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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먹거리 AI·로봇, 한국의 선두 도전은 아직 진행 중 [15대 산업경쟁력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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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15대 산업 경쟁력 리포트-AI·로봇]

2024 노벨상의 주인공은 ‘AI’였다. 노벨물리학상과 노벨화학상 모두 AI 연구를 주제로 한 과학자들이 수상하며 현 시대에서 AI의 가치를 입증했다. 세계는 지금 AI를 향한 총성 없는 전쟁 중이다. 미국과 중국이 AI 경쟁에 앞서가고 있으며 그 뒤를 세계 각국이 뒤쫓고 있다. 한국은 AI 전쟁의 첫발이었던 구글 알파고의 첫 격전지였으나 글로벌 AI 점수는 아직 중상위 수준에 머물고 있다.

영국의 데이터 분석 미디어 토터스 인텔리전스(Tortoise Intelligence)가 세계 62개국을 대상으로 분석한 ‘글로벌 AI 지수(The Global AI Index)’에 의하면 한국의 AI 경쟁력은 세계 7위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1위 미국과 2위 중국에 이어 3~6위는 영국(40.93점), 캐나다(40.19점), 이스라엘(38.89점), 싱가포르(38.67점)다. 한국은 38.60점을 받아 7위에 자리했다. 8~10위는 네덜란드(36.35점), 독일(36.04점), 프랑스(34.42점) 순이다.

AI와 관련한 구현, 혁신, 투자 등 분야별로 점수를 매겨 이를 종합 점수로 계산했는데 1위인 미국의 종합 점수를 100점으로 환산해 나머지 국가의 점수를 매기는 방식으로 순위를 집계했다. 한국은 구현, 혁신, 투자의 분야별 세부 항목 중 정부전략과 기반시설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상업성과 인재 등의 항목에서는 낮은 점수를 받았다.


경쟁력은 ‘돈 되는’ AI
기업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국내 주요 기업은 AI가 거의 모든 서비스에 적용될 수 있는 상황에서 이 시장을 선점하는 소수기업이 시장을 독식하는 구도가 짜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천문학적인 금액을 AI 기술 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하지만 혁신적 기술에서나 상업적 측면에서 아직 이렇다 할 가능성을 보여준 회사는 몇 없다. 최근 삼성전자의 경쟁력 약화 배경 중 하나로 AI 반도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다.

AI 분야에서 수익을 내는 몇 안 되는 회사 중에는 플리토가 있다. 번역 기업으로 잘 알려진 이 회사는 언어 데이터를 팔아 돈을 번다. 마이크로소프트, 텐센트 등 글로벌 기업들이 대형언어모델(LLM)을 기반으로 한 생성형 AI 사업에 뛰어들고 있는데 여기에 플리토의 언어 데이터가 기초자료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해 7월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해외 수출 규모가 거의 600만 달러에 육박하는 성과를 거뒀다.

현대카드도 발 빠른 업의 전환으로 수익을 올렸다. 최근 독자 개발한 AI 소프트웨어를 일본 대형 신용카드사에 판매하기로 했는데 계약 규모는 수백억원으로 알려졌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 2015년 카드사에서 정보기술 기업, 즉 ‘디지털 현대카드’를 선언한 지 약 9년 만에 거둔 성과다.

SK텔레콤은 ‘AI 기업’으로 전환을 선포한 지 3년 차다. 김양섭 SK텔레콤 CFO는 “철저하게 AI 전략 프레임 아래 돈을 벌 수 있는 영역에 집중해 투자할 계획”이라며 “올해 AI 관련 지분 투자는 3000억원 수준”이라고 말했다. 올해 연매출로는 AI B2B 부문에서 600억원 이상을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아직 투자만큼의 매출 성과는 아니지만 지난해 선보인 AI 비서 ‘에이닷(A.)’의 가입자가 늘어나는 등 순항 중이다. 12월부터는 또 다른 투자 기업인 람다와 함께 AI 데이터센터 개소를 준비 중이다.

AI 헬스케어 기업 중에선 뷰노가 ‘돈 버는 AI 기업’에 탑승한다. 이 회사의 AI 서비스인 ‘딥카스’는 현재 95개 병원에서 도입 중인데 의료계 파업 등으로 전문의 인력이 부족한 게 오히려 수요 증가를 불렀다. 증권가에선 4분기 손익분기점을 달성하며 흑자전환을 예상한다.

