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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괴롭힘 골치 아프시죠?" 모든 팀장님께 드리는 조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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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괴롭힘은 기업의 교육 요청이 유난히 많은 영역이다. 필자는 주로 전체 직원, 인사노무 담당자, 법무 담당자, 임원을 대상으로 그런 교육을 많이 했었는데, 올해 들어서는 팀장만 대상으로 하는 교육을 요청받는 경우가 눈에 띄게 늘었다. 직장 내 괴롭힘이 날이 갈수록 심각한 기업의 고민거리가 되고 있고, 그 예방과 대응에 팀장 역할이 결정적이다 보니 나타나는 현상이 아닐까 싶다.

팀장은 직접 여러 팀원을 대면하고 지휘, 감독, 평가하는 중간관리자다. 기본적으로 팀 내 직장 내 괴롭힘 발생을 사전에 예방하고 스스로 모범을 보이는 리더십을 발휘할 것이 기대되는 자리다. 사건이 발생한 후에는 조사, 사후 인사조치, 2차 피해 방지 실행에 참여하거나 인사부서 활동에 조력하는 역할도 있다. 또한 상사 입장에서 팀원과 직접 접촉을 많이 하다 보니 때로는 억울하게 직장 내 괴롭힘 피신고자가 되는 일도 잦다.

팀장을 청중으로 하는 교육은 이들이 법이나 HR 전문가가 아니다보니 직장 내 괴롭힘 개념에 대한 기본 이해부터 시작하는데 그러다 보면 아무래도 학교 수업처럼 딱딱해진다. 여기에 한 두시간 남짓의 시간 안에 교육을 마쳐야 하는 제약까지 있어 마음이 바쁘다. 그래서 자문하면서 자연스레 알게 된 팀장들이 마주하고 있는 생생한 현실에 대한 이야기를 속 시원히 다 하지는 못한다.

이번 기고에서는 딱딱한 교육을 할 때 따르는 여러 제약 때문에 아쉽게 다 하지 못한 이야기, 변호사 입장에서 교육을 할 때 부득이하게 따르는 여러 유보나 근거, 인용을 가급적 빼고 '팀장님'들과 직접 이야기하는 기분으로 평소 드리고 싶던 조언을 한번 적어 본다.


<i>#농담. “여자친구가 짱깨 같이 생겼다”</i>
분명히 농담으로 한 말이라도 남녀관계,나이, 성별, 평가 등 민감한 문제를 건드리면 직장 내 괴롭힘 인정에 괴롭힐 의도를 요구하지 않는 현행 법 하에서는 그저 그런 일로 넘어가지 않고 직장 내 괴롭힘 문제로 비화할 수 있다. 생각보다 많이 생기는 일이다.

그래서 농담이 과했다고 깨달으면 현장에서 즉시 사과하는 게 최선이다. 여러 상황 상 곤란하다면 팀원이 좀 진정될 때까지 시간을 보내면서 사과할 때가 오기를 기다리는 게 그 다음으로 나은 방법인 것 같다. 실제 단 한번의 농담이 문제가 되어 직장 내 괴롭힘 인정 여부가 법원에서까지 다투어진 사건의 판결문을 읽으면서 들었던 개인적 생각이다.

어색한 상황을 무마하려 즉시 또 다른 농담을 하는 것은 최악이다. 그게 실제로 위 판결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싸늘한 분위기에서 급조된 농담이 분위기 전환에 성공할 확률은 마음에 상처를 입은 팀원 상황이 더 나빠질 확률의 10분의 1쯤 될 것이다.


<i>#단톡방. “주말에 일 좀 시켰다고 그러는 건 아니지?” </i>
직장 내 괴롭힘 판결들을 검색하다 보면 업무에 활용되는 단톡방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생긴 사건을 쉽게 접할 수 있다. 팀원들이 참여한 단톡방에서 팀장이 일부 팀원을 찍어 질책하거나 모욕하는 멘트를 날리는 경우가 가장 흔하다.

대면 상황에서라면 무난했을지도 모르는 질책도 단톡방에서 하면, 나중에 신고서에 붙은 증거자료에서 읽을 때 아주 비정해 보인다. 당시 정황과 맥락은 증발되고 앙상한 텍스트만 남아 부정적 상상력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단톡방 대화에서는 업무에 관한 '용건만 간단히, 공개 질책은 금지'가 철칙이다.

