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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만 관중 끌어모은 프로야구…실적도 '홈런' 쳤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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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한국프로야구(KBO)는 사상 처음으로 연간 관중 1000만 명을 돌파했다. 정규리그 720경기에 1088만7705명이 입장해 지난해보다 34.4% 증가했다. 종전 최고 기록이던 2017년 840만688명을 가볍게 넘어섰다. 포스트 시즌 경기도 매진 행진 중이다. 그렇다면 기업으로서 프로야구단의 경영 실적은 어떨까. 흥행 대박만큼이나 프로야구는 돈이 되는 사업일까.

흥행 대박, 존속 능력엔 의문
KBO 10개 구단의 재무제표를 살펴보면 국내 최고 인기 스포츠라는 말이 다소 무색해진다. 작년 10개 구단의 총매출은 6150억원, 평균 615억원으로 중소기업 수준에 그친다. 기아 타이거즈, LG 트윈스, KT 위즈, 한화 이글스 등 네 곳이 영업적자를 냈다. 흑자 구단 중에서도 삼성 라이온즈와 롯데 자이언츠는 영업이익이 각각 3억3000만원과 5억6000만원으로 미미한 수준이다. 전년도인 2022년에는 6개 구단이 적자였다.

키움 히어로즈를 제외한 9개 구단은 결손금을 안고 있다. 야구단을 운영하면서 돈을 까먹고 있다는 뜻이다. 기아 타이거즈, 삼성 라이온즈, 한화 이글스는 자본총계가 마이너스, 즉 완전 자본잠식 상태다. SSG 랜더스의 작년 감사보고서엔 다음과 같은 주석이 달려 있다. “유동부채가 유동자산을 180억원 초과합니다. 기업 존속 능력에 의문을 제기합니다.”

모기업 지원을 빼면 사정은 더 나빠진다. 프로야구 경기를 보면 선수 유니폼, 헬멧, 모자 등에 그룹 계열사 이름이 들어간 것을 볼 수 있다. 그렇게 제작하고 광고비 명목으로 돈을 받는 특수관계자 거래다. 모기업이 없는 키움 히어로즈 외에 9개 구단은 특수관계자 매출이 전체의 30~50%에 이른다.
뉴욕 양키스 > KBO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는 다르다. 뉴욕 양키스의 작년 매출은 6억7900만달러(약 9300억원)였다. KBO 전체 매출보다 많다. 210만달러(약 28억원)의 영업이익도 냈다. LA 다저스는 매출 5억8100만달러(약 7970억원), 영업이익 1400만달러(약 192억원)를 얻었다. MLB 30개 구단의 매출 합계는 100억달러가 넘는다.

어쩔 수 없는 시장 규모의 차이가 있다. MLB는 전 세계를 시장으로 둔 리그다. KBO는 내수용이다. 최근 온라인·모바일 플랫폼에 힘입어 해외 팬도 생겨나고 있지만 MLB와 비교할 수준은 아니다. 시장 규모 차이는 중계권료 차이로 이어진다. 올해 KBO 중계권료는 990억원이다. MLB는 폭스와 7년간 51억달러(약 7조원)의 중계권 계약을 맺고 있다. 각 구단이 지역 방송사와 별도로 맺는 중계권 계약도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한국에서 가장 큰 서울 잠실구장의 최대 수용 인원이 2만5000명이다. MLB 구장은 대부분 4만 석이 넘는다. 관중 객단가도 한국은 1만5000원이고, 미국은 100달러 이상이다. 한국 프로야구팀은 모두 구장을 빌려 쓴다. 지방자치단체에 임차료를 내거나 구장 건설비를 지원한다. 구장 내 매점에서 발생하는 매출도 지자체와 나눠 갖는다. MLB에선 8개 팀이 구장을 소유하고 있고 임차료도 한국보다 낮다.
사랑한다, 너 없이는 못 살아
돈을 까먹으면서도 대기업들이 프로야구단을 운영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기업 이미지 제고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사랑한다 LG’ ‘기아 없이는 못 살아’는 LG 트윈스와 기아 타이거즈의 응원가 가사다. 마케팅에 아무리 큰 비용을 써도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특정 기업을 사랑한다거나 너 없이는 못 산다고 노래를 부르지는 않을 것이다. 현대자동차그룹 계열 광고회사 이노션은 2019년 기아 타이거즈의 광고 효과를 5294억원으로 분석했다.

프로야구가 안정적인 캐시카우가 될 수는 없을까. 올해처럼 흥행 대박이 나면 입장료 수입과 굿즈 판매가 늘어 실적 개선을 기대할 수 있지만, 규모의 한계를 극복하기는 어렵다. 입장료 인상이 한 가지 방법일 수 있지만, 기업 이미지 악화를 감수해야 한다. 수익과 인기 사이의 딜레마를 극복하기 힘든 한국 프로야구의 현실이다.

유승호 경제교육연구소 기자 us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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