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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도시' 파리…별처럼 많은 걸작, 그랑팔레를 수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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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프랑스 파리를 ‘빛의 도시’라고 한다. 1667년 루이 14세가 도시 치안을 위해 밤새도록 켠 가로등이 불야성을 이룬 데서 기원한 애칭이다. 18세기 계몽주의를 거치면서 유럽의 예술가와 철학자, 과학자가 모여들자 지식으로 반짝였다. 오늘날 보석처럼 빛나는 샹젤리제 거리와 센 강을 가로지르는 37개의 다리, 2만 개 넘는 전등이 발광하는 에펠탑이 화려함의 정수를 보여준다.

이런 파리가 1년 중 가장 빛나는 순간이 10월이다. 아트 바젤을 중심으로 모던아트 페어, 아트 쇼핑, 디자인 마이애미 등 굵직한 문화예술 행사가 동시다발적으로 열리기 때문이다. 행사장뿐 아니다. 프랑스 학사원과 팔레 루아얄 정원, 팔레 디아나 등 수백 년의 역사가 깃든 고건물은 시민을 위한 공공 예술 공간으로 탈바꿈한다.

특히 올해는 이를 갈고 나왔다. 아트 바젤 파리는 지난 2년간 유지한 ‘파리 플러스 파 아트 바젤’이란 번잡한 수식어를 떼고 새출발을 알렸다. 1000만달러대 대작들을 발에 챌 만큼 걸어 전 세계 미술 애호가의 눈을 사로잡았다. 오랜 시간 유럽의 문화 수도 자리를 두고 선의의 경쟁을 벌여온 영국 런던과 비교하면 어땠을까. 아트뉴스 등 외신은 이렇게 평가했다. “빛의 도시 파리가 런던에 그림자를 드리웠다”고.

지난 20일 아트 바젤 파리가 막을 내렸지만 파리의 문화예술 행사는 연말까지 이어진다. 오르세미술관의 귀스타브 카유보트전, 퐁피두센터의 초현실주의전 등 블록버스터급 전시가 가득하다. 루이비통, 겔랑 등 명품 브랜드의 협력 전시도 빼놓을 수 없다. 여느 때보다 찬란하게 빛난 10월의 파리. 빛의 도시로 당신을 초대한다.
처칠 거리엔 쿠사마 호박…프랑스학사원 앞 뱀나무
모두를 위한 '아트 파리'…무료로 즐기는 '이색 공개 프로그램'
프랑스 파리의 10월은 온통 예술이다. ‘아트 바젤’ ‘모던아트 페어’ ‘아트 쇼핑’ ‘디자인 마이애미’ 등 세계 문화 예술 행사로 가득하다. 시내 곳곳에는 올해 3회를 맞이하는 아트 바젤 파리 공식 포스터인 프랑스 가수 달리다의 초상화가 사방에 걸려 있다. 지난 16일부터 5일간 계속된 아트 바젤 파리는 그랑팔레에서 화려하게 열렸다. 1900년 파리 만국박람회를 위해 지어진 그랑팔레는 3년간의 복원 공사 후 지난여름 파리 올림픽 기간에 새롭게 문을 열어 전 세계 선수와 관객들을 맞이했다.


그랑팔레의 13만5000㎡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엔 42개국에서 온 200여 개 갤러리가 참가했고, 이번에 새로 참가한 갤러리는 53개로 작년보다 약 27% 증가했다. 아트 바젤 파리가 유럽 미술 시장의 굳건한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증거다. 화려하고 멋진 그랑팔레에서 달리, 피카소의 걸작부터 신진 작가에 이르기까지 수천 점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지만 아트 위크 이후에도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공개 프로그램이 파리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그랑팔레 외에도 총 10여 곳의 파리 명소에서 현대 미술 작품 전시를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니키 드 생팔, 세자르, 카르스텐 휠러와 같은 작가들의 전시회, 설치미술, 조각 및 큐레이터 프로젝트 등 파리 시내는 전시장이 된다.

