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구득(求得·구하고 얻음) 코디네이터’는 가장 절망적인 상황에 놓인 분들을 만나 업무를 시작한다. 처한 상황이 너무나 좋지 않기에 처음 만났음에도 일상적인 인사를 하기가 매우 조심스럽다. 코디네이터는 대개 젊은 간호사인데 비슷한 나이대 기증자를 만나면 어쩔 수 없이 마음 한쪽이 무너지는 경험을 한다.
다른 좋은 방법이 떠오르지 않아 같이 일하는 동료에게만 조용히 속삭인다. “눈물 난다. 그치?”
애국가 외듯 할 수 있는 기증 관련 설명보다 코디네이터들이 진짜 하고 싶은 말은 이런 것이 아닐까? “만약 기증에 동의해 주시면 제가 어머님 마지막 곁을 지키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그리고 의료진과 선하게 협력해 가족분들의 마음을 소중히 여기겠습니다.”
짧게는 1박2일, 때로는 2박3일의 업무로 지칠 대로 지친 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와, 천사 같은 모습으로 자는 딸아이를 바라보며 조용히 속삭여 본다. “딸. 우리가 사는 세상엔 누군가의 끝이 누군가의 시작이 되는 기적과 같은 일이 일어난단다. 헤아릴 수 없는 큰 슬픔 속에서도 희망이 싹틀 수 있다니 이게 기적이 아니면 어떤 것을 기적이라 할 수 있겠니. 그래서 엄마는 너와 같이 기도하고 싶단다. 엄마가 병원에서 만났던 분들의 평안을…. 그리고 궁금하단다. 지난 몇 해 동안 함께 기적을 만들어 주신 기증자의 가족분들이 잘 지내지는지…. 엄마의 마음속에 오래오래 잊히지 않는 그분들 말이야. 그런 분들이 계셔서 엄마는 감사함과 소중함을 매일매일 배우고 있단다.”
프랑스 여류작가 마일리스 드 케랑갈의 장기 기증에 관한 소설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에는 이런 내용이 있다. 열아홉 살 아들이 겨울 바다에서 서핑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교통사고로 뇌사 상태가 된 뒤, 부모는 어렵사리 장기 기증을 허락한다. 장기 적출을 위해 수술실에 들어가는 아들을 위해 장기 구득 코디네이터에게 엄마가 마지막 부탁을 한다. “수술 시작 전, 시몽의 귓가에 꼭 말해줘요. 우리가 함께한다고, 그리고 사랑한다고, 어린 여동생 루도, 시몽이 사랑했던 쥘리에트도요.”
그리고 코디네이터에게 이어폰과 MP3플레이어를 내밀며, 어려운 부탁을 한다. “마지막 소원이에요, 7번 트랙에 맞춰 놨어요, 아이가 마지막으로 파도 소리를 듣게 해 주세요….”
지금 이 시각에도 매우 안타깝지만, 생명 나눔으로 생명 이음을 실천하기 위해 숭고한 결정을 내려주신 잠재 뇌사 장기 기증자의 가족이 계실 것이다. 나는 기증자 가족의 전화벨이 울리면 모든 일을 내려놓고, 대한민국 어느 곳이든 달려가는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의 코디네이터들과 같이 일하는 것을 늘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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