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의 첫 국정감사에 대해 2016년 이후 최악의 국감이었다는 평가가 24일 나왔다. 1998년 이후 매년 국감을 평가해온 시민단체 ‘국정감사 NGO(비정부기구) 모니터단’이 의견을 취합한 결과다. 이 같은 평가가 나온 당일에도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감에선 여야 의원 사이에 거친 말싸움이 오가며 회의가 파행됐다.
○“피감기관 범죄인 취급한 정쟁 국감”
이날 모니터단은 지난 7일부터 18일까지 진행된 국감을 중간 평가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12일간의 국감에 대해 이들이 매긴 평점은 ‘D- 학점’이다. 이는 새누리당(현 국민의힘)의 보이콧으로 파행된 20대 국회 첫 국감(F 학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올해 국감에 대해 모니터단은 “감사 기능은 상실됐고, 피감기관을 범죄인 취급한 ‘정쟁 국감’이었다”며 “마치 특정 사안을 수사하는 게 목적으로 보였다”고 꼬집었다.특히 피감기관 관계자와 의원들의 말을 듣기보다는 사회권을 남용해 발언을 독식한 상임위원장들의 행태가 도마에 올랐다. 모니터단에 따르면 정청래 법제사법위원장은 18일 서울고등검찰청 국감에서 1시간27분42초에 걸쳐 발언했다. 법사위 의원 평균 질의 시간(15분15초)보다 5.75배 길었다. 17일 대전고등법원 국감에서는 전체 발언 시간의 22.54%를 정 위원장 혼자 사용했다.
최민희 과방위원장 역시 7일 방송통신위원회 국감에서 총 2시간7초 동안 발언대를 잡았다. 의원 평균 발언 시간(22분4초)보다 5.44배 더 길었다. 전체 발언 시간 중 최 위원장의 비중은 19.89%에 달했다.
반면 출석한 피감기관 관계자와 증인들의 발언은 제한하고 들러리 세우는 ‘병풍 국감’은 어김없이 재연됐다. 22일까지 630개 피감기관 관계자가 국감장에 출석했지만, 이 중 209개 피감기관(33.2%)은 한 차례의 질문도 받지 못했다. 국악인들을 ‘기생집’으로 비하한 양문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피감기관장을 정신병자로 비판한 문정복 민주당 의원 등의 막말도 지적됐다.
특히 모니터단은 역대 최다 동행명령장 발부가 국감을 정쟁화했다고 짚었다. 야당은 22일까지 김건희 여사를 비롯해 국감 불출석 증인 17명에게 동행명령장을 단독 발부했다. 21대 국회에선 4년간 14건의 동행명령장이 발부됐고, 20대 국회에선 2명, 19대 국회에선 0명이었다.
○막판까지 아수라장
25일이면 대부분의 상임위에서 국감이 마무리되는 가운데 과방위는 파행했다. 야당 의원들의 공세가 이어지던 와중에 증인·참고인 석에 앉아 있던 방송문화진흥회 직원이 땀을 흘리며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되는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이에 김태규 방통위원장 직무대행이 “아 ××, 사람을 죽이네 죽여”라고 욕설하는 모습이 중계 카메라에 담겼고, 야당 의원들은 김 직무대행을 국회 모욕죄로 고발하기로 의결했다.이 과정에서 김우영 민주당 의원이 김 직무대행을 향해 “인마 이 자식아” “법관 출신 주제에”라고 고성을 질렀고 김 직무대행이 “이거 뭐 하자는 겁니까”라고 설전을 벌였다. 이에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이 “모든 법관 출신을 무시하는 겁니까”라고 목소리를 높이며 회의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동행명령장 발부는 이날도 이어졌다. 국토위는 김 여사의 불법 증축 의혹과 관련해 인테리어 업체 21그램의 김태영 대표에게 동행명령장을 발부했다. 최재혁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과 설민신 한경대 교수에게도 동행명령장이 청구됐다.
배성수/정상원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