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체육회가 2024 파리올림픽을 맞아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HYBE)로부터 구매한 올림픽 응원봉을 파리 현지에서 구매가의 두 배 이상 올려 판매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하이브가 당초 응원봉 5000개를 무상 제공한 것처럼 알려졌지만, 실제 협찬 개수는 2000개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22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이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대한체육회로부터 제출받은 파리올림픽 굿즈 판매 내역에 따르면 다수 언론 보도를 통해 하이브가 응원봉 5000개를 대한체육회에 무상 제공한 것처럼 홍보한 것과 달리, 실제로는 대한체육회가 응원봉 2000개를 구매하고 하이브가 3000개를 협찬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체육회는 응원봉 2000개를 개당 2만2000원(부가세 10% 포함)에 구매해 총 4400만원의 예산을 지출했다. 하지만 파리 현지에서는 이 응원봉을 개당 30유로(약 4만4500원/9월9일 기준 1유로=1483원)에 판매했다.
체육회 측은 응원봉 실구매 가격과 현지 판매가격 차이에 대해 "하이브가 납품 할인을 해줬다"고 맥락상 납득하기 어려운 해명을 내놨다. 하이브가 응원봉을 '싸게 줬는데, 비싸게 팔았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하이브에 응원봉을 싸게 구매해 놓고 파리에선 2배 비싼 가격에 판매한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체육회가 올림픽 특수를 노리고 장사를 하려고 했던 것인지, 아니면 국내에서 판매되는 하이브 응원봉의 가격 방어를 위해 체육회가 현지 판매 가격을 맞춰준 것인지 의심스럽다"고 했다.
실제 국내에서 하이브 K-POP 아이돌 응원봉은 대략 4만~5만원대로 가격이 형성돼 있다. 이에 체육회 관계자는 "국내에서 팔리는 응원봉 가격을 레퍼런스(참고) 삼았다"면서도 "굿즈는 수익성의 목적보다는 선수단 응원을 동참하는 분위기 유도를 위한 판매였다"고 했다.
하지만 체육회가 준비한 응원봉은 파리 현지에서 2000개 중 708개만 팔리는 '판매 부진'을 겪었다. 이에 체육회는 남은 수량 중 80개를 제외한 1202개의 응원봉을 현지에서 무료로 배포했고, 이는 체육회의 '미담'으로 알려졌다. 미판매 응원봉 금액은 2800만원가량이다.
이 의원은 "공공기관이 예산을 집행하면서 공익목적으로 구매한 응원봉을 두 배 이상의 가격으로 판매한 점은 '올림픽 장사'를 하겠다는 것인지 납득하기 어렵다"며 "대한체육회가 판매 부진에 예산 낭비까지 감당해가며 응원봉 판매가격을 비싸게 책정한 이유가 국내 하이브 굿즈 가격 방어를 해준 게 아닌지도 의문스럽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한체육회는 이번 파리올림픽 응원봉 굿즈 사업과 관련해 제기된 여러 의혹에 대해 투명하게 해명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