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김장철 시작을 앞두고 급등한 배추값이 하락세로 돌아섰다. 서늘해진 날씨에 가을배추 출하 지역이 중부지방으로 확대돼 공급량이 크게 늘어난 영향이다. 30일 팜에어·한경 농산물가격지수(KAPI)를 산출하는 가격 예측 시스템 테란에 따르면 전날 기준 배추 도매가는 ㎏당 913원으로 전주 대비 24.2%, 전월 대비 48.66% 하락했다. 배추 ㎏당 도매가가 1000원 밑으로 떨어진 건 지난 8월 초 이후 약 3개월 만이다.
한때 포기당 1만원에 육박한 소매 가격도 안정을 되찾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30일 기준 배추 한 포기(상품) 전국 평균 소매 가격은 6502원으로 전월 대비 32.1% 하락했다.
배추값이 크게 내려간 건 공급량 증대로 수급 불균형이 해소됐기 때문이다. 이달 중순 들어 중부지방 낮 최고 기온이 20도 안팎 수준으로 떨어지며 배추 생육에 적정한 조건이 갖춰졌다. 수확이 가능한 산지도 강원 고랭지에서 경기, 경북, 충북 등지로 늘어났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충북 단양과 충주, 경북 문경 등지에서 배추가 출하되기 시작해 공급량이 크게 늘었다”며 “11월부터 충청·경상·전라 등 남부지방에서 출하가 본격화하면 시세가 조금 더 안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무(-44.48%) 양상추(-24.96%) 토마토(-17.15%) 등 주요 채소류 도매가격도 1주일 만에 크게 하락했다. 이런 추세라면 본격적인 김장이 시작되는 11월 중순 무렵에는 주요 김장 재료 가격이 평년 수준을 되찾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고춧가루와 깐마늘, 굵은 소금, 새우젓, 멸치액젓 등 주요 김장 속 재료 가격도 대체로 전년 대비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현시점에서 소비자들이 배추를 주재료로 김장을 하기엔 가격 수준이 다소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현재 배추 소매가는 여전히 평년 대비 32.4%가량 높은 수준이다. 한국물가협회는 29일 기준 전국 17개 시·도 전통시장에서 김장 재료 15개 품목 가격을 조사한 결과 4인 가족 김장 비용이 41만9130원으로 1년 전 대비 19.6% 증가했다고 밝혔다.
다만 물가협회는 최근 배추값이 안정세를 보이는 점을 감안해 김장 비용이 더 낮아질 것으로 판단했다. 김기일 물가협회 과장은 “배추 가격이 여전히 높지만 가을배추 출하 증가로 김장철 수급은 양호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김장 성수기인 11월 중순 이후로는 부담이 작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오형주/라현진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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