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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40% 가볍게"…2.8㎏ '엑소슈트'가 노동미래 새로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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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 있는 버브모션은 글로벌 물류·유통기업이 가장 주목하는 스타트업 중 하나다. ‘엑소슈트(Exosuit)’라는 옷처럼 입는 로봇을 처음 창안한 코너 월시 하버드대 공대 교수(사진)가 설립한 회사여서다. 미국 월마트를 비롯해 알버슨스, 크로거, 웨그먼스 등 대형 유통기업과 물류기업 UPS, 펜스케 등이 버브모션의 ‘세이프리프트’ 제품을 도입했다. 2020년 설립 이후 세이프리프트의 도움을 받아 현장 작업자들이 들어 올린 무게는 3억 파운드(약 13만6000t)에 달한다.

지난달 방문한 버브모션 본사는 언뜻 보면 정체성을 가늠하기 힘들어 보였다. 한쪽에서 엔지니어가 컴퓨터 화면을 뚫어져라 보며 데이터를 추적하고 있는데 다른 한쪽에선 의상 디자이너들이 마네킹 앞에서 분주하게 오갔다. 월시 교수는 “웨어러블 로봇은 로봇 기술과 인체공학, 전기공학, 의류 디자인, 데이터 분석 등 각종 기술의 집결체”라며 “2.8㎏에 불과한 로봇이 노동의 미래를 바꿔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학 기술 총망라한 웨어러블 로봇
버브모션이 선보인 엑소슈트는 겉만 봐선 첨단 테크놀로지와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표면을 섬유로 감싼 2.8㎏짜리 배낭 모양 기기와 이를 사용자의 다리와 허리에 연결하는 띠가 전부다. 하지만 작동에 필요한 기술은 현대 공학 기술을 총망라한다. 월시 교수는 “자동차로 치면 엔진 역할을 하는 소형 액추에이터와 동작을 100분의 1초 단위로 계산하는 센서가 핵심 기술”이라며 “신체의 외골격을 모방한 로봇 기술뿐만 아니라 인체 공학과 빅데이터 분석이 빈틈없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설명했다.

휴머노이드와 달리 엑소슈트 같은 웨어러블 로봇의 최대 난점은 자칫 잘못 설계하면 사용자가 다칠 수 있다는 것이다. 월시 교수는 “10㎏의 짐을 들 때 6㎏ 정도의 무게로 느끼도록 하는 것이 엑소슈트의 역할”이라며 “사용자가 오른쪽으로 몸을 틀어 일어나려고 할 때 로봇이 반대쪽으로 힘을 가하면 부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이 같은 오류를 방지하기 위해 웨어러블 로봇 기업들은 센서의 감지 기능과 정밀 데이터 분석에 사활을 걸고 있다. 버브모션만 해도 ‘버브 로직’이라는 클라우드 플랫폼을 운영하며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
빅데이터 분석으로 ‘맞춤형’ 진화
모터나 구동기 없이도 지지력을 발휘하는 무동력 웨어러블 로봇 연구도 치열하다. 테네시주 내슈빌에 본사를 둔 히어로웨어가 대표 주자다. 무게가 1.36㎏에 불과한 ‘에이펙스’를 개발했다. 탄성 장치와 고무 밴드 등 생체 역학을 반영한 설계만으로 작업자가 견뎌야 할 하중을 분산하는 것이 특징이다. 작업자가 허리를 숙였을 때 밴드가 늘어나고, 다시 직립 자세로 돌아올 때는 장력이 발생해 허리에 부담을 줄여주는 방식이다.

폴 니컬슨 히어로웨어 부사장은 “최근 들어 분야를 가리지 않고 웨어러블 로봇 도입 문의가 빠르게 늘고 있다”며 “한 대형 물류기업은 수년간 동종업계 어디에도 에이펙스를 공급하지 않는다는 조건의 독점 계약을 제안하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시장조사업체 밴티지마켓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웨어러블 로봇 시장 규모는 작년 7억2800만달러(약 9983억원)에서 2030년 77억1300만달러(약 10조5776억원)로 급증할 전망이다. 히어로웨어가 글로벌 유통기업과 협업한 올해 연구에 따르면 웨어러블 로봇을 입었을 때 근로자 생산성이 약 8% 올랐다.

산업 현장에 으레 따르는 근골격계 질환 등 각종 잠재적 부가 비용을 줄이는 효과도 있다.

이리아 멀먼 버브모션 마케팅·영업부문 총괄은 “웨어러블 로봇을 도입한 현장의 근로자 부상률은 도입 전 대비 60~85% 급감했다”며 “부상 한 건당 드는 직원 의료비가 5만~8만5000달러인 점을 고려하면 기업이 막대한 비용을 아낄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케임브리지·내슈빌=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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