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과거 저지른 성매매를 신고하겠다며 이혼을 강요한 혐의로 기소된 30대 여성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강요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인천지법 형사18단독 윤정 판사는 강요 혐의로 기소된 30대 여성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28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021년 남편 B씨에게 "(예전에) 성매매한 거 형사 고소된다네. 내가 할 수 있는 거 다 같이 걸어버릴 거야"라며 협의 이혼을 강요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남편이 이혼을 거부하자 A씨는 "이혼 아니면 경찰서 둘 중 하나 결정해"라며 "그게 싫으면 조용히 협의해"라고 말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B씨가 A씨의 강요로 이혼합의서에 서명했다고 판단했다. 합의서엔 차량 소유권을 넘기고, 위자료 5000만원을 지급하는 내용이 담겼다. 실제로 이들은 2개월 뒤 협의 이혼을 했다.
하지만 아내 A씨는 법정에서 "B씨가 조건만남을 하는 등 외도를 해서 다퉜다"며 "서로 합의해 이혼했을 뿐 강요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법원도 강요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하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둘의 대화 녹취를 들어보면 B씨가 '최대한 협의해보자'라거나 '소송으로 안 가는 게 다행'이라는 말을 했다"며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A씨가 B씨의 의사결정을 제한할 정도로 겁을 먹게 할 행동을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어 "B씨가 협박당해 이혼합의서에 서명했다고 볼 증거도 충분하지 않다"며 "범죄가 증명되지 않은 경우여서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다"고 덧붙였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