이 밖에도 국내 AI 산업을 이끌어 갈 기업들은 수없이 많다. 지능정보산업협회(AIIA)가 2024년 AI 기술과 다양한 산업 간 융합을 통해 미래 혁신을 선도할 것으로 전망되는 국내 기업 100곳을 선정했는데 이 중엔 코스닥 상장기업인 솔트룩스를 비롯해 기업용 챗봇 강자인 와이즈넛, 자체 LLM을 발표한 코난테크놀로지, 빅데이터 전문 알에스앤, ML옵스 전문 아크릴 등 대표적인 중견기업들이 포함됐다. 최근 국내 대표 생성형 AI 간판으로 떠오른 업스테이지를 비롯해 라이너, 뤼튼테크놀로지스, 셀바스AI, 프렌들리에이아이 등 유명 스타트업들도 이름을 올렸다.

문제는 수익성이다. 다수의 기업이 AI 투자에 큰돈을 쏟아붓지만 업계에서는 여전히 ‘AI 수익성’에 의구심을 나타낸다. 실리콘밸리의 최고 벤처투자사 중 하나인 세쿼이아캐피털의 파트너 데이비드 칸에 따르면 현재 AI 수익의 대부분은 챗GPT를 만든 미국의 오픈AI 1개사가 차지하고 있다. 소수의 스타트업도 수익을 확대했지만 1억 달러 미만에 그쳤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선 수익성 문제와 규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AI 버블은 조만간 폭발할 수밖에 없고 이 경우 2000년대 초반 ‘닷컴 버블’처럼 옥석 가리기 과정을 거쳐 살아남은 기업들이 수익을 독차지하는 상황이 재현될 것으로 전망한다.
소비 경쟁력 넘어 생산으로
AI와 함께 미래 시장을 좌우할 로봇산업은 한국이 선도적 위치에 있다. 제조보단 소비에서, 특히 제조업과 서비스 로봇 분야에서 독보적인 성과를 자랑한다.

먼저 전 세계 산업용로봇 밀도에서 한국은 2023년 기준 세계 1위를 기록했다. 국제로봇연맹(IFR)에 따르면 산업 현장에서 로봇을 가장 많이 쓰는 나라는 한국으로 로봇 밀도가 1012대였다. 노동자 10명마다 로봇이 평균 1대꼴로 배치돼 있다는 뜻이다. 2021년의 1000대보다 12대가 늘었다. 로봇 밀도가 네 자릿수인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또한 로봇 설치 수에서는 글로벌 5위다. 중국, 일본, 미국과 함께 상위 5개국에 속해 있다. 특히 전자와 자동차 산업의 수요 덕분에 로봇 사용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생산 경쟁력은 이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로봇 제품이나 서비스 제공 측면에서는 일정 수준의 기술력을 갖추고 있지만 로봇용 핵심 부품, 로봇용 소프트웨어 기술은 많이 뒤처져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핵심 기술의 향상 없이는 로봇산업의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현재 세계 산업용로봇 시장은 일본과 독일 업체가 주도하고 있다. 화낙(FANUC)은 2022년 기준으로 세계 1위 산업용로봇 업체이며 야스카와, 덴소 등 다수의 업체가 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독일 역시 세계 3위의 쿠카(KUKA)를 비롯해 로봇과 관련한 다수의 업체가 존재하고 있다. 스위스의 ABB도 상위권이다. 한국에선 현대그룹의 현대로보틱스가 선두다. 국내 1위, 글로벌 6위다. 1984년 10월 현대중공업 로봇사업으로 출발한 HD현대로보틱스는 미국 판매 법인과 중국 생산 법인을 거점으로 해외 시장 판로 확대에 나서고 있다.

산업용로봇의 하위 분야인 협동로봇(사람과 함께 작업하는 로봇) 시장은 덴마크의 유니버설로봇이 1위다. 한국에선 두산로보틱스가 이 시장을 선도한다. 2018년 제품 출시 이후 현재 국내 시장점유율 1위, 글로벌 시장(중국 제외) 4위를 달성했다. 유니버설로봇, 화낙, 테크맨에 이어 4위다. 국내 2위 업체로는 레인보우로보틱스가 있다. 2011년 한국과학기술원(KAIST) 휴머노이드로봇연구센터 연구원들이 창업한 중소벤처기업으로 삼성전자의 투자를 받으면서 주목을 받았다.

이 밖에 로봇시장에서 국내에서 약진하는 기업은 현대차다. 이 회사는 지난 2020년 미국의 로봇 전문 업체인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하며 국내 로봇 시장에서 선도적 위치를 차지했다. 최근엔 보스턴다이내믹스가 만든 로봇에 도요타리서치연구소가 개발한 AI를 적용하는 방식으로 휴머노이드 개발에 나섰다.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의 이준석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로봇산업의 경쟁력은 서비스 로봇 분야에서 앞서가는 미국과 제조로봇 분야에서 앞선 기술력을 갖춘 일본·독일과 비교하면 통상 이들의 80~85% 수준에 해당하는 기술력을 갖추었다”며 “중국의 기술력은 매우 빠르게 성장해 80% 수준에 미친다고 본다. 특히 중국의 AI 기술은 미국 다음으로 높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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