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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선규, 月 30만원 벌던 무명 배우→유명 배우의 삶 "어마어마해"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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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없어 후배들 공연을 못 보러 가던 시절이 있었죠. 초대를 해줘도 공연이 끝나면 밥이나 술이라도 사줘야 하는 데 그럴 수 있는 사정이 아니었거든요. 지금은 다 사줄 수 있어요. 그때 비하면 어마어마해요. 하지만 연기에 대한 마음, 초심은 하나도 변한 게 없습니다."

월 30만원을 벌던 시절도 있었다. 결혼 후 6개월 만에 쌀까지 떨어졌다. '범죄도시'(2017)로 무명의 설움을 씻은 배우 진선규는 이제 '유명 배우'라는 칭찬에 수줍게 웃었다.

천만 영화 '극한직업'부터 '공조2: 인터네셔날', '달짝지근해:7510'까지 다양한 장르에서 주조연을 가리지 않고 다채로운 연기를 선보인 진선규는 신작 '아마존 활명수'에서 작정하고 웃기고, 울린다.

'아마존 활명수'는 집에서도 회사에서도 구조조정 대상인 전 양궁 국가대표 진봉(류승룡)이 한국계 볼레도르인 통역사 빵식(진선규)과 신이 내린 활 솜씨의 아마존 전사 3인방을 만나 한국을 향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 영화다.

"영화를 보고 제 연기에 대한 약간의 아쉬움이 있었지만, 저희 딸이 자기가 본 아빠 영화 중에 제일 재밌다고 해서 위안과 위로가 됐어요."

24일 서울 종로구 모처에서 만난 진선규는 "홍보적으로 코미디 장르라고 나오고 있지만, 시나리오 봤을 때부터 휴먼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며 "코미디로 만들어 나가는 웃음도 있지만 아마존 원주민 삼인방의 이야기로 마지막이 찍혀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 면에서 그게 잘 보여서 좋았다"고 영화에 대해 소개했다.


진선규는 이 영화에서 진봉과 아마존 전사들 사이 통역사 역할을 하는 통역사 겸 핵인싸 유튜버 빵식을 연기했다. 빵식은 한국 생활이 낯선 아마존 전사들과 아마존 전사의 생활방식이 낯선 진봉 사이를 오가며 언어와 문화 차이를 한 층 좁혀주는 가교로 활약한다. 혼혈 외국인 캐릭터라 희화화에 대한 우려도 있었지만 선을 넘지 않으려 노력했다.

"외형적인 모습보다 인물의 말투 같은 것들이 비하가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빵식은 원래 그런 성향을 가진 사람이 됐으면 했죠. 편집되어 전사가 살짝 덜 나왔는데, 가상의 나라인 볼레도르에서 자랐고 할아버지의 여파로 한국에 대한 자긍심을 가지고 워킹홀리데이로 한국에 와서 일하고 유튜브도 하다가 볼레도르로 돌아간 캐릭터에요. 전형적인 인싸에 MBTI로 치면 극 E 성향이죠. 희화화가 될까 봐 두려움, 떨림 같은 게 있었지만 캐릭터를 만들 땐 그렇게 보이지 않으려고 노력했죠."

진선규는 한국어를 하는 외국인 유튜버들을 탐구하며 따라 했다고 귀띔했다. 그는 "한국어를 구사하는 방향성에서 외국인들 특유의 공통점이 있었다"며 "이들을 흉내 내기보다 내 스타일로 방향을 틀어보자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아마존 지역에 사는 빵식이기에 외형적인 모습에도 신경을 썼다. 그는 "긴 머리에 실핀을 꽂아 꼬불꼬불하게 파마머리를 만들었다. 한번 말면 2주 정도 가서 3주에 한 번씩 다시 했다. 피부색은 아마존 친구들과 비슷하게 만들기 위해 태닝도 하고 분장으로 그러데이션도 줬다"고 밝혔다.

최근 공개된 넷플릭스 영화 '전, 란'과 유사한 시기에 촬영했다고. "'전, 란'에선 분량이 크지 않아 다행이었죠. 뽀글뽀글한 머리하고 순천에 내려가서 의병장 김자령 분장을 했어요. 머리숱이 많은 데다 물이 안 들어갈 정도로 탱탱했기에 '전, 란' 분장팀이 그 머리 위에 상투를 틀어야 해서 고생이 많았습니다."

그는 '전, 란'에 이어 '아마존 활명수'를 연이어 선보이는 데 대해 "배우로서 되게 좋다"며 "'전, 란'의 자령은 저와 굉장히 마인드가 흡사해서 너무 좋았고, '아마존 활명수'는 저희 아이들이 너무 좋아해서 더할 나위 없이 뿌듯하다"고 말했다.


