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사우디아라비아 항구도시 제다에 자리 잡은 세계 최대 돔형 전시장인 ‘슈퍼돔’. 시계가 오전 10시(현지시간)를 가리키자 축구장 5개 크기(3만4636㎡) 전시장 한가운데 들어선 기아 부스에 사람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이날 처음 공개되는 기아의 첫 중형 픽업트럭 타스만을 ‘직관’(직접 관람)하기 위해서다. 타스만의 실루엣이 뿌연 연기 사이로 나타나자 전 세계에서 온 400여 명의 기자와 유튜버는 환호성을 내질렀다. 무대에 오른 송호성 기아 사장은 “타스만으로 글로벌 픽업트럭 시장을 뒤흔들 것(shake up)”이라고 했다.
461조원 픽업트럭 시장 ‘정조준’
중동을 대표하는 모터쇼인 ‘제다 모터쇼’가 이날부터 나흘 일정으로 개막했다. 부스 위치로 보나, 내놓은 신차로 보나 기아는 단연 주인공이었다. 기아는 18개 참가 기업 중 가장 큰 규모(1958㎡)로 차린 부스에 EV3·5·6·9 등 전기차와 K3·5, 스포티지, 쏘렌토 등 내연기관차를 타스만과 함께 전시했다.호주 타스만해협에서 이름을 딴 타스만은 올해 창사 80주년을 맞은 기아가 자체 개발한 1호 중형 픽업트럭이다. 픽업트럭 특성상 외부는 쏘렌토보다 크지만 실내는 스포티지와 비슷하다. 가솔린 2.5L 터보엔진을 8단 자동 변속기와 결합했다. 디젤 2.2L 터보엔진도 선택할 수 있다. 가솔린 기준 최고 출력은 281마력이다. 경쟁 모델인 도요타 하이럭스(235마력)보다 출력을 19% 이상 끌어올렸다.
기아는 타스만의 타깃 시장을 중동 아프리카 중남미 등 신흥시장으로 보고 있다. 특히 중동은 기아가 1975년 카타르에 ‘브리사’를 수출하며 첫발을 내디딘 뒤 50여 년째 브랜드 존재감과 고객 충성도를 견고히 구축한 핵심 시장이다. 제다 모터쇼를 데뷔 무대로 결정한 배경이다. 최근 중동에선 픽업트럭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과탐 아룬 기아 아프리카·중동권역본부 상품팀장은 “주말이면 픽업트럭을 몰고 도시 밖 사막으로 나가 모래 언덕을 질주하는 ‘듄 배싱’이 유행하며 픽업트럭 수요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포천비즈니스인사이트에 따르면 세계 픽업트럭 시장은 2032년 3333억달러(약 461조원)로 올해(2185억달러)보다 1.5배 커질 전망이다. 지난해에는 세계적으로 492만 대의 픽업트럭이 팔렸다. 기아는 경기 화성공장에서 생산한 타스만을 내년 상반기 국내를 시작으로 호주, 중동, 아프리카 등지에 순차적으로 출시할 계획이다. 판매 가격은 4000만원 안팎으로 시장은 추정하고 있다.
제다 모터쇼 개막 30만 명 참석 전망
제다 모터쇼는 1978년 출범한 ‘사우디 국제 모터쇼’의 후신이다. 올해 모터쇼에서는 중국 기업의 공세가 거셌다.전체 참가 기업 중 절반(9개)이 비야디(BYD)와 지리차 등 중국 브랜드였다. BYD는 지난해 상하이 모터쇼에서 첫선을 보인 대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양왕 U8을 중심으로 전시회를 준비했다. 대당 가격이 2억원을 넘는 프리미엄 모델이다. 지리차는 대당 2800만원 안팎의 전기 SUV E5를 소개하는 미디어 행사를 열었다. 기아 다음으로 큰 부스를 세운 도요타는 고성능 모델 GR 야리스 등으로 미래 전략을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사우디 왕위 계승 서열 1위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이날 기아 부스를 찾아 타스만과 EV9에 많은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산업 육성은 빈 살만 왕세자의 숙원 사업이다.
제다=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