, 김치 품목만 무통장 입금을 유도했다고 입을 모았다. 애초부터 사기를 치기 위해 이런 방법을 사용한 게 아니냐고 의심하는 상황이다.
피해자 A씨는 "10월 11일 배너를 통해 김치를 홍보하길래 사이트에 들어갔는데 김치가 너무 저렴해서 일단 주문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배추 수급이 어려워서 좀 늦을 거라고 먼저 얘기를 해 주시더라"고 했다.
이어 "어느 날 딱 봤더니 카톡 프로필이 '알 수 없음'으로 돼 있더라. 이상해서 거기 있던 휴대폰 번호로 연락했더니 '배송이 늦어져 귤을 같이 보내주겠다'고 했다"며 "10월 21일부터 답변 없이 아예 잠수"라고 덧붙였다.
다른 피해자 B씨는 "지금 김치값이 너무 비싼데, 이걸 가지고 사기 친다는 게 못됐다"고 했다. 피해자들은 수백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해당 업체의 소재와 피해 규모를 파악하고 있다.
한편, 김장 물가 상승으로 인해 김장을 포기하고 포장김치를 사 먹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포장김치 1위 업체 대상은 당초 자사 몰인 정원e샵에서 이달 중순이면 포기김치 판매와 배송이 정상화된다고 공지했다가, 시점을 다음 달 초로 미뤘다. 포장김치 2위인 CJ제일제당도 자사 몰 CJ더마켓에서 비비고 포기배추김치 등 일부 제품이 '일시 품절' 상태다.
가격조사기관 한국물가협회가 지난 29일 기준 17개 시도 전통시장에서 김장 재료 15개 품목 가격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4인 가족 김장 비용이 41만9130원으로, 1년 전(35만530원)보다 19.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마트에서 김장재료를 살 경우에는 4인 가족 기준 52만1440원으로, 1년 전(43만3990원)보다 9만원 가까이 올랐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