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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비자금 회사채 발행 5년래 최악…'유동성 함정'에 빠진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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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24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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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는 10월 23일 15:25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올해 설비투자용 회사채 발행액이 최근 5년래 최악으로 집계됐다.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 기대에 시장금리가 일찌감치 하락하는 등 시장 유동성 여건은 괄목할 만큼 좋아졌다. 하지만 넉넉한 유동성이 기업 투자로 연결되지 않는 이른바 '유동성 함정'에 빠진 것 아니냐는 지적도 힘을 얻고 있다.
    시설투자용 회사채 28.3% 감소
    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9월 시설투자용 회사채 발행액은 2조8980억원으로 전년 동기(3조7168억원)에 비해 28.3% 줄었다. 금감원이 관련 집계를 시작한 2019년 이후 5년래 최저치다. 올해 8~9월의 경우 시설투자용 회사채 발행액이 '0'이었다.

    올해 1~9월 전체 회사채(금융채, 자산유동화증권 제외) 발행액은 41조1665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5.82% 늘었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에 올들어 시장금리가 내림세를 보인 결과다. 하지만 시설자금 마련을 위한 회사채 발행은 되레 줄었다. 기업들은 발행한 회사채 상당액을 기존 빚을 갚는 데 썼다. 이자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다. 전체 회사채에서 시설투자용 회사채 발행비중은 올해 1~9월 7.0%로 작년 동기(9.6%)보다 2.6%포인트 감소했다. 역대 최대인 2022년(19.3%)과 비교해서는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기업이 시설자금 마련을 위해 회사채보다 주식발행 자금을 늘린 것 아니냐는 반론도 있다. 유상증자와 기업공개(IPO)를 통한 주식 발행 규모는 올 1~9월 7조811억원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6.6% 늘었다. 금감원은 주식발행 자금의 용도를 따로 기재하지 않고 있다.

    올해 부진한 설비투자 영향을 고려하면 전반적으로 시설투자 투자금 조달이 줄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지난 8월 한국은행은 올해 설비투자 증가율을 종전 3.5%에서 0.4%로 낮췄다. KDI도 2.2%에서 0.4%로 내렸다. 설비투자가 마이너스 흐름을 보였던 2022년(-0.3%) 2년 만에 기업들이 움츠러든 모습이다.

    시장금리가 내려갔지만 기업들이 투자를 주저하면서 '유동성 함정' 우려도 불거졌다.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지난해 말 연 3.154%에서 지난 21일에 연 2.902%로 3%대를 밑돌았다. AA-급 회사채 금리는 같은 기간 3.898%에서 3.471%까지 하락했다.
    차환에만 몰두…조달금리 1~3%p 내려
    기업들이 유동성 함정에 빠져든 것은 국내 대표 산업들이 위기에 직면한 영향과 맞물린다. 반도체와 석유화학, 배터리, 유통 등 산업들은 나빠진 실적에 고전하고 있다. 중국을 비롯한 경쟁국 업체와의 가격 싸움에서 밀렸거나 주력 제품의 품질 경쟁력이 흔들린 결과다.

    이들 업체는 시설투자는 엄두도 못 내는 상황이다. 이자 비용을 절감하는 동시에 보유한 비주력 자산을 정리하는 등 구조조정에 몰두하고 있다. 롯데하이마트, SKC, 한화에너지 등 주요 대기업들이 최근 줄줄이 회사채 발행에 나섰다. 이들 회사는 조달한 자금을 차입금 상환에 투입할 계획이다. 이들 회사채 조달금리는 차환대상 차입금의 금리보다 연 1~3%포인트가량 낮다. 통상 1000억원 이상을 회사채로 찍는 만큼 연간 10억~30억원가량의 이자비용을 절감 효과가 나온다. 한화에너지는 2022년 연 6.69%로 조달한 회사채 1000억원 등을 상환하기 위해 이달에 1500억원가량의 회사채를 찍을 계획이다. 조달금리는 연 4%대로 추산된다. 회사채 차환으로 연간 20억원가량의 이자비용을 감축할 전망이다.

    여기에 재계는 이자비용 절감을 물론 '군살 빼기'에도 나섰다. 삼성전자는 디바이스솔루션(DS)에 대한 강도 높은 종합감사를 추진 중이다. 감사에 이어서 인력 구조조정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회사는 동남아, 호주, 뉴질랜드 등 해외법인 경영지원 및 관리 분야 임직원도 10%를 감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LG그룹의 경우 LG디스플레이가 중국 차이나스타(CSOT)에 중국 LCD 공장을 약 2조300억원에 매각할 계획이다. LG화학도 경쟁력이 떨어진 여수 나프타분해설비(NCC) 2공장 매각 등을 저울질하고 있다. SK그룹도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을 추진하는 등 계열사 정리에 나섰다.

    김익환/장현주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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