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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제2 판교 교통지옥 네탓이라는 LH와 성남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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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 판교는 섬이니 오지 말라’라는 말이 IT업계에 파다한데 정작 LH(한국토지주택공사)와 성남시는 아무 대책이 없습니다.”

경기 성남시 판교 제2테크노밸리(제2밸리)에서 만난 정보기술(IT) 기업 대표 A씨는 이렇게 토로했다. 그는 2020년 서울 강남구에서 이곳으로 본사를 옮겼다. 지난해부터 단지 진입로에서만 30~50분을 허비해야 하는 교통 체증 만성화로 직원들의 ‘줄퇴사’가 이어지자 단지 밖으로 다시 회사를 이전하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IT기업과 개발자들이 모인 ‘판교 프리미엄’을 누리기는커녕 인력 유출로 회사 경쟁력이 오히려 떨어지는 상황에 놓였다.

출퇴근 시간만 문제가 아니다. 한 소프트웨어 기업 직원은 “야근 뒤엔 택시를 잡을 수도 없고, 매일 밤을 새우다시피 하는 ‘크런치’ 때는 배달 오토바이가 드나들지 않아 굶고 일한다”고 전했다.

기업 단지가 제 기능을 못 하게 된 근본적인 원인은 제2밸리가 애초 경부선 판교 분기점 사이의 ‘교통섬’과 다름없는 숲에 건설돼서다. 2016년 LH는 성남 금토동의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해 제2밸리를 만드는 안을 꺼내 들었다.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도 처음엔 반대하다 ‘제2밸리 대세론’에 따라 개발제한구역 해제에 협조했다. ‘공업용지 총량제’에 따라 금토동 남쪽의 동원동 지구를 산단에서 빼기도 했다. 도시·교통 전문가 사이에선 “제2밸리가 미금역과 가까운 동원동이었다면 교통 사정이 훨씬 나았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입주사들은 “교통난이 이렇게 심해질 때까지 LH와 성남시가 서로 ‘핑퐁 게임’을 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여전히 공사 중인 곳이 많은 탓에 불법주차로 왕복 4차선 도로가 1.5차로가 돼버렸는데, 사업자인 LH와 관할 지자체인 성남시는 서로 나 몰라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성남시는 조성 중인 기업지구는 사업자 관리 지역으로 단속 근거가 없다는 입장이다. LH 측은 예정된 연결로 공사와 단지 조성이 마무리되면 사정이 나아질 것이라는 해명만 반복하고 있다.

그러나 제2밸리가 완성된 이후가 더 문제라는 우려도 크다. 현재 560개 기업을 넘어 총 750개 기업 입주가 예고돼 있고, 최대 4만 명이 근무하는 것을 가정해 단지가 조성되고 있어서다. 사람이 밀집해 근무하는 IT산업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교통영향평가의 후폭풍이라는 목소리가 커지는 배경이다.

교통 전문가들은 지금이라도 성남시와 LH가 전용 셔틀버스와 승용차 진입 제한, ‘라스트마일’ 이동 수단 도입 등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졸속 사업’으로 갉아먹은 기업 단지 경쟁력을 조금이라도 회복하려면 당장 사업자와 지자체가 나서야 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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