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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칼럼] 산업용만 올린 전기요금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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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은 24일부터 산업용 전기요금을 9.7% 인상하고, 서민경제 부담 등을 고려해 가정용과 일반용은 동결하기로 했다. 요금 인상은 피할 수 없지만, 인상 방법이 잘못됐다.

요금 인상은 한전의 적자와 누적된 부채 해결을 위해 꼭 필요하다. 2021년부터 누적 적자는 41조원, 부채는 약 200조원에 달한다. 탈원전 정책 탓에 원전 발전량이 줄어든 상황에 석탄과 가스 가격이 폭등한 것이 이유다. 문재인 정부는 집권 5년간 원자력의 신규 건설을 중단하고, 건설 중인 것도 백지화하며 국제적 표준이 된 계속운전도 불허했다.

운영 중인 원전의 안전 문제를 해결하는 데 불필요하게 수년을 허비하는 동안 연료비가 거의 들지 않는 원자력의 발전량은 바닥을 쳤다. 2018년 원자력 발전량은 133.5TWh로 2016년 대비 약 20% 줄어들었다가 최근 들어 이전 양을 겨우 회복하고 있다. 탈원전 정책이 없었다면 7차 계획에 따라 2017년부터 2022년까지 모두 6기 8.4GW가 새로 가동에 들어갔겠지만 문재인 정부에서 새로 가동을 시작한 원전은 2019년 새울2호기(신고리4호기)뿐이었다. 그리고 월성1호기는 영구 정지됐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2018년 이후 2022년까지 원전 건설 지연으로 원전 대신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으로 대체하면서 증가한 비용이 총 25조원을 넘었다. 한전 부채의 10% 이상, 최근 누적 적자의 절반 이상을 줄일 수 있는 금액이 날아갔다. 전기요금 인상도 절반에 그칠 것이 배가 된 셈이다. 계속운전이 지연되면서 발생할 손실도 있어 앞으로도 그 영향은 지속될 것이다.

원자력은 연료비가 ㎾h당 6원 내외에 불과하고, 천연우라늄 비용도 ㎾h당 1~2원에 불과하다. 우라늄 가격이 아무리 뛰어도 생산비용에 별 차이가 없는 이유다. 그래서 연료 가격 상승에도 원자력은 ㎾h당 정산단가가 60원 내외를 유지했다. 반면 LNG 연료비는 2021년 ㎾h당 96원에서 2022년 205원, 2023년 180원 등으로 국제 가격 등락에 아주 민감하게 움직인다. 원자력을 줄이면 연료 가격 상승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물론 원자력이 정상적으로 증가했더라도 최근 한전 적자의 절반은 막을 수 없다. 원자력 전력을 ㎾h당 60원에 사더라도 연료비만 200원이 넘는 LNG 비중이 큰 상황에서는 고객에게 140원만 받아서 견딜 방법이 없다.

그런데 이번에 발표된 전기요금 인상 방향은 우려스럽다. 소위 ‘수출대기업’이 고통을 부담하고, 가정용과 일반용은 동결한다는 것이다. 산업용 전력 사용이 전체의 50%를 넘기 때문에 인상 효과는 분명히 크다. 부작용도 클 것으로 보인다. 산업용 전력은 일자리를 지탱하는 원천이다. 엄마 아빠가 출근해서 돈을 벌어올 직장이 위기에 처하는데 가정용 요금이 동결됐다고 좋아할 때가 아니다.

산업용 요금은 이미 싸지 않다. 산업용과 가정용은 요금이 동일한 수준이 됐고, 오히려 비싸지고 있다. 미국, 일본, 독일 등 주요 선진국 모두 산업용이 가정용보다 많이 싸다. 펑펑 써버리는 것도 아니다. 우리 기업이 전기를 써서 만든 반도체와 자동차를 우리 국민이 버리는 것인가? 반도체와 자동차를 사는 외국의 누군가가 쓴 것이다. 따지자면 전력 수출이다. 우리나라는 산업용 전기가 싸서 펑펑 써버려 문제가 있으니 산업용 요금을 올려야 한다는 것은 구시대적 발상에 불과하다. 부모의 직장이 위기에 처했는데 집에 와서 따뜻한 난방을 해본들 행복이 얼마나 오래가겠는가? 차라리 집에서 낼 요금이 늘더라도 부모 월급이 오르는 것이 더 나은 상황이 아닌가?

한국 제조업 경쟁력의 원천 중 하나인 전력요금을 비정상적으로 올려서는 경쟁력이 크게 약화될 수 밖에 없다. 산업용 요금 평균 9.7% 인상은 산업체의 연간 부담을 5조원 증가시키는 것이다. 10.2% 인상되는 대규모 기업도 어렵겠지만 5.2% 인상되는 소규모 기업이 더 어려울 수 있다. 소규모 기업일수록 원가 비중에서 전기요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그렇다고 이들을 버리고 우리 산업 구조가 지탱될 수도 없다. 생산과 절약은 둘 다 좋다. 그러나 생산을 절약하는 것은 나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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