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바 시게루 내각 운명을 좌우할 일본 중의원(하원) 선거(10월 27일)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선거전 종반 각 여론조사에서 집권 자민당의 부진과 제1야당 입헌민주당의 약진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자민당 ‘비자금 스캔들’에 대한 심판 여론 때문이다. 자민당이 참패하면 ‘이시바 끌어내리기’가 본격화할 가능성도 있다.
○자민당 우세 지역 87곳 불과
요미우리신문은 지난 22∼24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등을 근거로 자민·공명 연립여당이 465석(지역구 289석+비례대표 176석) 중 과반인 233석 확보를 놓고 야당과 공방을 거듭하고 있다고 25일 보도했다.지역구 정세 분석 결과 15∼16일 조사보다 자민당이 우세한 지역구가 감소하고 여야가 접전을 벌이는 지역구가 늘었다고 전했다. 자민당 우세 지역구는 종전 102곳이었으나 이번에 87곳으로 파악됐다. 자민당 후보가 접전을 벌이는 지역구는 118곳에서 133곳으로 증가했다. 요미우리는 “(자민당이) 기존 247석 유지나 단독 과반 확보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입헌민주당은 기세를 올리고 있다. 열세인 지역구는 73곳에서 56곳으로 줄고, 경합 중인 곳은 101곳에서 116곳으로 늘었다. 우세 지역구도 33곳에서 35곳으로 증가했다. 요미우리는 “(입헌민주당은) 기존 98석보다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도 22~24일 시행한 여론조사 등을 분석한 결과 접전 양상 지역구가 15∼16일 조사 때보다 늘면서 전체의 약 50%를 차지하게 됐다고 이날 보도했다. 자민당은 289개 지역구 중 ‘유력’이 30% 정도이고, ‘우세’까지 포함해도 50%에 못 미친다는 분석이 나온다.
니혼게이자이는 “자민당이 단독 과반은 어려울 것이고 공명당과 합쳐도 절반을 넘을지 불투명하다”고 전했다. 반면 기존 98석이던 입헌민주당은 150석에 이를 수 있다고 관측했다.
○총선 목전에서 ‘새 비자금’ 악재
9일 중의원 해산 때만 해도 자민당 단독 과반까지는 어렵더라도 공명당까지 합치면 무난히 과반을 확보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했지만 갈수록 역풍이 거세지는 모습이다. 가장 큰 이유는 비자금 스캔들에 대한 심판 여론이다.작년 12월 불거진 비자금 스캔들은 옛 아베파 등 자민당 주요 파벌이 정치자금 모금 행사(파티)를 주최하면서 ‘파티권’을 할당량 이상 판매한 소속 의원에게 초과분의 돈을 다시 넘겨줘 비자금화했다는 의혹이다. 마이니치신문은 “비자금 스캔들 영향이 생각 이상으로 심각하다”며 “(자민당이) 반전 공세를 위한 재료가 부족하다”고 짚었다.
선거를 목전에 두고 이 스캔들과 관련해 새로운 악재가 불거졌다. 자민당 본부가 비자금 스캔들에 연루돼 공천하지 않은 출마자가 대표를 맡은 지부에도 2000만엔을 지원했다는 사실이 23일 알려지면서다. 앞서 자민당 본부는 공천 대상자가 있는 지부에 공천 명목 비용 500만엔과 활동비 1500만엔 등 2000만엔을 이체했다.
야당은 비자금 스캔들 연루 의원을 사실상 공천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노다 요시히코 입헌민주당 대표는 “공천 배제 후보자의 지부에는 활동비 1500만엔만 지급했어야 한다”며 “왜 500만엔을 얹었는가. 어떻게 봐도 이면 공천금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시바 끌어내리기’ 전망도
일본은 조기 중의원 해산에 따른 총선거가 치러지면 다시 총리 지명 선출 등을 위한 ‘특별 국회’를 연다. 총리 지명엔 중의원 과반 찬성이 필요하다. 자민·공명당이 이번 선거에서 과반을 얻지 못하면 무소속 의원을 영입하거나 일부 야당을 새로운 연립 정권 파트너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연립 정권 확대가 무난하게 이뤄지더라도 이시바 총리의 입지는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내년 7월 참의원(상원) 선거 전에 총리 교체론이 부상할 수 있다는 예상이다. 9월 자민당 총재 선거 때 결선 투표에 오른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담당상과 다카이치를 밀었던 아소 다로 자민당 최고고문이 ‘이시바 끌어내리기’를 주도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다카이치는 이번에도 전국을 돌며 지원 유세를 하고 있다. 총재 선거 때 자신을 지지한 후보자를 응원하며 당내 기반을 다지고 있다.
도쿄=김일규 특파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