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일찍이 지급결제 시스템을 도입하고 발전시켜 왔습니다. 하지만 이미 구축된 인프라가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기 어렵게 할 때도 있습니다.”
쿠날 차터지 비자(VISA) 아시아·태평양 이노베이션 총괄 부사장(사진)은 최근 기자와 만나 “비접촉식(콘택트리스) 결제와 애플페이가 한국에 도입되는 데 다른 국가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다”며 이같이 진단했다. 국내에선 콘택트리스 결제가 대기업과 프랜차이즈를 위주로 막 도입되지만, 유럽 등에선 이미 수년 전부터 보편화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차터지 부사장은 한국 지급결제 시장의 과제로 ‘오픈 루프’(개방형 교통 결제)를 꼽았다. 오픈 루프는 해외에서 사용하던 신용카드로 국내 대중교통에서 요금을 지불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미국, 유럽, 싱가포르 등에선 오픈 루프가 대중화돼 있다. 예컨대 미국인이 싱가포르 여행을 갔을 때 본인이 쓰던 신용카드로 현지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다. 반면 국내에선 ‘페이온’으로 대표되는 국내 전용 후불교통카드가 적용돼 있는 경우에만 대중교통을 탈 수 있다. 즉 외국인이 국내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위해선 별도 교통카드를 발급받아야 한다. 차터지 부사장은 “서울시 등과 오픈 루프 도입을 위해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자를 단순 카드회사로 오해하는 사람이 많지만 실제론 세계 최대 지급결제 기업 중 하나다. 뉴욕증시에 상장한 비자 시가총액은 5567억달러(약 774조원)에 달한다. 차터지 부사장은 “비자는 소비자와 가맹점, 은행, 핀테크 기업을 연결해 자금 이동을 가능하게 하는 지급결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급결제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었다는 우려에 차터지 부사장은 강력히 반박했다. 그는 “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 같은 국가에선 여전히 현금 사용률이 매우 높다”며 “매출채권의 디지털화 등 기업 간 거래(B2B)에서도 성장 잠재력이 크다”고 설명했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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