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서울 양화대교 인근 선유도공원 내 야외 원형극장. 순백의 드레스를 입은 신부가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단상 앞에 선 신랑을 향해 걸어간다. 이윽고 손을 맞잡은 신랑·신부가 짙어가는 가을 정취 속에 하객들에게 축복을 받으며 평생의 사랑을 서약한다.
올해 성혼 커플만 100쌍 넘어서
29일 서울시에 따르면 이달 개방한 선유도공원 원형극장을 포함해 시내 공공 예식장 26곳에서 혼인한 신혼부부가 올해 100쌍을 넘어섰다. 지난해 29쌍 대비 3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내년 식장을 예약한 예비 부부만 130쌍에 달한다.결혼을 준비하는 커플에게 예식장을 잡는 건 우선 과제 중 하나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급증한 결혼식 수요로 예식장을 잡기 어려워진 데다 비용도 만만치 않아서다. 결혼정보회사 듀오가 최근 2년 이내 결혼한 신혼부부 1000명을 대상으로 결혼 비용을 조사한 결과 예식장 대관에 쓰는 평균 비용은 1283만원에 육박했다.
시는 저출생 극복을 위한 ‘탄생 응원 서울 프로젝트’의 하나로, 공원과 한옥 등 주요 공공시설 26곳을 예식장으로 개방하고 결혼식을 지원하고 있다. 공공 예식장이라고 해서 품질이 낮을 것이란 편견은 금물이다. 차미영 서울시 가족정책팀장은 “도심 속 한옥 ‘성북 예향재’, 강북 북서울꿈의숲, 서울한방진흥센터 등에서 식을 올리기 위해 대기표를 뽑고 몇 달씩 기다릴 만큼 매력적인 공간이 적지 않다”고 강조했다.
대관료는 일부 시설을 제외하곤 전부 무료다. 7월 서울시 출산 및 양육 지원에 관한 조례 및 시행규칙을 개정한 덕분이다. 다만 자치구 소유인 성북 예향재와 은평역사한옥박물관 등은 자체 규정에 따라 50만원, 6만4000원씩 받는다.
강북 솔밭근린공원(40만원)과 서초 매헌시민의숲(6만4350원)도 유료다. 서울시는 이르면 내년부터 이들 시설을 무료로 빌릴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관련 부서와 논의 중이다.
시 “비용 부담 추가로 완화할 것”
일각에선 꽃값에 진행비, 촬영비 등 이런저런 옵션이 추가되면 일반 예식보다 가격 혜택이 크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런 점을 고려해 서울시는 7월 커플당 최대 100만원 한도에서 의자, 테이블 등 비품 운영비를 지원하기 시작했다.대행 업체에서 각종 명목으로 추가금을 붙이지 못하도록 표준 가격안도 만들었다. 실속형, 기본적으로 드는 기획진행비(100만원)와 음향비(50만원)는 동일하다. 꽃 장식은 조화와 생화가 각각 150만원, 350만원이다. 피로연 비용은 뷔페, 한상차림, 도시락 등 선택 옵션에 따라 1인당 5만~6만5000원 선이다.
대관료가 무료인 공공 예식장에서 꽃 장식을 조화로 한 ‘실속형’으로 예식을 올리면 하객 100명 기준으로 피로연 비용까지 총 959만원이 든다. 생·조화를 혼합한 ‘기본형’은 1115만원, 생화인 ‘고급형’은 1321만원이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지방에서 먼 길을 온 하객을 접대해야 하는 신혼부부에게 공공 예식장은 좋은 선택지가 아닐 수도 있다. 호텔, 웨딩홀과 달리 조리시설을 잘 갖추고 있지 않아서다. 예식장 26곳 중 정식 뷔페 코스를 내놓을 수 있는 곳은 현재 한 곳뿐이다. 시 관계자는 “출장 뷔페 대신 주로 도시락을 주문한다”며 “식비를 줄일 수 있어 가격이 합리적인 결혼식을 원하는 신혼부부는 오히려 선호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최해련 기자 haery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