(1) 방돔 광장에 솟아난 환각성 버섯

방돔 광장에는 매년 거대한 조각 작품이 전시돼 찬사를 받고 때로는 논쟁에 오르곤 한다. 이번에는 카르스텐 휠러의 3m 높이 대형 버섯이 광장 바닥을 뚫고 나왔다. 이 조각은 강렬한 빨간색에 흰색 점이 찍힌 독성이 강한 환각 버섯의 갓, 기둥, 망사 모양의 식용버섯으로 세 가지 버섯을 융합한 것이다. 휠러는 1990년대 초부터 버섯을 작품에 접목해 왔으며, 버섯은 고대 샤머니즘과 자연 세계를 연결하는 매혹적인 관문이라고 해석했다. 전시는 10월 14일부터 11월 24일까지.

(2) 윈스턴 처칠 애비뉴


윈스턴 처칠 애비뉴에는 쿠사마 야요이의 대표 작품 ‘호박’(2014)이 설치됐다. 쿠사마가 어린 시절 살던 집 주변에는 호박밭이 많았다고 한다. 이 호박 작품은 흔들리지 않는 존재감, 저항력, 독특하고 기발한 외모에 대한 작가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그 외에도 존 셴버레인의 대행 녹색 조각 ‘BALMYWISECRACK’, 장 프루베의 2차 세계대전 당시 모듈형 주택인 ‘분리 가능한 집 6×9’(1944)도 방문객의 많은 관심을 끌었다.

(3) 프랑스 학사원 앞뜰의 실버 뱀나무


어린 시절 트라우마를 겪은 프랑스계 미국 작가 니키 드 생팔은 뱀 공포증을 안고 자랐다. 성인이 돼 작품을 통해 두려움을 극복하려고 이에 맞섰다. 1980년대 초에 시작된 그의 뱀나무는 결국 두려움을 변화와 아름다움의 토템으로 만들었다. 거울, 유리, 금은박 모자이크 조각으로 뒤덮인 이 작품은 화려한 색상과 빛으로 주변 환경을 반사하며 더 이상 위협적인 파충류가 아니라 즐거움을 불러일으키는 무해한 뱀나무가 됐다.

(4) 팔레 루아얄 정원에 설치된 야외 미술관


다니엘 뷔렌의 260개 기둥이 설치된 팔레 루아얄 정원에서는 세자르의 3.5m 높이의 금빛 찬란한 엄지손가락을 만날 수 있다. 새로운 사실주의의 핵심 인물인 세자르는 일상의 사물을 예술 작품으로 재구성했다. 금속 압축, 특히 자동차 압축으로 유명한 그는 1960년대부터 자기 손가락 몰딩을 이용한 엄지손가락 시리즈로 플라스틱으로 만든 40㎝의 첫 번째 버전 이후 크리스털, 청동 등 다양한 크기와 소재로 엄지손가락을 만들었다.

(5) 파리 보자르 미술학교

17세기에 지어진 파리 보자르 미술학교의 예배당에서는 장 샤를 드 키야크의 전시를 만날 수 있다. 그는 르네상스에서 영감을 받은 ‘Morbidezza’(부드러움)와 다양한 현대 소재를 결합해 신체 형태와 소재에 대한 기묘하고 놀라운 합성을 추구했다. 폴리우레탄으로 성형된 청바지, 탈의한 하반신의 마네킹은 자본주의의 모호하고 불안정한 본질을 의미한다.

(6) 오텔 드 라 마린 중정

에올리언 하프는 그리스 바람의 신 아이올로스에서 이름을 따 창틀이나 야외에 설치한 악기다. 이번에 소개된 타키스의 에올리언 조각품은 강철 철봉 위에서 수평으로 편 양팔에 반구를 들고 있는 모습이다. 미풍이 불면 반구 모양이 회전하며 움직인다. 키네틱 아트 운동의 선구자인 타키스는 움직임, 상호 작용 및 물리적 원리를 작품에 잘 조합하고 있다. 전시는 10월 8일부터 11월 5일까지 열리며 매일 오전 8시부터 낮 1시까지 이어진다.

(7) 철 생명체들이 가득한 오텔 드 쉴리


린 채드윅의 조각품은 현대 건축과 자연주의가 혼합된 산물로, 마치 수수께끼 같은 생명체로 1956년 베네치아 비엔날레에서 국제 조각상을 받으며 급격히 유명해졌다. 이번 전시는 1957년 파리 국립현대미술관 전시 이후 프랑스에서 열리는 첫 번째 기획전이다. 10월 12일부터 11월 16일까지 설치된다.

파리=안시욱 기자/정연아 패션&라이프스타일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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