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엔 워낙 맛있는 빵집이 많으니까요."
22일 오후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의 빵, 파이류 매대에서 만난 40대 주부 이모 씨는 "마트에서 빵은 안 사본 지 한참 됐다"고 말했다. 빵 대신 옆에 있던 과자를 담던 이 씨는 "요즘엔 나들이 다니거나, 지역 여행을 다닐 때마다 각 지역의 유명 베이커리, 디저트를 꼭 사 먹는 것 같다"며 "마트에서까지 굳이 빵을 사 먹을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국내 양산형 빵 시장의 주요 브랜드 매출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유명 베이커리 등 소비자의 선택지가 늘어나면서 기존 대형마트에 유통되는 빵의 수요가 줄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마트 빵' 매출 줄었다
22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식품산업통계정보 소매POS 시장분석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양산형 빵 소매점 매출 1~3위 브랜드(삼립·롯데·보름달)의 매출은 각각 7.69%, 8.76%, 27.53% 감소했다. 해당 통계에서 의미하는 빵이란 대량 유통을 위해 공장에서 기계작업으로 생산·포장하는 제품을 이른다. 슈퍼마켓, 편의점, 할인점 등에서 판매하는 소위 '마트 빵'이다.
제조사 점유율 1·2위인 SPC삼립과 롯데웰푸드의 매출은 8.55%, 4.11% 하락해 모두 전년 동기 대비 쪼그라들었다. 전체 양산형 빵 소매점 매출도 감소세를 보였다. 2023년 상반기 3433억원대였던 매출은 올해 상반기 3319억원으로 3.33% 감소했다.
케익·조리빵·도넛 감소 두드러져
양산형 빵을 종류별로 살펴보면, 올해 상반기 가장 큰 매출 감소를 보인 종류는 19.98% 줄어든 '케익'이다. 이어 피자빵과 같은 '조리빵'이 18.18%, '도넛'이 10.14% 감소해 뒤를 이었다. 대전의 유명 빵집인 성심당이 올해 '케익' 열풍을 일으킨 것과 상반된다. 앞서 성심당의 딸기시루, 망고시루 등 일부 케익 제품은 4만3000원이라는 가격 대비 품질이 뛰어나다고 소문나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중고거래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웃돈이 붙은 채 거래되거나, 이른 시간부터 매장 앞에 대기 줄이 형성되기도 했다.
아울러 성심당은 지난해 매출 1243억원, 영업이익 315억원이라는 최대 실적을 올리는 등 국내 베이커리 시장은 견인했다. 이에 업계 전문가들은 양산형 빵의 매출 감소를 단순히 빵의 인기가 식은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빵을 소비하는 데 있어 양 대신 질을 택하는 움직임이 짙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불경기라고 무조건 저렴한 제품만 선택하는 건 아니다"라며 "빵을 사 먹는 빈도와 양을 줄이는 대신 한번 소비할 때 만족감이 더 큰 선택을 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품질 수준이 높은 제품이 인기를 끄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빵지순례'는 가더라도, 마트에서 빵을 구매하지는 않는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양산형 빵 시장에서도 '연세우유 생크림빵' 등을 제조한 중소 업체가 선방하는 등 차별화 전략은 통하고 있다"며 "이미 소비자의 기준이 높아졌다. 새로운 맛을 부각하거나, 차별화된 브랜딩 없이는 기존 대기업의 양산형 빵은 외면받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