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ESG] ESG NOW - 아시아의 전환 금융
“공공 중심의 분야별 녹색금융(green finance) 지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금융 자체를 녹색화(greening)하는 것이 중요하다. 공공과 민간의 역할이 나뉘는 현 경제에서 공공의 적절한 규제와 민간의 수익 창출이라는 이상이 조화를 이뤄야 할 것이다.”
홍콩의 비영리 싱크탱크 시빅 익스체인지(Civic Exchange) 라이오넬 목 박사는 지난 10월 29일 홍콩 리갈 호텔에서 열린 아시아 기자단 초청 포럼에서 이같이 말했다. 시빅 익스체인지는 홍콩 정부와 함께 많은 리서치를 하는 싱크탱크다. 이들은 아시아의 청정에너지 전환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리고 전환 금융 허브로서 홍콩의 사례를 공유하기 위해 아시아의 주요 언론을 초청, 전환 금융 전문가들과 함께하는 포럼 자리를 마련했다.
그는 정부의 가이던스, 구조적 발전, 시장 활성화 등 삼각동맹이 지속가능금융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보았다. 지속가능금융을 위한 어젠다로는 ▲은행 스스로의 넷제로 ▲자금 조달의 넷제로 ▲공시제도와 기술개발 등으로 지속가능성을 더욱 포용적이게 하는 것 ▲지속가능한 미래에 대한 투자 등 4가지를 꼽았다.
또 목은 현재 홍콩에서 강조되는 것은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자금이 흐르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전체 탈탄소화를 위해서는 공급업체까지 탈탄소화 여정에 참여하게 하고, 산업별 구체적 벤치마크를 제공해 2050년 넷제로를 이룰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 물리적 리스크나 전환 리스크 등 기후와 관련한 리스크를 평가 및 관리하고, 회복탄력성을 높여야 한다.
아시아 국가, 전환금융 기준 확립 필요
기후 위험 극복을 위한 5가지 핵심 원칙으로는 거버넌스, 투자, 상품 및 경영, 이해관계자와의 연계, 지속가능성 보고를 꼽았다. 목은 “정부는 전환 금융의 기준을 세우고, 불확실성을 해소하며, 글로벌 벤치마크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발적 탄소시장(VCM) 또한 주목해야 한다고 보았다. 목은 “자발적 탄소시장은 기업의 탄소배출량을 상쇄하면서 다양한 탄소감축 사업을 육성할 수 있다”며 “양질의 크레디트를 생산하는 프로젝트를 통해 신뢰할 수 있을 만한 높은 품질의 탄소 크레디트가 시장에 제공되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다음으로는 필리스 모 홍콩성시대학교 회계학과 교수가 2021년 홍콩 금융관리국 데이터를 통해 홍콩의 금융기관이 발생시키는 온실가스배출량(금융배출량)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방법론은 탄소계산법인 PCAF 모델을 사용했다. 홍콩의 총금융배출량(스코프 1+2)은 3억80만tCO2e으로, 탄소집약도는 8900만tCO2e으로 집계됐다.
모 교수는 “미국, 캐나다 등과 비교할 때 홍콩의 탄소집약도는 낮은 편인데, 이는 금융 도시인 홍콩의 특징 때문”이라며 “석유, 가스, 석탄 등을 생산하거나 제조업 기반 국가들은 탄소집약도가 높은 편이다”라고 덧붙였다. 모 교수의 말에 따르면 대출의 경우 비즈니스 대출은 3161만tCO2e, 주택모기지대출은 200만tCO2e으로 비즈니스 대출의 비중이 훨씬 높다.
그는 “측정 데이터는 일부 정확도가 떨어지고 불완전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국가 수준의 금융배출량을 처음 계산해내 향후 비교지표로 삼을 수 있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홍콩 금융당국은 정확한 데이터를 제공하기 위해 모든 금융기관의 탄소배출량과 금융배출량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리포트에 공시하게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시아, 전환을 위한 기회 무궁무진
이어 연단에 오른 금융사들은 전환에 대한 구체적 정의와 원칙, 틀을 공유하는 것을 중요하게 보았다. 그러면서 아시아 시장을 녹색화하기 위한 기회가 무궁무진하며, 앞으로 전환 기회를 넓혀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피력했다.
스테이시 웡 스탠다드차타드 중국 및 북아시아 지속가능금융 대표는 “고객을 어떻게 전환으로 이끌지 고민해야 한다. 고객들이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금융도 전환할 수 없다”며 “우리는 고탄소부터 저탄소까지 12개 섹터를 나눠 포트폴리오를 관리하고 있다”며 “탄소집약도가 높은 고객에게 공시나 전략 등에 대해 조언하는 것은 금융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전환과 관련해 아시아에 엄청난 기회가 있다고 보았다. 그는 “아시아와 이머징 마켓에 전환을 위한 거대한 자금이 흘러 들어가고 있다”며 “리스크가 아닌 기회로 보고 아시아의 전환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브리엘 윌슨-오토 피델리티 지속가능성 책임자는 “자산운용 입장에서 ESG는 기본적으로 펀더멘털과 관련된 리스크 중 하나로 보지만, ESG를 고려한 투자라는 것은 투자로 인한 수익을 고려하면서 동시에 지속가능성 성과까지 고려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또 “지속가능성을 위한 투자는 2가지 목표가 있고, 투자로 인한 단기 수익이 나지 않더라도 지속가능성을 위한 성과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수익을 내는 동시에 지속가능한 성과를 창출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탄소 기업이 많은 아시아의 경우 전환 금융에 대한 글로벌 수준의 프레임워크를 구성하고 이를 구체적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가별로 국가 특성을 반영해야 한다”며 “로컬 마켓은 기후 기술이나 공시 수준, 자금 등이 모두 달라 하나의 잣대로 비교하기 어렵다”고 말한 뒤 “해당 지역의 특성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전했다.
발레리 콴 아시아 투자자 그룹(AICCC) 스튜어드십 & 인게이지먼트 부문 대표는 AICCC가 아시아 시장을 변화시키기 위한 다양한 활동에 대해 소개했다. 콴은 “AICCC는 아시아 11개 시장의 투자자에 기반해 아시아의 전환을 이끌고 있는 그룹”이라며 “정부의 입김이 큰 아시아의 특성상 정부 정책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레이스 후이 넷제로아시아 대표 겸 홍콩대 겸임교수는 “아시아를 탈탄소화하기 위해서는 탄소시장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봤다. 후이 대표는 한국과 중국, 태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필리핀, 인도네시아, 호주 등 아시아의 많은 국가가 배출권거래시장(ETS) 혹은 탄소세를 도입했거나 도입할 예정임을 소개하면서 아시아에서의 탄소시장이 탄소감축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자발적 탄소시장의 가능성도 높게 봤다. 특히 필리핀이 플라스틱에 대해 상쇄 크레디트를 제공하는 것이 독특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앞으로 아시아 국가들이 ▲탄소중립이라는 목표 및 공시를 확정하고 ▲자발적 시장의 경우 탄소 크레디트 양과 질에 대해 공시하며 ▲인증시장을 키우고 ▲탄소시장 참여자의 공급망에 대한 규제를 실시하고 ▲탄소 자산 상품을 설계하는 등 과제가 남아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아시아 국가는 일종의 동맹을 맺어야 한다”며 “한국, 싱가포르, 홍콩 등 주요국이 서로 의견을 나누며 궁극적 기후 목표와 연관된 표준화된 프레임워크를 만들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홍콩=구현화 기자 ku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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