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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 권 분량’ 컨설팅 보고서… ‘깊이’와 ‘효율성’ 두 토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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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베스트 상속팀] 금융사 부문 - 하나은행 상속증여센터



고객은 자신이 처한 상황에 꼭 맞는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받길 원한다. 하지만 국내 금융사 중 고객의 사례에 들어맞는 컨설팅 서비스를 ‘표준화 시스템’으로 갖춰 놓고, 종합 보고서까지 제공하는 상속·증여팀은 찾아보기 힘들다. 고객이 프라이빗뱅커(PB)나 절세 담당자와 상담하는 과정에서 긴밀한 소통은 할 수 있지만, 상당수의 중요한 정보는 구두 전달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박정국 하나은행 WM본부 상속증여센터장은 다른 금융사의 상속·증여 컨설팅과 차별화되는 지점이 바로 이 부분이라고 강조한다. 하나은행은 각 분야별로 특화된 5가지 절세 플랜을 보고서 형식으로 고객에게 제공하고 있다. 고객의 고민 유형에 따라 상속신속지원 서비스, 가업승계컨설팅, 닥터절세컨설팅, 토지보상컨설팅, 글로벌TAX컨설팅 등 5가지 영역으로 나눠 컨설팅하는데, 고객은 구체적이면서도 곧바로 실행 가능한 내용으로 가득한 책 한 권 분량의 보고서를 받아볼 수 있다.

3년에 걸쳐 컨설팅 표준화

의사를 예로 들면, 개원 후 사업을 운영하면서 어떤 부분을 미리 조심해야 할지, 은퇴할 나이가 되면 자녀들에게 승계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총망라한 솔루션을 ‘닥터절세컨설팅’으로 제공하는 식이다. 또 해외에서 사업하는 법인사업자와 개인사업자, 해외주재원, 교포에게는 각 나라별 세금 이슈를 고려한 ‘글로벌TAX컨설팅’을 제공한다.

박 센터장은 “같은 자영업이라고 해도 의료와 식당은 업의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세금이나 승계 면에서도 디테일한 고민의 지점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는 “고객의 사업 유형이나 사례에 따라 적용할 수 있는 패키지를 큰 틀에서 마련해 뒀다”며 “어떤 고객과 만나든 빠른 시간 안에 대량 생산이 가능한 컨설팅 시스템을 구축해 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센터가 마련한 컨설팅 패키지는 총 5가지 영역이지만, 추후 사례를 더 쌓아 컨설팅 종류를 세분화하고 새로운 컨설팅 유형을 추가할 계획이다.

이 같은 컨설팅 표준화 작업에만 약 3년의 시간이 걸렸다. 박 센터장은 “고객 한 사람을 위해 특화된 솔루션을 주려면 굉장히 깊게 파고 들어가야 한다. 문제는 고객에게도 우리에게도 많은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여러 비슷한 사례 중 공통 요소를 모아 표준화된 시스템을 만들어 두면 더 많은 고객에게 깊이 있는 컨설팅 보고서를 제공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같은 업종에 몸담고 있는 A, B, C, D, E라는 5명의 고객이 저마다 다른 상속 고민을 들고 오더라도, 상담 내용의 70%는 공통 요소로 묶을 수 있다. 공통된 고민에 따라 컨설팅 서비스의 종류를 나누고, 그 안에서 고객별 특이사항이나 자산 규모 등을 재조합하는 방식으로 솔루션을 완성한다. 주기적으로 바뀌는 세법 등을 반영해 컨설팅 매뉴얼도 꾸준히 업데이트하고 있다. 사실상 회계법인, 법무법인에서 수수료를 받고 진행하는 컨설팅 결과물을 수수료 없이 빠른 속도로 제공하는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2011년 금융권 최초 상속증여센터 설립

물론 이런 시스템 구축이 가능했던 것은 상속·증여 분야에서 오랜 업력을 쌓으며 축적한 상담 데이터와 경험 덕이기도 하다. 하나은행은 지난 2011년 금융권 최초로 상속증여센터를 설립했는데, 박 센터장은 설립 초기부터 함께했던 원년 멤버다. 대형 세무법인, LG그룹 세무팀장을 거쳐 2009년 하나은행에 입사한 그는 글로벌 조세, 법인 절세, 가업승계, 상속·증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절세 노하우를 갖춘 20년 차 전문가다.

박 센터장 외에도 센터 내에는 세금 분야의 특화된 전문가 8명이 포진해 있다. 우선 국세청 조사 3국 출신인 김대경 팀장은 세무조사 대응에 최적화된 전문가로 꼽히며, 이신규 팀장은 글로벌 조세에 강점을 지녔다. 이환주 세무전문위원은 국제조세와 부동산 세금 분야에서의 전문성으로 절세 관련 책도 다수 집필했다. 대형 세무법인 출신인 김수정 세무전문위원은 상속세, 증여세 등 자산 승계에 강점을 가졌고, 박담 세무전문위원은 의사 등 고소득 전문가 절세 플랜 경험을 두텁게 갖고 있다. 김태진 변호사는 상속재산분할, 유류분, 상속 소송 등 상속 민법에 최적화된 법률 전문가다. 서웅규 세무전문위원은 가업승계 컨설팅 등 법인 관련 절세 전문가이며, 조소영 세무전문위원은 토지보상 컨설팅 경험을 다수 쌓은 부동산 세금 전문가다.

