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스포츠는 미식축구(NFL)다. 지난해 연간 중계권료만 64억8900만달러에 달한다. 프로농구(NBA·30억1100만달러), 프로야구(MLB·15억5700만달러), 북미아이스하키(NHL·5억5500만달러) 중계권료를 합쳐도 NFL에 미치지 못한다.
NFL 사무국은 매년 경기 일정을 편성하는 데 심혈을 기울인다. 광고 시장이 크고 선수 몸값이 비싸서다. 특정 팀에 불리한 일정을 제시하면 이해관계자들이 집단으로 반발하기 일쑤다. 이에 NFL 사무국이 택한 해법은 수학적 최적화였다. 중계권, 원정 경기 제한, 경기장 상태, 날씨를 비롯한 제약 조건 등 변수를 수학적으로 분석하고 일정을 짜면서 이해관계자들의 항의가 사라졌다.
듀크 페로치 구로비 최고경영자(CEO)는 25일 이메일 인터뷰에서 “인간 편향을 배제하고 천문학적인 조합 가짓수에서 최적의 방안을 도출하는 것이 최적화의 마법”이라며 NFL 사례를 들었다.
2008년 쭝하오 구, 에드워드 로스버그, 로버트 빅스비 등 3인이 주축이 돼 설립한 구로비는 기업이 데이터 기반의 의사결정을 하도록 돕는 수학적 최적화 글로벌 선도 기업이다. 페로치 CEO는 “데이터 기반 서술적 분석은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정보를 제공하지만 여전히 사람이 해당 정보를 바탕으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편향이 개입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와 달리 수학적 최적화는 변수와 목적함수, 제약 조건을 바탕으로 처방적 분석을 거쳐 가장 뛰어난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구로비는 수학적 최적화 소프트웨어(SW)인 ‘구로비 옵티마이저’로 기업 간 거래(B2B) 시장을 공략 중이다. 페로치 CEO는 “사용자는 문제를 수학적 모델로 입력하고, 구로비 옵티마이저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계획을 알려준다”며 “구로비 옵티마이저는 선형계획법, 혼합정수선형계획법(MIP) 등 복잡한 최적화 문제를 빠르게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자원을 할당하거나 일정 계획을 세워 공급망을 최적화하는 과정에서 요긴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구로비 옵티마이저는 세계적으로 1200개 이상 기업이 쓰고 있다. 페로치 CEO에 따르면 미국 증시를 이끄는 빅테크 7곳, 일명 매그니피센트7(애플·마이크로소프트·구글·아마존·테슬라·엔비디아·메타)을 비롯해 포드, 보잉, 코카콜라, 엑슨모빌 등 글로벌 기업 대부분이 구로비 고객이다.
그동안 기술적으로 가장 크게 성공한 사례를 묻자 창업자 3인방 중 한 명인 빅스비 박사가 1999년 미국 이산수학 및 이론컴퓨터과학센터(DIMACS) 회의에 참석했을 때 경험을 소개했다. 페로치 CEO는 “당시 회의에 참석한 한 발표자가 최적화의 갈래인 혼합정수선형계획법이 전력 배분에 유용하지 않다고 주장했다”며 “빅스비 박사는 MIP가 전력 배분 문제에 유용하다는 것을 증명하며 반론을 제압했는데, 그때 사용한 도구가 구로비가 만든 최적화 모델이었다”고 했다. 현재 거의 모든 전력 ISO(독립 시스템 운영자)가 발전기 운영 계획에 MIP를 사용한다. 한국 전력거래소도 발전소 증설 계획을 세울 때 구로비 옵티마이저를 쓴다.
페로치 CEO는 “화물 운송 업체 스위스포트는 구로비 옵티마이저 도입 후 일정 수립 시간이 절반으로 줄고, 연간 운영비 약 100만달러를 절감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칠레 보건부는 구로비 옵티마이저를 사용해 이동식 검사소의 최적 배치를 결정했다. 페로치 CEO에 따르면 칠레는 백신 조기 도입으로 2만9000건의 감염과 1000명의 사망을 예방한 것으로 추정된다.
페로치 CEO는 “점점 복잡해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생성형 인공지능(AI) 및 기계학습을 최적화 기술과 결합하는 방법을 연구 중”이라며 “클라우드 솔루션 등 유연한 배포 옵션을 통해 크고 작은 모든 기업이 최적화를 활용하도록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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