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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경제석학 자크 아탈리가 "미국의 공공 부채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고 수준으로 미국은 파산했다"고 지적했다.
30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열린 미래투자이니셔티브(FII)에 대담자로 참석한 아탈리는 "경제 성장세가 약해지면 미국의 국가 채무와 달러화 상황이 악화할 것이고 커다란 재앙이 닥칠 수 있다"며 이 같이 전망했다. 프랑스 경제학자인 아탈리는 '더 나은 미래', '미래의 물결' 등 수십권의 책을 집필한 세계적 석학이다.
그는 "미국은 1945년 이후 국내총생산(GDP) 대비 116%에 이르던 부채 규모를 잘 소화해 20%까지 낮췄는데, 이는 경제 성장 덕분"이라며 "지금은 아무리 경제가 성장해도 120%를 웃도는 채무 비중을 소화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1948회계연도 기준 96%였던 미국의 GDP 대비 연방정부 부채 비율은 1974회계연도 32%까지 줄었다가 이후 꾸준히 늘어 2020회계연도엔 126%를 기록했다. 2024회계연도에도 124%로 집계됐다.
아탈리는 미국 대선 국면에서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보편적 관세'를 공약으로 내건 것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그는 "이것이 바로 중국이 트럼프를 선호하는 이유"라며 "관세의 부정적인 영향은 성장세를 약하게 하고, 이로 인해 부채에 대한 대응 능력도 약해진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역사적으로 부채를 줄이는 방법은 성장과 과세,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전쟁 등 4가지뿐인데, 유일하게 안전한 방법은 성장"이라고 지적했다.
이어서 "내년 초 새 대통령 취임식쯤 (미국 연방정부가) 국가부채 한도를 상향하는 것도 하나의 해결책으로 보일 수 있지만 이렇게 되면 채무가 부풀다가 어느 순간에 이르러 무슨 일이 생길 수 있다"며 "성장을 약화시키면 커다란 재앙이 닥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아탈리는 "세계는 누가 새 미국 대통령이 되든,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경제이자 가장 강력한 화폐를 가진 나라가 파산한다는 사실을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런 가운데 블룸버그통신은 "미국 연방정부의 예산 적자 확대 가능성이 미국 국채 금리 상승을 촉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대선 이후 누가 당선되든 미 국채 투자자들은 미국의 재정 상황이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는 분석에서다. 지난 28일 690억 달러 규모의 2년 만기 미국 국채 입찰에서 투자자 수요가 저조해 금리가 상승(채권 가격과 금리는 반대로 움직임)했다. 이는 몇 주간 계속된 국채 매도세의 일환으로, 최근 중앙은행(Fed)의 추가 금리 인하 기대감이 줄어든 이후 가속화되고 있다.
미국 국채 발행 규모는 당분간 줄어들 가능성이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메디케어와 사회보장제도 등 연방 지출 프로그램 비용이 연방 세수보다 빠르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특히 공화당이 백악관과 의회를 모두 장악할 경우 세금 감면의 연장과 추가 감세 가능성으로 인해 예산 격차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선거 공약은 향후 10년 동안 적자를 7.5조 달러까지 확대할 것이라는 분석에서다. 이는 민주당 후보인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의 공약으로 인한 예상 적자보다 두 배 이상 크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