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의 신축 기숙사 건립 문제가 대학과 임대사업자 간의 갈등을 넘어 일파만파 확산 조짐을 보이고 있다. 공실률을 우려하는 대학가 원룸 등 임대사업자의 인천시청 앞 반발 시위가 연일 계속되고 있어서다.
반면 인하대 총동창회는 29일 기숙사 건립 지지 성명서를 발표했으며, 인하대 총학생회는 신축 기숙사 건립을 관철하기 위해 국민권익위원회에 고충 민원을 내기로 했다.
인하대 인근 지역을 지역구로 둔 기초단체와 시의회 의원은 상생 해결 방안을 찾고 있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인천시-기숙사건립반대위, 30일 간담회
인천시는 30일 황효진 정무부시장과 시민사회수석 등이 참석해 '인하대 기숙사건립반대위원회' 관계자와 간담회를 갖기로 했다.
인하대가 올해 초 신규 기숙사(행복기숙사) 건립을 추진하자마자 대학가 인근 임대사업자 중심의 건립반대위원회가 시장 면담을 요구하는 시위를 계속하고 있어서다.
시 관계자는 "일단 주민들의 입장을 들어보고 이후 상생협의체 구성 등을 논의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반대위의 주장은 간단하다. 학생들의 기숙사 수용률이 늘어나면 임대사업의 공실률이 높아져 생계가 위협받는다는 것. 이달 초에는 신규 기숙사 수용 인원의 축소 등 조율을 제안했으나 지금은 아예 건립 반대로 돌아섰다.
▶신축 기숙사 왜 필요한가
인하대는 웅비재(기숙사 2000년 건립), 비룡재(2005년)를 건립해 2406명이 수용 가능한 기숙사를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인하대 재학생은 현재 약 1만9000여 명으로 기숙사 수용률은 약 12.6%에 불과하다. 전국 대학 평균 기숙사 수용률인 23.5%에 비하면 한참 모자란다.
기숙사 입주 당첨은 대부분 대학과 거리가 먼 영남·호남·충청권 학생들이 차지한다. 대중교통으로 통학하기 어려운 경기북부지역 학생들도 기숙사 사용을 원하고 있지만 하늘의 별 따기다. 인천을 제외한 서울·경기도 지역에서 통학하는 학생 비율이 47%나 된다. 점점 증가하는 외국인 학생들도 기숙사 이용을 희망하고 있어 추가 건립이 불가피하다는 게 대학 측 설명이다.
대학 관계자는 "생활관 준공 20년이 넘었기 때문에 노후화가 시작돼 전기·배관 시설의 내구연한이 초과한 상태"라며 "매년 보수를 하고 있지만 노후화가 심한 경우 보수기간이 점점 늘어나는 것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게다가 기존 인하대 생활관은 대부분 4인실이기 때문에 단체생활에 익숙하지 않은 MZ세대에게 외면받고 있다. 화장실도 대부분 복도에 있는 공동화장실 구조이기 때문에 신축 기숙사 건립이 필요해 보인다.
대학 관계자는 "기존 생활관은 대부분 4인실인데, 학생들은 1, 2인실을 요구하기 때문에 최소한 2인실 전용의 기숙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신축 기숙사(15층, 연면적 3만3660㎡)는 내년 초 착공해 2027년 초 학생들을 수용할 계획이다. 총 902실이며 수용인원은 1794명이다. 기존 두 개의 생활관 수용 가능 인원과 합하면 총 4200명. 수용률이 22%로 늘어나 전국 대학 기숙사 수용률과 비슷하게 된다.
▶국민권익위원회에 고충 호소하는 학생들
인하대 총학생회는 내달 초 국민권익위에 행복기숙사 건립에 따른 논란에 대해 민원을 신청하기로 했다. 국민권익위원회에 함께 제출하기 위해 이달 23일 기숙사 건립 촉구 서명운동도 시작했다. 일주일 만에 1000여 명이 참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하대 학생 A씨는 "전세 사기를 피하기 위해 부동산 계약 지원 복지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주거 취약계층인 학생의 보호를 위해 기숙사 신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진규 총학생회장은 “학생들은 전세 사기에 대한 공포감, 월 40만원 대의 높은 월세 등 때문에 대학 기숙사를 희망한다"며 "요즘 세태에 맞는 1~2인실의 방 구조, 강연-토론-체험 활동이 가능한 최신식 기숙사에서 생활하고 싶은 학생들의 희망을 돈벌이 수단으로 바라보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인하대 총동창회도 모교의 신규 기숙사 건립에 적극 찬성하고 나섰다. 총동창회의 29일자 성명서에 따르면, 지방 학생들은 주거 문제로 인해 학업에 전념하지 못하고, 경제적 부담을 느끼는 등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에 안전하고 쾌적한 주거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행복기숙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성명서에 담았다.
총동창회 관계자는 "행복기숙사는 학습환경 개선과 지역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사업"이라며 "대학과 인근 주민들의 상호 이해와 협력을 통해 지역 상권 활성화에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하대 관계자는 "기존 기숙사 입주 학생들의 거주지를 인천으로 하는 전입신고를 권장해 600여 명이 등록을 마쳤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재학 기간 인천에 자리 잡고 생활하는 만큼 지역주민으로 소속감을 가지고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서다.
▶임대사업자 "후문가 경제 붕괴할 것"
인하대 후문가에 있는 원룸 등 임대사업자들은 발끈하고 나섰다. 지금도 후문가 원룸의 공실률이 20%가 넘는데, 기숙사가 추가로 생기면 생존권 문제에 직면한다는 게 반대위원회의 주장이다.
게다가 인하대 정문에 오피스텔 2000여 가구가 추가로 들어서 임대사업이 한파를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건립반대위원회 관계자는 "신규 오피스텔에서 2000여 명을 수용하고, 신축 기숙사에서 1800여 명을 데려가면 후문가 지역경제는 한순간에 무너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대출받아 시작한 임대사업은 불황에 이어 집값 하락으로 이어진다는 게 반대위의 주장이다.
인하대 기숙사건립반대위원회에는 약 480여 명이 참가하고 있다. 인하대 후문가에 약 600~700명이 임대사업자가 있는 것으로 위원회는 파악하고 있다.
이현덕 기숙사건립반대위원회 대표는 "정부의 재정지원을 받아 여유 있을 때는 기숙사 건립을 회피하고 악화된 재정을 메우기 위해 기숙사 건립을 추진하는 것은 꼼수"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정부의 각종 대학 지원금 선정 기준에서 기숙사 수용률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점을 노리고 기숙사를 추진한다는 게 반대위의 주장이다.
김대영 인천시의회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인천시와 미추홀구는 청년 주거문제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천=강준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