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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방문하고 있는 데이비드 래미 영국 외무장관이 "한국은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드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21일 래미 장관은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에서 '기후, 자연 그리고 개발'을 주제로 한 간담회에 참석해 "한국은 원조 수혜국에서 선진 경제국으로 전환했으며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DAC) 10대 공여국으로 도약한 독특한 국가"라고 평가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키어 스타머 행정부는 상호 연결된 기후와 자연 위기의 해결을 위해 글로벌 리더십을 발휘하고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국제 안보 문제 해결과 같은 외교관의 전통적인 역할은 더 이상 기후 및 자연 위기와 같은 문제와 분리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래미 장관은 한국이 영국으로부터 배울 점이 많다고도 밝혔다. 그는 "한국은 세계 주요 제조업 국가 중 하나로, 에너지 및 탄소 집약적인 산업 구조를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영국은 1995년쯤 탄소 배출량이 정점에 도달한 반면 한국은 2018년에야 정점을 찍었다"고 덧붙였다. 또 래미 장관은 친환경 산업으로의 단계적 전환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영국은 지역 사회가 의존하던 일자리와 산업을 단계적으로 폐지했기 때문에 큰 저항 없이 전환을 이뤘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방문한 비무장지대(DMZ)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래미 장관은 "DMZ의 생물다양성과 그곳에서 이뤄지는 모든 보존 활동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며 "북한에 만연한 태도와는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고 말했다.
래미 장관은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에 대해 "정치적 논쟁에서 벗어나 초당파적인 문제로 다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더라도 미국의 청정에너지 전환 정책은 크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과 중국이 전기차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 중인 만큼, 미국이 점유율을 지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란 분석이다.
래미 장관은 “트럼프는 중국이 세계에 전기차를 대량으로 공급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이 전기차 시장에서 큰 몫을 차지하길 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보조금이 공화당 지지 지역인 '레드 스테이트'에 할당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중단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집권하면 정치적 수사(레토릭)는 달라져도 방향은 대체로 동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래미 장관은 지난 7월 외무장관에 임명됐으며, 노동당 정권 교체 이후 영국 장관으로서는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영국 외무장관 방한은 2022년 9월 이후 약 2년 만이다. 이번 방한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순방의 일환으로 이뤄졌다.
이날 간담회를 주최한 김은미 이화여대 총장은 "이화여대는 환경 및 신재생에너지관련 전공을 한국에서 최초로 설립한 학교로 기후변화와 관련한 다양한 연구 활동 및 사회공헌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며 "오늘 대담을 계기로 한국의 대학에서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연구 및 실천이 활발하게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임다연 기자 all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