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오래전부터 ‘차기’로 불렸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우리에게는 추미애도 있다”며 대통령감으로 지목한 게 2002년 말이다. 좌파 진영에 희귀한 대구 출신 여성에다 DJ가 발탁한 법조인이라는 이력 덕을 톡톡히 봤다.
정치 족적도 화려하다. 헌정사상 최초 여성 6선 의원에다 첫 선출직 여성 여당 대표를 지냈다. 법무부 장관으로 국사에도 참여했다. 하지만 야권에서도 이제 그를 미래 지도자로 지목하는 분위기는 약하다. 고비마다 작렬한 수많은 무리수와 자살골 탓이다.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이 대표적이다. 2018년 당 대표 시절 “네이버 댓글이 수상하다”며 알바부대 수사를 요청했지만 자충수가 되고 말았다. 특검을 꾸려 범인을 잡고 보니 당내 대권주자 김경수의 공모가 드러났다. 윤석열 대통령 만들기에도 기여했다. 눈엣가시였던 검찰총장 윤석열을 찍어내려고 갖은 무리수를 두다가 체급만 키워줬다는 지적을 받는다.
5개월 전 국회의장 선거에서 ‘모두가 놀란 추미애의 패배’에는 이런 배경이 작용했다. 이재명 대표 지지로 ‘어의추’(어차피 의장은 추미애)라는 말이 돌았지만 동료 의원들은 냉정했다. 추 의원의 무리수는 소속 정당을 넘어 국정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그는 “훈련을 더 빡세게 시킨다고 전쟁 위험을 막을 수 있느냐”며 평화론을 펼쳤다. 북의 무인기 도발에 대통령이 군 훈련 강화를 주문한 데 대한 반응이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훈련으로 지키지, 대북 뒷거래로 지키느냐”고 통탄한 대로 안보 자해에 가깝다. ‘에너지 자살골’도 걱정이다. 추 의원은 지역구(하남)에 들어서는 동서울변전소 건설에 주민 과반 동의를 요구하는 특별법을 준비 중이다. 시급한 전력망 건설을 패스트트랙으로 해도 모자랄 판에 ‘슬로트랙’을 주장하는 님비 법안이다.
무릇 큰 정치인이라면 국민 삶을 지켜내야 한다. “지역 이익과 국가 이익 충돌 시 서슴없이 국가 이익을 옹호할 것입니다.” 늘 억압받는 자의 편에 섰던 ‘19세기 영국이 낳은 최고 인물’ 에드먼드 버크의 말이다.
백광엽 논설위원 kecor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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