'아마존 활명수'에서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과라니어'를 사용하는 부분이었다. 그는 "우리나라에 과라니어 하시는 분은 대구에 딱 한 분 계신다. 막 하면 안 되니까 자문을 얻어 선생님이 녹음을 해주시고 계속 듣고 외웠다"고 떠올렸다. 이어 "아마존 3인방 친구들도 모국어가 아니라 똑같이 외워야 했다"며 "맨날 서로 물어보면서 연기했다"고 덧붙였다.

진선규는 빵식에 대해 "지구 반대편에 있는 나라를 연결해주는 핵과 같은 존재"라며 "말이 안 통하는 두 곳의 연결고리"라고 부연했다. 아마존 3인방과 촬영을 하며 "통역하지 않아도 존재하고 우리는 똑같은 사람이구나"라는 걸 느꼈다고 했다.

'극한직업' 류승룡과 다시 맞추는 코미디 호흡에 '아마존 활명수'는 큰 기대를 받는 상황이다. "연기할 땐 장르에 따라 비중을 계산하지 않아요. 이 캐릭터가 이런 역할을 하고 있다는 걸로 존재하려고 노력했죠. 류승룡과는 '코미디도 타당성 없이 하지 말자'는 게 있었어요. '극한직업' 때도 마찬가지였죠."

그는 "어쩔 수 없이 '극한직업'과 비교되는 부분이 있겠지만 이쪽을 더 웃기기 위해 한 것 없이 볼레도르에서 태어난 인물이 할 수 있을 법한, 해야 하는 것들에 대해서만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지구 반대편에 사는 원주민들과 자본주의 사회 한국의 충돌이 이번 작품의 포인트이기에 류승룡, 진선규는 직접 아마존 행 비행기에 올랐다.

"영화 초반 나오는 원주민들은 70~80%가 실제 원주민들이고, 나머지는 배우들입니다. 다큐에서 보여지는 순수함 그대로였어요. 인생에서 그들을 실제로 볼 수 있었다는 점이 기억에 남아요. 말도 안 통하는데 통하는 느낌이었죠. 부족 아주머니들이 너무 착했어요."

촬영 당시 아마존은 최악의 가뭄 상황이었다. 진선규는 "직접 아마존에 가지 않았다면 환경에 대한 문제에 대해 몰랐을 것 같다"며 "기후 변화가 심각하다는 걸 목격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건기였고 온도가 높았는데 아마존강물이 12m가 말라 있었다. 땅이 너무 뜨거워서 원주민들도 땅에 발을 못 델 정도였다"고 회상했다.

그는 이 영화에 대해 "흥미로운 아마존의 광경도 좋았지만, 우리의 일상을 이야기하고 지구와 환경을 위해 서로 기도할 수 있는 부분이 좋았다. 이 이야기를 관통하는 메시지"라고 덧붙였다.


진선규는 수많은 매체 작품을 하면서도 무대를 등한시하지 않았다. 이희준, 김민재 등 배우들과 함께 20년째 '극단 간다'를 이끌고 있다. 그는 "20년 전부터 팀을 유지하고 만들어가고 우리 색깔로 공연을 올리고 있다"며 "'왜 그런 작품 하냐'는 말도 듣지만, 몸을 쓰고 하는 게 너무 재밌고, 아직도 도전할 수 있다는 점이 의미 있다"고 말했다.

"앵글 안에서 하는 연기도 좋지만, 무대는 제 시작점이에요. 텅 빈 무대 위 온몸을 사용해 이미지를 만들고 관객과 호흡을 주고받으며 만들어내는 현장감이 매력이죠. 그게 무대 예술이고 리얼리티입니다. 무대에서 연기를 하면 또 다른 상상력을 만들어주죠."

무명 생활 끝에 대중의 눈도장을 받은 그는 무대 위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후배들의 도약이 기쁘다고 했다. 특히 '전, 란'에서 왜군 통역사 소이치로 역을 맡은 고한민에 대해 언급하며 "쿠팡 배달과 과일 자르는 알바하며 오디션을 보러 다니던 한민이가 이번에 단독 인터뷰를 했다고 한다. 그게 제일 기쁘다"며 "당장은 몰라도 사람이 가진 성실함과 꾸준함이 쌓이며 재능이 되어버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기를 잘 하기 위해 기술을 익히는 것보다 내가 왜 연기를 좋아하고 행복해하는지 잊어버리면 안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후배들을 보고 배우기도 합니다. 예전에 제가 하던 연기 탐구 방식과 요즘 친구들은 다르거든요. 저는 똑똑하지 않은 배우라서 리허설이 많이 필요해요. 배역자체가 되어 상대를 잘 쳐다봐 주면 시너지가 생기는 것 같아요. 리허설하며 디테일을 찾아가는 게 제 장점입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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