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주 명주정원 대표는 호주에서 유학한 뒤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2018년 경상북도의 도시청년시골파견제 사업 지원을 받아 고향 상주에서 창업했다. 그는 상주 함창에 카페와 복합문화공간을 조성해 연간 18만 명이 찾는 명소로 바꿨다.
버려진 시멘트 공장이었고 폐업한 찜질방으로 방치된 지 오래된 자리에 카페를 만들고 뒷마당의 넓은 정원에는 문화행사를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학창 시절 상주에는 없었던 카페와 문화공간에 대한 갈증을 해소해주고 싶었다”는 이 대표는 “시골에서 보기 힘든 특색 있는 건축공간에서 티소믈리에와 와인 전문가의 강의를 마련하고 잔디가 깔린 넓은 마당에서 파티도 열 수 있도록 했다”고 성공 비결을 밝혔다.
요즘 상주에서는 명주정원 덕분에 인근의 한복진흥원, 명주함창박물관, 곤충체험관도 덩달아 인기다. 이 대표는 “한복진흥원은 아이들 한복 체험도 새로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상주의 명물인 명주를 활용한 ‘함창명주 리브랜딩’이라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이 대표가 새로 만든 법인인 아워시선은 중소벤처기업부가 공모한 ‘로컬브랜드 상권 창출팀’ 사업에 선정돼 내년까지 함창명주 장인학교 운영, 공동브랜드 개발, 메이커 스페이스 구축 등의 사업을 벌인다. 11억원의 사업비도 확보했다. 로컬크리에이터가 상주의 장인, 새로 유입된 청년 기업과 함께 전통 문화유산인 명주의 가치를 높이고 패션과 문화상품을 만드는 일이다. 지역의 인적, 물적 자원을 활용해 관계 인구도 늘리는 모델이 되고 있다. 아워시선은 제주의 카카오패밀리, 강릉의 더루트컴퍼니, 양양의 라온서피리조트 등 쟁쟁한 기업들과 함께 선정됐다.
이 대표는 “한산모시는 한 필에 400만원 정도 한다. 명주가 굉장히 비싼 소재인데도 불구하고 20만원 정도의 헐값에 거래되고 있다”며 “중국산과 국내산을 구분하지 않고 판매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함창은 명주가 나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명주 체험이나 콘텐츠가 거의 없었다”며 “브랜드 육성 전문가, 플랫폼 기업과 함께 소재 원단의 가치를 높이고 새로 유입되는 청년 기업들과 다양한 패션 제품과 체험, 관광상품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앞으로 선정될 청년 기업과 함께 상주의 명주를 태국의 짐 톰슨 같은 명품으로 만들 계획이다.
이 대표의 로컬브랜딩 사업을 안내하고 연계해 준 박철훈 지역과소셜비즈 대표는 “명주정원과 아워시선의 사례는 앞으로 경북의 지자체가 로컬 크리에이터와 청년 기업을 통해 어떻게 지방소멸을 극복하고 관계 인구를 유입해야 하는가를 보여주는 대표 사례”라며 “지방에 귀환한 청년이 또 다른 청년의 유입을 불러오고 지방을 브랜딩하는 플랫폼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상주=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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