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거장들의 작품 속에 나타난 풍경 속으로 떠나는 여행. 오늘은 에곤 실레의 그림 속 툴른으로 떠나봅니다.
서른 살이 채 되지 않는 나이에 스페인 독감으로 짧은 생을 마감한 에곤 실레. 그러나 ‘천재’라는 수식어가 붙기에는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었다. 그의 혁신적인 작품은 실레를 빈 모더니즘을 대표하는 예술가로 만들어놓았다. 실레는 독특한 제스처와 표정, 신체의 탐구를 통해 자기 성찰과 존재론적인 질문을 담아냈다.
도나우 강 남부에 위치한 툴른은 에곤 실레의 고향이다. 그가 어린 시절을 묘사한 작품에서 배경이 되는 마을이 바로 이곳이다. 툴른역 역장이었던 아버지 덕분에 어린 시절 실레의 그림에는 기차가 자주 등장하기도 했다.
실레의 발걸음을 좇아 툴른에 왔다면 우선 에곤 실레 박물관부터 시작해보자. 실레 탄생 100주년을 맞아 문을 연 곳으로, 100여 점의 작품과 개인 소품이 전시되어 있다. 툴른에서 보낸 어린 시절을 담은 작품부터 학창 시절 사용했던 물품, 그와 가족의 사진을 만날 수 있다.
물관은 1898년에 지어진 툴른 감옥을 개조한 것인데, 실레 역시 이 감옥에 잠시 수감된 적이 있다고 하니 진정한 의미의 ‘실레 성지순례’라고 할 수 있겠다.
툴른은 평화로운 소도시로, 실레의 흔적 외에도 볼거리가 많다. 잔잔히 흐르는 도나우강과 아기자기한 전경을 자랑하는 정원이 발걸음을 멈추게 만든다.
이 밖에도 다양한 주제로 꾸며진 정원을 산책할 수 있는 ‘가르텐 툴른’, 평화로운 아우바트 호수, 도나우 강 위에서 펼쳐지는 공연을 감상할 수 있는 수변 무대 ‘도나우뷔네’ 등이 꼭 둘러볼 만한 곳.
툴른은 또한 오랜 역사가 깃든 도시다. 로마제국 시대에는 도나우강 인근의 국경을 보호하기 위한 요새로 쓰였다. 덕분에 도시 곳곳에서 당시의 유적을 찾아볼 수 있다. 로마네스크 양식 납골당(1240년대), 마이너리텐 교회(1730년대), 탑(16세기경)을 비롯해 수많은 고딕 및 바로크 건물, 기념물이 툴른에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불어넣는다.
전시 <비엔나 1900, 꿈꾸는 예술가들>
비엔나가 ‘예술의 도시’로 불리는 데 공헌한 것은 화가와 음악가뿐만이 아니다. 자신만의 안목으로 뛰어난 작가와 작품을 알아보는 컬렉터들은 예술을 길러내고, 예술의 도시로 만들었다.
루돌프 레오폴트·엘리자베트 레오폴트 부부는 오스트리아에서도 손꼽히는 컬렉터였다. 이들은 일생에 걸쳐 5200여 점의 작품을 수집했다. 세기전환기 오스트리아 모더니즘 미술에 깊은 관심을 가졌던 이들은 전 세계에서 에곤 실레 작품을 가장 많이 소장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러한 방대한 소장품을 바탕으로 문을 연 곳이 바로 레오폴트미술관이다.
전시 <비엔나 1900, 꿈꾸는 예술가들>은 한국에서도 레오폴트 미술관의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는 자리다. 전시에서는 비엔나 1900년을 대표하는 ‘꿈꾸는 예술가’들을 만나볼 수 있다. 구스타프 클림트, 콜로만 모저, 요제프 호프만을 비롯해 리하르트 게르스틀·오스카 코코슈카, 에곤 실레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김은아 한경매거진 기자 una.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