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을 느끼는 시민 누구나 전화나 대면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창구가 서울에 생긴다. 배가 고프고 마음이 텅 비었다고 느낄 때는 '서울라면'을 공짜로 먹을 수 있는 '서울마음편의점'을 찾아가면 된다. 서울시가 코로나 이후 사회적 질병이 된 외로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국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처방전을 마련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21일 서울시청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7대 핵심과제로 구성된 종합대책 ‘외로움 없는 서울’을 발표했다. 지난 7월 조직개편을 단행하면서 새로 생긴 돌봄고독국이 이번 정책 수립을 총괄했다. 시민건강국, 평생교육국, 미래청년기획단, 관광체육국, 정원도시국, 도시공간본부 총 7개 실·국 본부가 참여하고 5년간 총 4513억을 투입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서울시가 외로움·고립 문제에 행정력을 총동원한 이유는 1인 가구 증가세가 가파르고 이에 따른 사회적 부작용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서울의 1인 가구 비율을 2010년 24.4%에서 2022년 38.2%로 급증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외로움은 매일 담배를 15개비씩 피우는 것만큼 건강에 해롭다고 한다. 오 시장은 "낮은 행복감, 높은 자살률 모두 외로움과 관련이 있다"며 "문제를 방치한다면 시민의 일상을 지키지 못하는 것은 물론 사회경제적인 비용 또한 천문학적으로 증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정책의 대상은 청년, 중장년, 고령층이다. 우선 언제 어디서나 도움을 구할 수 있는 온오프라인 플랫폼 '똑똑24'를 구축한다. 다산콜센터 120으로 전화하면 고립은둔으로부터 회복한 경험이 있는 상담가 14명이 상주하는 '외로움 안녕 120'으로 전달된다. 카카오톡 채널을 통해서 정보를 취득할 수도 있다. 1차 기초상담을 하고 필요시 협업 기관으로 연결해 추가 지원을 연계한다.
1인 가구가 타인과 교류할 수 있도록 새로운 공간도 마련했다. 서울 25개 자치구별로 있는 1인 가구센터 네 곳에는 '서울마음편의점'을 시범적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이곳에선 서울시가 식품회사 풀무원과 합작해 개발한 '서울라면'을 무료로 먹으면서 다른 방문자들과 소통할 수 있다.
고립·은둔 위기에 놓인 가구 발굴에도 주력할 예정이다. 가스·전기 등 위기 정보(46종)와 각종 행정정보를 연계해 선제적으로 찾아낸다. 주로 음식을 배달해 먹는 1인 가구 특성을 고려해 배달앱 플랫폼에 고립 위험도를 체크할 팝업창 등을 만들고 다양한 지원 서비스도 홍보한다. 다양한 경로로 찾아낸 가구에 초기상담을 하고 특성 진단 후 맞춤형 '서울연결처방'을 연계한다. 정원과 산림을 활용한 '정원처방'을 선보이고 청년 은둔·지원거부 시민에게는 '15분 외출처방'을 통해 집 밖으로 나와 일상을 회복하도록 돕는다. 비대면·비숙련 일자리와 연계하는 방식도 구상 중이다.
오 시장은 각종 사회활동 시 인센티브를 주는 '365 서울챌린지'를 이번 종합대책의 대표 사업으로 꼽았다. 책읽는 야외도서관, 잠수교 뚜벅뚜벅 축제 등 서울의 대표 축제와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구상이다. 활동점수를 부여해 일정 기준에 도달하면 따릉이 이용권, 한강캠핑장 이용권 등을 보상으로 줄 계획이다. 민간 기업 당근마켓과도 협업해 '동네 친구 다섯 명 모아 취미 생활하기'와 같은 미션 수행 시 추가 보상도 주어진다.
다양한 장소를 열린 공간으로 조성하는 '소통 잇다' 프로그램도 기획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 사람과 이벤트를 잇는 '하트웨어' 개념을 도입한다. 도시 개발·정비사업에 공간매력지수를 활용해 '공간연결성' 평가로 지역 연결 기능을 강화하고 공공기여나 폐교, 빈집 등을 활용해 다양한 세대가 소통하는 복합문화공간을 확보할 예정이다. 사회적 인식 개선과 공감대 형성을 위한 '외로움 없는 주간'도 운영한다.
최해련 기자 haery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