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머스 헬빙 IMF 아시아·태평양담당 부국장은 이날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IMF 아태지역 전망 기자회견에서 “내수가 그동안 약했던 것은 세계적인 물가 상승으로 구매력이 떨어진 점, 긴축적 통화정책이 민간의 부채 부담을 강화한 점 등이 반영된 것”이라며 “한은의 통화정책 전환 사이클이 시작된 만큼 이런 상황은 곧 바뀔 것”이라고 전망했다.
○韓 긴축정책 종료…내수 회복
헬빙 부국장은 “한국의 올해 상반기 성장률은 예상보다 강했으나 내수는 수출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진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한은의 피벗으로 이 같은 상황이 바뀔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물가상승률이 떨어지면서 실질 구매력이 상승할 것”이라며 “이는 내수 강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은행은 지난 17일 기준금리를 연 3.5%에서 연 3.25%로 0.25%포인트 내렸다. 2021년 8월부터 작년 1월까지 지속된 금리 인상 사이클을 되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헬빙 부국장은 기자회견 직전 한은이 발표한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자료를 언급하며 “예상대로 한국의 내수는 3분기에 강화됐다”고 말했다. 한은은 3분기에 민간 소비가 0.5%, 정부 소비가 0.6% 늘어나는 등 내수 부문이 강세를 보였다고 발표했다. 다만 수출이 줄면서 전체 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0.1% 증가하는 데 그쳤다고 분석했다.
○아시아 성장세, 예상보다 강해
중국의 경기 둔화는 한국 수출 감소의 주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헬빙 부국장이 미·중 갈등이 심화하는 것을 한국 경제의 주요 하방 리스크로 지목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수출 중심의 한국 경제가 외부 여건 악화에 쉽게 휘둘릴 수 있다는 뜻이다.이와 관련해 이창용 한은 총재도 이날 워싱턴DC에서 “중국 내부 경쟁이 치열해 중국 기업들이 수요를 찾아 해외로 나가는데 이는 글로벌 가치사슬이 바뀌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국내 기업은 중국 시장을 겨냥한 수출이 감소할 뿐만 아니라 중국 외 지역에서 경쟁 압력 강화라는 ‘이중고’를 겪게 된다는 얘기다.
크리슈나 스리니바산 IMF 아태국장은 “아시아는 여전히 세계 성장의 엔진”이라며 “아시아 경제가 예상보다 강하게 성장하면서 우리는 이 지역 경제 전망을 2024년 4.6%, 2025년 4.4%로 상향했다”고 말했다. 다만 “인도(6.5%)와 중국(4.5%)의 성장이 내년에는 다소 둔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IMF는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4.8%로 지난 7월 전망치(5.0%)보다 0.2%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스리니바산 국장은 “중국과 인도를 제외한 다른 신흥국 경제는 견고하고 광범위한 성장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아시아의 인플레이션은 다른 지역에 비해 낮고 안정적 수준으로 떨어졌다”며 “이것은 대부분의 아시아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하할 여력이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중국, 내수 중심으로 성장해야
중국이 수출 주도 성장 대신 내수 중심의 성장을 도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중국은 수출 주도 성장을 지속할지 아니면 내수를 활성화하고 중국 소비자를 성장동력으로 전환할지에 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며 “IMF는 중국 경제가 매우 커진 만큼 내수 소비가 더 믿을 수 있는 성장의 원천이 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중국 정부가 움직이지 않으면 성장률은 4%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며 “결단력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