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경기 이천시 사우스스프링스CC(파72)에서 막을 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상상인·한경 와우넷 오픈(총상금 12억원)은 4라운드 내내 이변의 연속이었다. 내년 정규투어 풀시드를 받기 위한 중하위권 선수들의 반격이 이어지면서다.
이 대회는 올 시즌 마지막 메이저급 대회로, 예선을 통과하면 꼴찌를 하더라도 상금 660만원을 받는다. 내년 풀시드를 받기 위해서는 오는 31일 열리는 에쓰오일챔피언십(총상금 9억원)까지 상금랭킹 60위 안에 들어야 한다. 60위 밖으로 밀려나면 전북 무안CC에서 열리는 시드순위 결정전을 치러야 한다. 내년 시드가 불안정한 중하위권 선수들이 남은 대회 가운데 가장 많은 상금을 확보할 수 있는 이번 대회에 ‘죽기살기’로 나선 이유다.
홍현지(22·사진)는 이번 대회 돌풍의 핵으로 떠올랐다. 스크린골프대회인 GTOUR에서 8승을 거둔 ‘스크린 여제’로, 올 시즌 처음 정규투어에 데뷔했다. 이 대회 직전까지 상금랭킹 61위(시즌 상금 1억4833만원)로 위기에 몰려 있었다. 아직은 필드에 적응하지 못한 것 같다는 평가도 나왔다.
홍현지는 첫날부터 매섭게 반격에 나섰다. 5언더파 공동 5위로 첫날을 마무리한 그는 2라운드까지 10언더파를 기록하며 단독 2위로 예선을 통과했다.
선두와 2타 차 공동 4위로 나선 최종 라운드에서 타수를 줄이지는 못했지만 흔들림 없는 플레이로 공동 7위, 올 시즌 자신의 최고 성적을 올렸다. 상금도 3300만원 추가해 54위로 뛰어올랐다.
상금랭킹 55위인 안송이(34)는 이날 최종 합계 10언더파로 공동 9위에 오르며 순위를 두 계단 끌어올렸다.
안송이는 이번 대회로 KLPGA투어에서 358개 대회에 참가했다. 이달 말 열리는 에쓰오일챔피언십에서 홍란이 보유한 역대 최다 기록(359개 대회)과 같아질 전망이다. 내년 시드 확보 여부에 따라 한국 여자골프의 역사를 새롭게 써내려갈 기회가 생기는 셈이다. 안송이는 이날 선전으로 내년 풀시드 확보는 물론 여자골프의 지평을 넓히는 데 청신호를 켰다.
이번 대회를 활용하지 못한 선수들은 위기를 맞았다. 상금랭킹 47위 허다빈은 커트 탈락하는 바람에 상금을 챙기지 못해 52위로 하락했다. 56위 김우정, 59위 김소이, 60위 홍진영 역시 이번 대회에서 하위권에 머물러 상금랭킹이 한 계단씩 떨어지는 위기를 맞았다.
이천=조수영/유승목 기자 delinews@hankyung.com