박 센터장은 하나은행 상속증여센터를 ‘시종일관’이라는 단어로 표현한다. 금융권 자산관리 컨설팅의 시작부터 함께한 긴 역사를 가졌을 뿐만 아니라, 고객의 생애주기에 맞춘 상속·증여 플랜을 한결같은 자세로 서비스한다는 의미다.

그는 “가속화되는 고령사회 속에서 종합자산관리의 핵심 축으로 절세와 상속 분쟁이 떠오르고 있다”며 “이에 대한 법률 수요를 충족시키는 것이 점차 중요해지는 것 같다. 세대 이전 상속, 사전증여 플랜 등 고객과 가족을 위한 세금 설계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성심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니인터뷰]

박정국 하나은행 WM본부 상속증여센터장
“법인 활용한 자산 승계, 새 해법으로 주목”




최근 상속·증여에 대한 고객들의 의식이 과거와는 달라지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어떻게 달라졌나요.
“10년 전에는 증여를 진행하는 것에 대한 인식이 보편적이지는 않았죠. 그런데 통계를 보면 과거에는 100이라는 재산이 있으면 10만 증여하는 분위기였다면, 지금은 30~40까지도 증여하는 분들이 늘어났어요. 증여에 대한 인식 자체가 많이 바뀌었다는 거죠. 자녀들이 나중에 내야 할 세금도 부모가 미리 플랜을 짜서 정리해주자는 생각을 많이 갖죠. 이 또한 자녀에 대한 사랑이자 책임이라는 인식이 커진 겁니다. 이런 변화 속에서 일찌감치 상속·증여 계획을 세우는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커졌어요. 그래서 저는 증여의 핵심을 ‘사랑’이라고 봅니다. 이 사랑은 부모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닙니다. 자녀도 부모를 존경하고 자주 소통해야 합니다. 자산관리에 대한 일치된 신념이 있어야 증여와 관련된 철학도 공유할 수 있거든요.”

상속·증여 분야에서 개선이 필요한 제도나 과제가 있을까요.
“최근 10년 동안 부동산의 가치가 너무 가파르게 올랐습니다. 따라서 글로벌 유동성으로 인한 자산 가치 상승을 고려해, 우리 법령에서도 각종 공제 금액을 높일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 국내 기업들이 해외로 많이 이전하고 있는데요. 상속세와 증여세가 없는 해외 국가에 재산을 이전하고, 그 나라에서 증여를 진행하는 방식입니다. 대한민국의 자본이 유출되지 않도록 가업승계의 혜택을 늘려 가는 방향을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최근 개정안을 보면 상속공제에 대한 내용은 포함됐지만 증여공제에 대한 내용은 미흡했어요. 만약 세금 때문에 증여를 안 하게 된다면 경제 순환이 더뎌지는 문제도 있거든요. 물론 세수는 좀 줄어들겠지만 국민들의 소비와 거래가 활발해지면 그로 인한 세금 확보도 가능해지지 않을까요.”

최근 고객들의 주된 고민은 무엇인가요.
“최근에는 투자법인(승계법인)을 활용한 자산 승계를 궁금해하는 고객들이 많습니다. 절세의 측면에서만 보면 자산 이전은 빠르게 진행하는 게 유리하죠. 그런데 자녀가 자신의 명의로 지나치게 많은 돈을 빨리 갖게 되면 간혹 안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잖아요. 이때 법인을 활용하면 소유와 경영을 분리할 수 있습니다. 가령 늦은 출산으로 자녀가 어리거나 자녀의 재무 관리 능력이 아직 부족하다면 법인 플랜을 가동하는 것이 좋습니다. 법인 플랜은 자녀가 대주주인 법인을 설립하고, 부모가 경영을 맡는 방식입니다. 자산 가치 상승의 이익은 대주주인 법인이 얻는 동시에, 경영은 계속 부모가 할 수 있는 방법이죠. 자녀가 건전한 가치관이 형성됐을 때 법인의 경영권을 넘겨줄 수 있습니다.”

상속을 계획하는 50~60대에게 10년 계획을 세워주신다면.
“1단계로 본인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을 철저히 분석해야 합니다. 10년 뒤 오를 자산, 현재 수익성이 좋은 자산, 저평가된 자산을 먼저 분석합니다. 2단계로 자녀의 스타일을 관찰합니다. 절약 정신이 있는지, 소비벽이 있는지, 재무적인 관리 능력이 있는지, 배우자는 어떤 신념이 있는지를 철저히 따지는 게 중요합니다. 이후 개인 플랜을 실행할 것인지, 법인 플랜을 실행할 것인지, 아니면 투트랙으로 두 가지 방식을 병행할 것인지를 선택하는 것을 권합니다.”

정초원 기자 cc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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