하나 더, 업무를 위하여 단톡방을 만드는 것은 자유지만, 그 업무와 관련 있는 어떤 팀원을 팀장 마음대로 단톡방 참여자에서 빼는 자유는 잊어야 한다. 단톡방 배제는 따돌림 신고에서 단골메뉴다.


<i>#회식. “서로 포옹하고 화해해!” </i>
이제 연말이 다가오니 팀 회식이 자주 있을 것이다. 알다시피 서로 위로하고 좋자고 하는 팀 회식, 특히 2차(노래방)에서 직장 내 괴롭힘 문제가 자주 일어난다. 그 동안 쌓인 말을 다 할 수 있다, 좀 인간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다고 여기는 느슨함은 때로 큰 화근이 된다.

“서로 포옹하고 화해해!” 팀장이 서로 갈등이 있는 팀원들을 화해시킨답시고 회식 도중에 둘을 일으킨 후 한 말이다. 이 사건에서 실제 포옹을 한 직원 중 하나는 수치심 때문에 극단적 선택을 했다. 그 뒤에 일어난 소동과 분쟁을 읽으면 안타깝고 가슴이 답답해진다.

직장 내 괴롭힘 신고가 지난해 1만건을 넘었다. 이제 회식은 어느 정도 긴장이 있고 오래 지속되면 서로 피곤하니 두 시간 안에 끝나는 정도가 적당하지 않을까.


<i>#출퇴근 시간. “10분 일찍 출근해서 업무 시작 준비하세요”</i>
근로시간 제도 준수에 관한 팀원 의식이 높아질대로 높아졌다. 조기출근 요청, 주말 SNS 업무 지시 등 출퇴근 시간, 근무시간 규정 무시는 직장 내 괴롭힘 신고 위험이 상존하는 영역이고, 실제 신고가 있을 때 대응이 어렵다. 팀원 스스로 일찍 출근 또는 늦게 퇴근하거나 주말에 일했다는 건 대개 설득력이 떨어지고, 업무상 긴급한 필요가 있어 부득이했다는 주장은 입증이 어렵다.

특히 이런 경우에는 근로시간 제한 위반, 수당 미지급을 이유로 한 형사 책임까지 같이 문제되는 분쟁으로 확대될 수 있다. 팀장의 업무를 행한 열정이 실은 과욕이었다고 판명되는 순간이다.


<i>#정성 평가. “A, 근무태도가 지극히 불량하고 인간관계에 문제가 있다”</i>
팀장에게 재량이 많은 정성 평가도 피평가자가 그로 인해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고 문제 삼으며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할 수 있다. 따라서 특히 오랜 기간 저성과를 보이는 팀원, 갈등관계에 있는 팀원의 정성 평가를 부정적으로 할 때는 하나하나 근거를 확인하고 남겨두어야 한다.

참고로 현행법상 직장 내 괴롭힘 신고는 기간 제한이 없다.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도 정성평가 근거를 설명할 수 있으려면 꼼꼼한 자료 정리와 기록이 필요하다.


<i>#불편한 대화. “똑바로 해! XXX” </i>
괴롭힘 자문을 하다 보면 퇴사권유, 질책과 같은 불편한 대화가 샅샅이 녹취되어 괴롭힘 신고에 증거 자료로 제출되는 경우가 정말 흔해서 놀랄 때가 많다. 그런 일을 자주 볼 수 밖에 없는 변호사라는 직업상 특수성 때문에 생긴 편견일까? 아니다. 녹취록이 붙는 괴롭힘 사건의 빈도, 녹취가 이루어진 기간, 횟수나 규모를 보면, 또 피해자를 위한 조언으로 녹취를 권하는 여러 공개된 기고를 보면 그런 것 같지는 않다. 녹취는 대부분의 팀장들이 마주할 수 있는 현실이다.

팀장은 불편한 대화는 무조건 녹취된다고 여겨 조심하고, 또 본인이 무리하지 않도록 도와주고 나중에 대화 분위기를 확인해 줄 다른 팀원을 동석시키는 것이 좋다. 부득이 혼자 진행해야 한다면 사전에 반드시 할 말을 정리하고 사후에 즉시 메일을 보내는 등 기록을 남겨야 한다.

<i>#따돌림. “B는 바쁘니까 회식 부르지마” </i>
팀내 따돌림은 차별의식 등이 동기가 되어 특정인에 대한 집단적 인사 무시 등 집단적 미세공격이 오랜 기간 반복 지속되는 것이다.

