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가격 안정을 위해 할당관세 물량을 신속히 도입하겠습니다.”
지난 5월 김값이 크게 오르면서 금값이 됐다는 비판 여론이 비등하자 정부는 9월까지 할당관세를 통해 김 825t을 들여오겠다는 긴급 대책을 발표했다. 외국산 마른김(관세율 20%)과 조미김(8%)에 물리는 관세를 면제해 외국산 김이 늘어나면 가격을 안정시킬 수 있다는 게 당시 대책의 골자였다. 해양수산부는 “중국산 마른김이 수입돼 국내 김 수요를 대체할 것”이라고 국민을 안심시켰다.
할당관세는 과연 효과가 있었을까. 해수부에 따르면 올해 5~9월 할당관세 절차를 거쳐 수입된 김 물량은 약 190t에 그쳤다. 정부가 공언한 수입량의 4분의 1에도 못 미친다. 국내 연간 김 소비량(약 1만5000t)의 1~2% 수준이다.
할당관세 수입 물량이 저조했던 이유는 뭘까. 현실적으로 한국에 김을 수출할 나라가 없다. 김을 생산하는 국가는 세계에서 한국 중국 일본뿐인데, 이들 국가 모두 이상기후로 김 생산량이 줄었다. 외국에 김을 수출할 물량이 없었다는 의미다. 해수부 관계자도 “한국은 김을 수출하는 나라였지 수입하는 나라가 아니었다”며 “할당관세를 시작했지만 수입처가 없어 공급이 원활하지 못했던 부분도 있다”고 했다.
업계는 수입할 물량이 있어도 유통과 가공 등에 들어가는 비용 부담 때문에 기업들이 외국산 김을 거래할 유인이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현재 국내에서 유통되는 김은 주로 직사각형 모양의 재래 김 형태인데, 중국산 김은 보통 정사각형에 가까운 김밥용 김 형태다. 수입업체는 중국산 김을 수입해도 재가공해야 한다. 사재기 등 부작용을 막기 위해 할당관세로 들여온 김을 판매·유통한 결과를 정부에 보고해야 하는 부담도 크다는 전언이다.
예상치 못한 이상기후 등의 요인으로 발생한 문제를 정부가 단기간 해결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애초 실효성이 크지 않은 면피성 대책을 발표하면 정부에 대한 신뢰까지 추락할 수 있다. 최근 강도형 해수부 장관은 국정감사에서 “중국산 김에서 인체에 안전하지 않은 성분이 검출됐다”는 지적이 나오자 “식약처와 협의해 회수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국민 건강을 고려할 때 당연한 조치지만 정부 대책에 따라 김을 수입한 업체들은 ‘불량식품 거래업체’로 낙인찍히지 않을까 가슴을 졸이고 있다.
22일 기준 현재 마른김(중품) 10장당 소매가격은 1397원으로 1년 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40% 이상 높은 수준이다. 정부가 물가 대책으로 할당관세를 ‘전가의 보도’처럼 쓰는 건 아닌지 반성해야 할 때다. 국민들은 ‘탁상공론’보다 내실 있는 대책을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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