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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빅테크에 '시간'을 도둑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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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정보기술) 강국’은 한국을 따라다니는 수식어 중 하나다. 빅테크가 글로벌 인터넷 서비스 시장을 장악하고 있지만 한국 시장만은 예외여서 생긴 말이다. ‘검색’의 네이버와 ‘메신저’의 카카오가 ‘좌청룡 우백호’ 역할을 해왔다. 점유율에 부침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두 서비스는 10년 넘게 국내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저물어 가는 K플랫폼 전성시대
하지만 최근 2~3년 새 네카오 철옹성 곳곳에서 균열이 감지되고 있다. 특히 국내 사용자가 플랫폼에 얼마나 오래 머무는지를 보여주는 체류시간 지표가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국내 사용자가 지난 9월 한 달간 네이버에 머문 시간은 평균 454시간이었다. 2022년 같은 기간 512시간, 지난해 9월 483시간 등과 비교하면 감소세가 뚜렷하다. 카카오톡도 2년 새 714시간에서 676시간으로 월평균 체류 시간이 급감했다.

‘시간 도둑’의 정체는 글로벌 빅테크다. 특히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이 네이버와 카카오의 빈자리를 빠르게 파고들고 있다. 지난 2년간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의 월평균 체류 시간은 각각 2042시간에서 2433시간, 576시간에서 851시간으로 급증했다.

과거 검색엔진은 ‘포털(관문) 사이트’로 불렸다. 어떤 서비스를 이용하든 한 번은 거쳐야 하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 하지만 요즘은 검색엔진이 포털로 기능하지 않는다. MZ세대 이용자는 텍스트 검색엔진 대신 유튜브를 통해 정보를 얻는다. 상품 및 여행 상품을 구매할 때도 마찬가지다. 검색엔진이란 중간 징검다리 없이 인스타그램에서 예약 사이트로 바로 움직이는 사용자가 급증하는 추세다.

메신저 시장도 녹록지 않다. 급한 연락은 여전히 카카오톡으로 하지만 소모임의 커뮤니티 활동은 SNS가 중심이다. 카카오톡 대신 인스타그램 다이렉트 메시지(DM)만 쓰는 이용자도 적지 않다.
더 무서운 AI 에이전트가 온다
시장에서는 ‘네카오 패싱’이 더 빈번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오픈AI의 챗GPT를 필두로 한 ‘인공지능(AI) 에이전트’ 서비스가 확산하고 있어서다. AI가 사용자의 정보 획득과 소통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환경이 자리 잡게 되면, 텍스트 기반 검색엔진과 메신저의 설 자리가 좁아질 수밖에 없다.

인터넷 서비스 주권이 흔들리고 있는 절체절명의 상황임에도 정부와 정치권은 변한 게 없다. 네카오를 폭리를 취하는 독점 플랫폼으로 규정하고 규제를 늘리는 데 골몰하고 있다. 지난 5월 30일 임기를 시작한 22대 국회에서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이 5개월간 발의한 플랫폼 규제 법안만 16건이다. 공정거래위원회도 네카오 등 거대 플랫폼에 대한 규제 방침을 재확인한 상태다.

‘AI 분야의 헌법’으로 불리는 AI 기본법이 여전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는 것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IT 서비스 기업들이 새로운 시도를 하지 못한 채 시간만 허비하고 있어서다. 이 법은 신사업 중 법적으로 허용하는 AI 사업과 그렇지 않은 사업을 구분하는 역할을 한다. 이제는 시간이 없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이어지면 4~5년 후엔 국정감사에 불러 호통을 칠 국내 IT 기업이 아예 없을지도 모른다. 정부와 정치권이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우를 범할까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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