그런 따돌림은 팀장의 “선(先) 대응 후(後) 확인”이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즉, 그런 기미가 조금이라도 있으면 일단 중단 및 제지부터 하고 상황을 확인해야 한다. 거짓 양성(false positive. 실제로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착각하는 것)이 거짓 음성(false negative)보다 훨씬 낫다.

외관상으로는 정당한 권한 행사나 팀원 개인이 알아서 할 바로 보여 선 대응을 망설일 수 있는데, 나중에 다 모아 놓고 살펴보면 차별과 배제 의도가 자연스레 드러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문제는 그런 확인은 시간이 많이 걸리는 반면, 대응 시기를 놓치면 따돌림은 문제가 눈덩이처럼 커진다는 것이다. 따돌림을 방치하면 팀장은 물론 기업도 법적으로 책임을 지게 된다.


<i>#사후 대응. “단번에 해결할 방법 없나요?” </i>
기업 인력 운영 현실상 배치전환이나 업무조정을 통해 피신고인인 팀원과 신고인 팀원의 완전 분리조치 실행이 당장 어려울 때가 많다. 그래서 팀장은 여전히 같은 조직을 유지한 채 신고인이 종전 업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할 때가 생긴다.

그 경우 어쩔 수 없이 자리 배치를 달리하여 서로 동선을 달리하게 하고, 평가, 지시 등 껄끄러운 조치를 할 때 신고인과 사전 협의하여 의견을 듣자는 등 번거로운 대응을 요하는 미지근한 결론에 이르게 될 때도 있다.

이럴 때 막막하고 답답하다고 호소하는 팀장이 가끔 있는데, 그런 기분은 인간적으로 충분히 이해가 된다. 하지만 이를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새로운 책임으로 담담하게 받아들이면 좋겠다. 같은 처지 다른 팀장들도 대개 별 수 없고 똑 같은 처지다.


<i>#방심. “우리 팀은 전혀 문제 없어요”</i>
얼마 전 교육을 갔다가 쉬는 시간에 이야기를 나누던 중 본인 팀에는 직장 내 괴롭힘이 생긴 적도 없고 생길 일이 없다고 자신하는 팀장님을 만난 적이 있다. 고개를 끄덕이긴 했지만 속 마음은 너무 방심하는 것 아닌지 걱정스러웠다.

설문조사를 해보면 직장인 10명 중 6명 이상 1년간 괴롭힘을 경험했다고 하고, 현행 법상 직장 내 괴롭힘 인정 범위가 아주 넓으며, 피해자 감수성 기준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미니팀이거나 운이 특별히 좋은 경우가 아니면 직장 내 괴롭힘 문제를 일으킬 염려가 있는 팀원, 직장 내 괴롭힘으로 남몰래 고민하는 직원은 팀에 언제나 있고, 그 문제가 밖으로 불거지지 않았을 뿐이라고 보는 게 냉정한 현실 인식 아닐까?

직장 내 괴롭힘은 과도한 지배욕, 자아도취, 성격장애 등 쉽게 변하지 않는 개인 인격의 문제이기도 하다. 건강한 기업문화가 자리 잡았다고 해도 직장 내 괴롭힘 발생은 억제될 뿐 완전히 해소하지는 못한다.


<i>#자기성찰. “혹시, 내가 문제가 아닐까?”</i>
이제 마지막이다. 팀장이 억울한 신고를 당하는 일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자문 과정에서 시시때때로, 또 임하는 곳마다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당하고 징계를 받는 팀장도 개인적으로 여럿 봤다.

그런데, 실은 이렇게 아무 잘못이 없는 나만 억울하게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연달아 당한다는 생각이 들 때가 바로 자기성찰이 필요한 시간이다.

두번째 신고를 받는 순간 그 두번째 신고는 물론 그토록 억울했던 첫 신고도 사실은 내가 틀렸고 옳은 신고일 확률 즉, 첫 신고자가 정말 나의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였을 확률이 소급하여 상향 갱신된다.

“When Bob has a problem with everyone, Bob is usually the problem.”. 리더십 전문가인 존 맥스웰이 'The Bob principle'이라고 이름 붙여 소개한 말이다. 울림이 크다. 어디를 가든 나에게 문제가 따라다닌다면 주변 사람, 환경이 아닌 바로 내가 문제일 수 있다.

조상욱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노동조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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