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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환의 향기'…그랑팔레를 가득 채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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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과 명품에는 공통점이 많다. 아티스트의 장인 정신에 의해 탄생한다는 것, 돈이 흐르는 곳에 모인다는 것. 그리고 그 길이 프랑스 파리로 통한다는 것. 루이비통과 겔랑, 미우미우 등 명품 브랜드들이 올해 전 세계 ‘큰손’들을 불러 모은 아트 바젤 파리와 손잡은 이유가 여기 있다.

명품 브랜드들이 가세한 올 10월 ‘파리 아트 위크’에선 한국 작가들의 존재감이 돋보였다. 겔랑은 이우환 화백과 컬래버(협업)한 한정판 향수를 선보였고, 루이비통과 미우미우는 각각 기획한 특별 전시를 통해 서도호, 정금형 등을 소개했다.
(1) 전 세계 21개…이우환 한정판 향수
아트 바젤 파리의 공식 파트너로 참여한 겔랑은 한국 현대미술의 거장 이우환 화백과 협업한 향수 ‘르 플라콘 콰드릴로브 파 이우환’을 공개했다. 2L 용량에 5만유로(약 7500만원)로 전 세계 21병 한정 제작됐다. 한국에는 오는 12월 두 병이 공식 출시된다. 겔랑은 매년 아카이브의 상징적인 향수 용기를 재해석하는 작업을 하는데, 올해 협업 아티스트로 이우환 화백을 선정했다.

이우환 화백은 순백의 향수 용기 겉면에 초록색 붓질을 해 넣었다. 자연과 재생, 균형을 상징하는 녹색을 통해 환경 보호에 관한 작가와 겔랑의 철학을 표현했다. 겔랑의 조향사인 델핀 젤크가 산의 맑은 공기와 난초의 부드러움을 떠올리며 만든 향수가 담겼다. 향수를 담은 그릇은 프랑스의 럭셔리 도자기 브랜드 메종 베르나르도가 디자인했다.

겔랑은 동시대 한국 작가들을 조명하는 특별 전시도 기획했다. 파리 샹젤리제 거리의 겔랑 부티크에서 열린 ‘굿 모닝 코리아’ 전시다. 백남준, 박서보, 이배 등 한국 작가 17명의 작품을 걸었다. 전시는 11월 12일까지.
(2) 톰 웨슬만과 서도호의 만남
루이비통은 아트 바젤 파리 행사장인 그랑팔레에 건축가 프랭크 게리와의 협업 부스를 마련했다. 구겨진 듯한 디자인이 주요 특징인 그의 건축 철학을 결합한 ‘루이비통 바이 프랭크 게리 컬렉션’ 가방을 공개했다. 파리 시내의 전시 공간인 루이비통 드림에서 개최된 ‘디자인 마이애미’에선 브라질 출신 디자이너 ‘스튜디오 캄파나’의 가구전을 열었다.

게리가 설계한 파리 외곽의 루이비통재단 미술관에 가면 서도호 작가의 ‘22번가 348번지’(2003)를 만나볼 수 있다. 세계적인 팝아티스트들을 한곳에 모은 그룹전 ‘팝 포에버: 톰 웨슬만 &…’ 전시 중 한 작품. 서 작가가 미국 뉴욕에서 살던 건물의 화장실을 천과 스테인리스 스틸로 재현한 설치 작품이다. 전시는 내년 2월 24일까지.
(3) 행위예술로 탐구한 신체와 옷의 관계
아트 바젤 파리의 공공 프로그램 공식 파트너로 나선 미우미우는 브랜드의 파리 패션쇼 런웨이장인 팔레 디에나를 무료로 개방했다. 아트 바젤 파리 행사 기간인 16~20일 진행된 ‘테일 앤드 텔러스(Tale & Tellers)’ 전시를 위해서다. 미우미우가 ‘여성과 패션’을 주제로 2022년부터 아티스트들과 협업해온 작품들을 설치하고, 이를 모델들이 몸짓으로 재현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30여 개의 전시작 중엔 한국의 행위예술가 정금형의 영상 작업도 포함됐다. 정금형은 인형과 마네킹, 기계 등 다양한 사물을 통해 여성의 신체를 탐구하는 행위예술가다.

이번 전시에선 작가가 지난해 가을·겨울 미우미우 컬렉션 쇼를 위해 미우미우의 옷과 원단을 활용해 제작한 영상을 함께 상영했다.

파리=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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